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에 활용될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는 실리콘 음극의 안정성을 기존 수명보다 7배쯤 향상할 수 있는 기술이 광주과학기술원(이하, 지스트)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지스트는 3일 김형진 교수(에너지융합대학원) 연구팀에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완성된 실리콘 음극에 그래핀 산화물과 금속 산화물을 적용해 안정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후공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김형진 지스트 교수, 우중제, 김지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 / 지스트
(왼쪽부터)김형진 지스트 교수, 우중제, 김지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 / 지스트
연구팀이 개발한 후공정은 150회 충·방전 동안 93%의 용량을 유지시킬 수 있다. 지스트는 이를 통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전기차의 주행거리 향상을 위해 리튬 배터리에는 음극재로 흑연이 사용되고 있다. 이론적으로 실리콘 음극은 기존의 흑연 음극보다 동일한 부피에서 최대 10배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개발이 가능한 만큼, 확장된 전기차 주행거리를 실현할 차세대 음극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실리콘 음극은 배터리 충전 시 4배쯤 팽창하는 단점이 있다. 팽창한 음극이 방전 시 다시 수축되지만, 이전 같은 형태로 돌아오진 않는다. 실리콘 음극의 변형은 배터리의 안정성에 위협이 되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만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 상용화에 걸림돌이 돼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실리콘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고자 열처리를 통해 다공성의 특징을 띠게 한 실리콘 음극 상에 그래핀 산화물을 용액 공정으로 도포하고 진공 증착법으로 금속 산화물 박막을 코팅했다.

그래핀 산화물은 충‧방전 과정 중에서 실리콘 입자와 응집되면서 전자 전도를 향상시키는 다리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동시에 실리콘 입자의 부피 팽창을 억제하는 완충제 역할도 맡는다. 연구진은 더불어 전해질과의 부반응, 전극의 구조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안정한 특성의 금속 산화물 박막을 전극에 증착해 높은 안정성을 확보했다.

후공정으로 연구팀이 개발한 실리콘 전극은 기존 실리콘 전극 수명의 7배에 해당하는 150회 충‧방전 시험에 성공했다. 기존 실리콘 전극이 20회 동작에서 37%의 저조한 용량 유지율(150회, 1.3%)을 보인 반면,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전극은 150회 동작에서도 93%를 달성했다.

특히, 1시간 내 충전을 위해 고전류를 이용하는 충‧방전 속도 평가에서 기존 실리콘 전극이 고전류 환경에서 정상 작동하지 않은 반면,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실리콘 전극은 원래 용량의 85%를 충전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그래핀 산화물이 충‧방전 과정에서 실리콘 입자와 전기화학적 응집으로 실리콘-탄소 복합체를 자연적으로 형성하여 실리콘의 안정성 개선에 기여하는 현상을 처음으로 규명하기도 했다.

김형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후공정을 통해 부피 팽창에 취약한 음극의 안정성을 개선하는 선례를 제시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며 "향후 고에너지 밀도의 음극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새로운 공정의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