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임상 지역으로 호주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호주에 대한 업계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매우 작은 국내 임상 규모에 발목 잡힌 기업들이 호주로 자리를 옮기면 세제혜택은 물론 글로벌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제혜택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호주에서 임상시험을 추진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늘고있다. / 픽사베이
세제혜택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호주에서 임상시험을 추진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늘고있다. / 픽사베이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을 비롯해 대웅 자회사 아이엔테라퓨틱스, 일리아스바이오로지스, 바이오젠셀, 아이진 등 수많은 혁신 바이오기업들이 호주를 글로벌 임상 전초기지로 선택하고 있다.

호주는 임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임상 진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향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의 허가를 받을 때도 임상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간한 ‘2021년 호주 제약산업 정보’를 보면 호주는 현지 정부로 부터 연구 활동에 대한 세제 혜택은 물론 현지·해외 기업 간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는 등 제약산업의 요람으로 손꼽힌다. 또 투명한 연구 환경과 윤리 규정으로 구축된 신뢰 덕분에 해외 의약품 허가를 받는 데 용의하다. 실제로 호주는 전세계 의약품의 2.7%를 공급할 정도로 제약산업이 발달된 국가다.

우선 셀트리온은 미국 바이오기업인 인할론 바이오파마와 함께 새로운 코로나19 흡입형 항체치료제 임상을 호주에서 진행 중이다. 최근 호주 임상 1상 결과를 도출, 치료제 안전성을 확인했다. 인할론은 지난해 8월 호주 연방의료제품청(TGA)으로부터 건강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이후 24명을 대상으로 투약을 마쳤다.

셀트리온은 이번 임상 결과를 토대로 ‘CT-P63'을 추가한 흡입형 복합(칵테일) 항체치료제의 개발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CT-P63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다. CT-P63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 주요 변이에 대한 중화능을 보였다. 셀트리온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오미크론 변이 대응 시험에서도 강한 중화능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국내 바이오기업 아이진 역시 호주에서 mRNA(메신저리보핵산)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EG-COVID)에 대한 부스터샷 임상에 돌입했다. 아이진은 임상 1상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적 있는 성인 20명에게 후보 물질을 투여해 안전성을 확인한 후,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임상 2a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임상 2a상은 최소 1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대상자 70%는 mRNA가 아닌 기타 플랫폼 기반 백신을 투여 받은 사람, 나머지 30%는 백신 투여 경험이 없는 사람으로 구성된다.

대웅제약 신약 전문 자회사인 ‘아이엔테라퓨틱스’는 비마약성 골관절염 통증 치료제 신약을 호주에서 개발하고 있다. 아이에테라퓨틱스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골관절염학회(OARSI)에서 ‘iN1011-N17’의 호주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아이엔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iN1011-N17은 지금까지 나온 골관절염 통증 치료제들과 달리 효능과 안전성을 모두 만족하는 비마약성 골관절염 통증 치료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계열 진통제나 마약성 진통제 트라마돌보다 앞서는 효능을 전임상에서 입증한 바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엑소좀 기반 치료제를 개발 중인 알리아스바이오로직스는 이달 호주 인체연구윤리위원회(HREC)에서 ‘ILB-202’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ILB-202는 심장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급성신손상(CSA-AKI)을 치료 목표로 하는 항염증물질이다. 급성신손상의 경우 다양한 원인에 의해 신장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질병으로 매년 전세계 1320만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뿐 아니라 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도약을 모색하는 기업도 여럿 존재한다. 바이젠셀은 지난달 호주 현지법인(ViGenCell Australia Pty Ltd.)을 설립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를 통해 바이젠셀은 범용치료제 플랫폼인 바이메디어와 바이레인저의 글로벌 임상 및 기술 수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호주법인 설립 후 4분기에 해외 임상시험계획을 신청하고 향후 라이선스 아웃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호주 법인에서 진행할 첫 번째 임상은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VM-AD’다.

토니모리의 신약개발 자회사 에이투젠 역시 이달 호주 시드니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토니모리에 따르면 에이투젠은 살아있는 미생물 기반의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및 헬스케어 소재를 연구·개발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이다. 고기능성 미생물 소재의 스크리닝,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뱅크, 오믹스 분석 기술을 활용한 작용기전 연구 등을 통합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플랫폼 기술을 연구에 활용 중이다.

회사 측은 호주 현지법인을 통해 해외 임상시험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에이투젠은 올해 호주 법인을 통해 여성생식기 질환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비롯해 최소 2건 이상의 임상 1상을 개시할 계획이다. 현재 호주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할 현지 글로벌 임상수탁기관(CRO)과 임상1상 개시를 위한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주의 경우 세제혜택은 물론 산학연 연계도 체계화돼있어 신약 연구를 위한 최적의 국가로 손꼽힌다"며 "호주 정부도 국내 기업들이 현지 연구활동을 진행해 자국 제약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이점이 있어, 적극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