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패널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75%까지 높였다. 지난해 11월 본격 양산을 시작한지 5개월 만의 일이다. 초반 생산 당시 수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했고 애당초 연내 목표율이 70%였던 것을 고려하면 75% 달성은 ‘퀀텀점프’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11일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사내 게시판에 QD-OLED 패널 수율이 75%를 달성했다고 공표했다. 회사 측은 수율 75%를 달성한 임직원의 노고를 치하하며 조만간 수율 90% 이상을 달성하자고 강조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2에서 선보인 55·65·34인치 QD-OLED 패널 /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2에서 선보인 55·65·34인치 QD-OLED 패널 / 삼성디스플레이
QD-OLED는 세계 최초로 퀀텀닷을 내재화한, 백라이트가 없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다. 청색 소자를 발광원으로 쓰며, 적녹청(RGB)의 QD 발광층을 더한다. RGB 픽셀 만으로 색을 구현하며, RGB 컬러를 표현할 때도 밝기가 떨어지지 않아 더욱 선명한 색을 표현할 수 있다. 백색 OLED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OLED(WOLED)와 다른 양산 방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생산능력은 8.5세대(2200x2500㎜) 원장 기준 월 3만장이다. 8.5세대는 65인치 패널 3장, 55인치 패널 2장을 찍어낼 수 있는 크기다. 연간 180만장의 패널을 만들 수 있다. 75%의 수율을 단순 대입하면 135만대의 TV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소니에 더 많은 양의 패널을 적자를 줄이면서 공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번 수율 개선이 QD-OLED 패널 라인을 증설하는 ‘터닝포인트’로 작용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대형 OLED 시장가가 낮게 형성된 탓에 비약적 수율 개선에도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삼성전자가 QD-OLED TV 판매 비중을 늘리는 데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점도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를 망설이는 또다른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3월 미국 홈페이지를 통해 QD-OLED TV(S95B) 65인치와 55인치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65인치 2999.99달러(364만원), 55인치 2199.99달러(267만원)다. 55·65인치 각 3000달러·4000달러에 달할 것이란 관측보다 저렴하게 책정됐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존 네오 QLED 등 최상위 프리미엄 라인업을 유지하고, QD-OLED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예상보다 낮게 책정했다고 평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10월 QD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해 2025년까지 총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QD디스플레이 투자에 3조원쯤을 투자했다.

QD-OLED 수율 75%를 달성한 삼성디스플레이가 연내 추가 투자를 할 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단기적으로 회사 수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QD-OLED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최주선 사장 등 경영진의 부담이 크다. 다만, 미래 기술인 ‘퀀텀나노발광다이오드(QNED)’로의 전환이 시기상조인 만큼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상당 기간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CD 사업에서 적자에 시달린 삼성디스플레이가 전면 철수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처럼, QD-OLED에서도 비슷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추가 투자가 아닌 라인 안정화에 초점을 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