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원대의 횡령사고가 발생한 우리금융이 지난 3년간 10억원 가까운 돈을 내부회계 관리제도 감사 및 내부통제 감사를 위해 외부 회계 감사기관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사 하에 내부통제관리위원회를 만들고, 외부 감사까지 진행했지만 내부 직원의 횡령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29일 우리금융이 올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별도내부회계관리제도감사 및 내부통제 감사보수로 2019년 2억5500만원, 2020년 3억500만원, 지난해 3억1900만원 등 총 8억7900만원을 집행했다. 2019년에는 안진회계법인이, 2020년과 2021년에는 삼일회계법인이 감사를 맡았다.

이들 회계감사인은 재무제표 검토 및 감사 등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업무는 물론 미국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의한 재무보고 내부통제 감사 업무를 맡았다. 매년 우리금융지주 감사위원과 회계감사인 대면회의를 통해 논의를 진행했지만, ‘적정’의견 외의 감사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금융은 사업보고서 ‘내부통제에 관한 사항’에서,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회사의 내부통제의 유효성에 대한 감사한 결과, 내부감시장치는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또, 내부회계관리자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문제점 또는 개선방안 등을 제시한 경우 그 내용 및 후속 대책과 관해서도, "해당사항이 없다"고 기재했다.

결과적으로 ‘내부통제구조의 평가’에 대해, "회계감사인으로부터 공시대상 기간동안 내부회계관리제도 이외에 내부통제 구조를 평가 받은 경우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3년간 어느 외부 감사인도 내부통제 및 내부회계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번 횡령 사고로 지금까지의 회사의 감사 체계에 허점이 있다는 게 드러났다. 우리금융은 2019년 국내은행 최초로 글로벌 금융회사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내부통제 시스템 고객알기(KYC)제도를 시행한데 이어, 2020년 3월 내부통제관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기준을 마련했다.

사내 내부통제관리위원회에는 사외이사 1명과 비상임이사 1명, 사내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박상용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이원덕 우리은행장, 김홍태 비상임이사가 위원회 멤버다. 이들은 내부통제체제의 구축 및 운영기준, 운영실태 등을 점검한다. 지난해 다섯 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고 그룹의 내부통제 적정성과 자금세탁방지 활동 등을 보고 받았다.

내부통제관리위원회 멤버인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좌)과 이원덕 우리은행장(우)
내부통제관리위원회 멤버인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좌)과 이원덕 우리은행장(우)
우리은행은 614억원의 횡령사건이 발생했고, 손실예상금액은 미정이라고 28일 밝혔다. 횡령 직원은 2012년, 2015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횡령을 시도하였으며 우리은행은 관련 예치금 반환 준비 과정에서 해당 건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금번 횡령 사건 관련 수사기관의 수사를 의뢰한 상태이며 자체적인 조사도 함께 진행할 예정으로 수사기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며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는 정황과 이후 계좌 관리 상황 등 세부적인 내용은 조사가 진행되는 대로 알려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손희동 기자 sonn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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