"외국인 투자자들이 ISS 의견을 따를까요? 수익률을 따를까요?"

하나금융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 글로벌 IB 관계자는 "수익률을 우선시하는 펀드 속성상 외국인 투자자들이 함영주 회장 선임에 의견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 말이다. 자사 펀드에 하나금융을 담고 있는 한, 포트폴리오 기업의 경영권 교체 상황을 용인하기가 쉽지는 않을거라는 예측이다.

올해 하나금융 주총의 하이라이트는 함영주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건이었다. 함 회장은 그가 하나은행장이던 시절 있었던 해외금리 연계 DLF(파생결합펀드)의 불완전판매로 인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함 회장이 이에 불복, 법원에 행정소송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당국의 손을 들어주면서 회장 선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 세계 최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마저 함영주 회장 선임안에 빈대표 행사를 권고하면서 난항이 예고됐다.

하나금융지주의 주식을 70% 가까이 들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정말 그들은 법적 리스크로 경영권 방어가 불투명한 CEO를 지지할 수 있을까? 하나금융에 투자한 대부분의 주주들로부터, "개별 종목 이슈에 대해 코멘트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 받았지만, 걔중 유의미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로 현재 하나금융 지분 1.19%를 보유 중인 뱅가드 펀드는 "하나은행 편입은 우리가 추종하는 인덱스에 기초한 것"이라며 "그들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시장 지수(MSCI Emerging Markets Index)안에 편입돼 있고, 우리는 그것을 벤치마크해 펀드를 운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에 투자한 외국인 주주 대부분은 글로벌 펀드들이고, 그들 대부분은 이처럼 MSCI나 FTSE 같은 글로벌 벤치마크 인덱스의 지수 편입 여부에 따라 종목을 리밸런싱한다. 물론 운용역의 판단이 많은 부분 개입되는 액티브 펀드의 경우, 별도의 기준이 있기는 하겠지만, "종목 교체시 수익률에 변동이 생길 경우 이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는 사모펀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보면, 투자자에게 가장 큰 변수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이라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수익률 관점에서 보면 하나금융은 꽤나 주주 친화적인 기업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3조5000억원대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기말 배당금 2400원을 결의, 중간 배당 포함해 주당 3100원의 배당했다. 배당성향 25.6%, 배당수익률 7.4%로 금융지주 중 가장 높다. 900만주에 가까운 자사주로 자사주 소각 가능성도 높고, 컨센서스를 상회한 4분기 이익과 개선된 순이자마진, 비이자이익, 여기에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13.8% 달하는 자기자본비율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기대된다. 국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국민연금(지분율 9.19%)이 찬성표를 던진데는 이러한 메리트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ISS는 하나금융과 마찬가지로, 노조가 추천한 KB금융 사외이사 안건, 신한금융 주총에 상정된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 우리금융 주총에 상정된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비상임이사 선임 안건 역시 모두 반대했다. 하지만 KB금융 건만 제외하고 나머지 안건은 주총 당일 무리 없이 통과됐다.

이는 외국인 주주 비율이 높은 다름 금융사에게도 타산지석이 될 수 밖에 없다. 국내 금융지주에서 외국인 주주가 차지하는 지분율은 각각 KB금융 72.3%, 신한금융 62%, 우리금융 34.6% 정도다. 해당 금융사들이 이번 주총을 겪으면서 무엇을 배웠을지 자명하다. 하지만 국내 법이나 정서를 도외시 한, 주주 친화적인 정책만을 선진금융의 척도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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