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간 ‘올레드(OLED) 동맹설’은 2021년부터 꾸준히 제기된 단골 소재다. 현재는 답보 상태다. 양측은 계약기간과 공급 물량·가격 등을 놓고 합의에 애를 먹는다. 서로간 극적인 양보안이 나오지 않는 한 협상 타결은 쉽지않은 처지다.

18일 전자·디스플레이 업계 발언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TV용 OLED 패널 거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급하지 않다는 태도로 일관 중이다. 실제로는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블러핑(bluffing·자신의 패가 좋지 않을 때 상대를 속이기 위하여 허풍을 떠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이 3월 3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언박스 앤 디스커버' 행사에서 오프닝 연설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이 3월 3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언박스 앤 디스커버' 행사에서 오프닝 연설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OLED 패널 거래 협상 시점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며 "2022년형 라인업까지 확정 발표한 상황에서 연내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탑재한 OLED TV가 나올지는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3월 28일 IT조선에 "(LG디스플레이와 OLED 거래는) 아직까지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변동 사항이 있으면 알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3월 북미와 유럽시장에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을 탑재한 QD-OLED TV를 출시했지만, 사실상 주력 제품군에서 제외했다. ‘초대형’과 ‘8K’로 무장한 네오 QLED 만으로 올해 프리미엄 TV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각오다. OLED가 대형화와 8K 화질 구현에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삼성전자 TV 사업에 OLED가 불필요한 존재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TV 생산에 필요한 LCD 패널 70% 이상을 CSOT, AUO, BOE 등 중화권 제조사에 의존해왔다. 공급업체에 휘둘릴 수 있는 이같은 구조는 LCD 가격이 폭등한 지난해부터 TV 사업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삼성전자는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도 2020년 말까지로 예정한 대형 LCD 사업 철수를 2022년까지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OLED TV 출하 비중을 늘려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이 삼성전자가 중화권 제조사에 LCD 패널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쉬운 길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 /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 /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도 삼성전자와 협상이 다급해 보이진 않는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3월 23일 경기 파주시 LG디스플레이 파주러닝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에 OLED 패널 공급 여부와 관련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협상 여지를 남겨놨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의 비중이 지속 확대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요구에 휘둘릴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LG디스플레이 내부에서는 결국엔 삼성전자가 LCD로 일관한 TV 라인업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협상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본다.

하지만 세계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는 대형 OLED TV 패널의 확장성과 수익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선도 있다. LCD 패널과 경쟁을 위해 LG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 공급가격을 과도하게 내린 부분이 없지 않고, LG전자를 제외한 고객사의 OLED TV 비중이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는 2021년 OLED TV 시장에서 64%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반면 2위 소니와 3위 파나소닉의 점유율은 2020년보다 2~3% 하락했다. 절대적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LG전자 이외 제조사는 OLED TV 비중 확대에 소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전자·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선전에 힘입어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지배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나머지 제조사의 OLED TV 전환은 부진하다"며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끌어들이지 못하면 단기 성장 동력을 얻는데 어려움이 있고, 패널 제조사로서 협상력도 강화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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