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5월 방한할 때 넷플릭스 한국법인(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 말을 듣자마자 ‘뭐가 중요해 그런 결정을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대통령이 외교 행사를 위해 타국을 방문한 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자국 기업의 현지 법인을 찾는 일은 사실 보기 드문 일이다.

한국 국회에는 넷플릭스와 구글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할 때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에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돼 있다. 골자는 망 무임승차를 막자는 내용이다. 이들 빅테크 기업의 서비스가 유발하는 인터넷 트래픽이 국내 전체 트래픽에서 상당 규모를 차지함에도 통신망 이용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 나온 법안이다.

만약 통신 강국인 한국이 이런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첫 주자로 통과시킬 경우, 다른 국가들도 유사 법안을 마련할 수 있다. 유럽 등에서 활약 중인 주요 통신 사업자들 역시 빅테크 기업을 향해 망 투자비 분담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넷플릭스와 구글이 국내 법안 처리에 반발하는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이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를 실제 방문한다면, 콘텐츠 사업 현장을 대통령이 직접 챙겼다는 명분과 함께 한국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ISP와 인터넷망 무임승차 논란과 관련한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고 국회 역시 망 사용료 문제를 해소할 법안을 마련하고자 입법을 진행 중인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은 상황에 간접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방문이 쉬운 일은 아니다. 외교 전문가들은 실제 이런 행위가 벌어질 경우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친교를 위해 방한한 미국 대통령이 외교상 불문율을 어기고 특정 기업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것이 국가 위상을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는 설명이다. 미국 내부에서도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한 규제 논의가 활발하고 디즈니플러스 등 다른 미국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망 사용료를 내는 점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넷플릭스 방문 정당성을 낮춘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일정은 5월 21일부터 2박 3일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중 평택 미군 기지와 비무장지대(DMZ), 판문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단지 등을 둘러본다. 콘텐츠 산업과 한미 간 문화 교류를 촉진하겠다는 순수한 목적으로 넷플릭스 지사도 방문할 수 있지만, 다양한 부작용을 고려할 때 적절한 행보는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첫 방한이 한미 간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