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 대만 TSMC보다 한발 더 빠른 초미세공정 로드맵을 제시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최근 한계가 드러났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TSMC 추격은 커녕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노리는 인텔에도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반도체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하반기 1세대 3나노 공정인 3GAE(나노 Gate-All-Around Early)를 적용한 반도체의 시험 생산에 들어가고, 2023년에 2세대인 3GAP(3나노 Gate-All-Around Plus) 양산에 돌입한다. 하지만 낮은 수율(양품 비율)로 인해 계획 차질이 불가피하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의 3나노 테스트 양산 라인의 수율은 10%대에 불과하다"며 "특히 3나노 2세대 제품은 2024년까지도 외부 고객에 전달은 어렵고, 1세대 역시 수율이 올라오지 않아 라인업에 들 수 있을지가 의문인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평택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평택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 TSMC의 핀펫(FinFET) 방식보다 전력 효율이 높은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했다. GAA 기술을 적용한 3GAE 공정의 경우 7나노 핀펫 대비 소비전력 50%, 칩 면적 45%의 감소 효과와 35%의 성능 향상을 이뤄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4나노 공정 수율 확보부터 애를 먹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 수율은 35% 안팎으로 추정된다. TSMC 수율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엑시노스는 갤럭시 시리즈 탑재 물량 비율은 60%쯤이었지만, 4나노 엑시노스(4LPE)의 경우 23% 수준의 물량 탑재도 버거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수율 이슈로 최대 고객인 퀄컴과 엔비디아를 잃었다.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는 올해 제품 수주를 TSMC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도 현재 개발 중인 3나노 공정의 차세대 AP 파운드리를 대만 TSMC에 맡길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양산 계획에 맞춰 수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TSMC와 인텔과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된다.

TSMC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3나노 공정 양산 계획을 기존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2022년 하반기부터 3나노 양산을 시작해 매출은 2023년부터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N3E(생산비용을 낮춘 3나노 공정) 공정 도입을 통한 3나노 제품 양산은 2023년 하반기로 계획했다. TSMC 측은 N3E의 수율이 높아져 계획보다 양산 시점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TSMC는 2나노 반도체 양산 시기를 2025년 하반기쯤으로 전망하며, 이를 현실화 할 경우 선단 공정에서 독보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팻 겔싱어 CEO / 인텔
팻 겔싱어 CEO / 인텔
TSMC의 독주 속에 삼성전자와 인텔 간 파운드리 시장 2위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주요 외신은 인텔이 이르면 3년 내 파운드리 시장에서 공정 기술로 TSMC와 삼성전자를 제치고 절대강자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텔은 2나노 공정 도입 계획을 2024년 상반기, 차기 공정인 1.8나노 상용화 계획을 2024년 하반기로 앞당길 예정이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하고 TSMC 추격에 나섰지만, 양사 간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2019년부터 18% 안팎에서 정체된 반면 TSMC는 꾸준히 50% 이상을 유지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6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2021년보다 19.8% 늘어난 1287억8400만달러(161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1위 TSMC의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2021년 53%에서 2022년 3%포인트 오른 56%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21년 18%에서 올해 16%로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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