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발자들의 몸값이 치솟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IT 기업들이 동남아 지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베트남 개발자 인건비는 국내보다 2~3배쯤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베트남 R&D센터 조감도 / 삼성전자
삼성전자 베트남 R&D센터 조감도 / 삼성전자
국내에서 개발자를 구하는 일일 점점 더 어려워지자 비용 효율화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지역이 인기가 많다. 베트남은 2020년 기준 전 세계 IT 개발 소싱의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크고 작은 기업들이 개발센터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거나, 새롭게 설립하고 있다.

AI 기업 솔트룩스는 일찍이 2008년 베트남 하노이에 개발센터(VDC)를 개소하고 2019년에는 베트남 법인도 만들었다. 해당 법인에서 제품기술연구본부와 클라우드사업본부의 연구개발용역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업 딥노이드는 연내 베트남에 R&D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개발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들은 물론 중소·중견 기업들 중 일찍이 베트남 SW 개발자를 활용하는 곳도 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 영림원소프트랩은 2006년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2014년에는 네팔 지사를 세워 현지에서 개발 인력을 채용했다. 경리나라로 잘 알려진 웹케시도 2013년 캄보디아 프놈펜에 인적자원개발(HRD)센터를 설립해 개발 전문인력을 양성해왔다.

불어나는 개발자 몸값에 인건비가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개발 인력 확보와 양성에 공을 들인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2억2000만달러(2700억원)을 투자해 아시아 최대 규모 R&D센터 (SVMC)를 하노이에 설립 중이다. 2022년 말 완공이 예정돼 있다. 새로운 R&D 센터가 가동되면 현재 2200여명인 삼성 베트남 모바일 R&D센터(SVMC)의 직원 수는 최대 3000여 명으로 늘어난다.

전장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LG전자는 2020년 말 다낭에 자동차 부품 R&D 센터를 오픈했다.

네이버는 2021년 5월 베트남 IT 분야의 고등연구기관·대학인 PTIT(우정통신대학)과 공동 AI 센터를 설립했다. 앞서 2020년 네이버는 베트남 하노이과학기술대(HUST)와 IT 인재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을 진행했다. 하노이과학기술대는 베트남의 명문 공과대학이다. 네이버 경영진들은 베트남 대학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에 나서기도 했다. 네이버는 호치민시 10군에 개설할 네이버랩스 프로그래밍센터에서 일할 IT 개발자 300여명을 오는 2023년까지 모집할 계획이다.

국내 3대 게임사인 엔씨소프트도 2020년 베트남 호치민에 3D 그래픽 개발사인 '엔씨 베트남 비주얼 스튜디오'를 설립한 뒤 현지 개발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베트남 개발 인력 연령대와 거주지역, 성별 관련 통계 / TOPdev 보고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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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업들이 베트남에 연구거점을 마련하는 이유는 베트남의 경제 성장률이 높고, 최첨단 정보기술(IT)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인구의 비중이 높고, 교육 수준도 높은 편이다 보니 우수한 커뮤니케이션과 개발 능력을 지닌 개발자들이 많이 배출된다.

베트남 IT전문 채용포털 탑데브(TOPdev) 조사결과를 보면 2020년 기준 대부분의 개발자는 밀레니얼 세대로 20~29세 사이 개발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내 AI 기업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들도 개발자 풀 확보를 위해 베트남으로 많이 간다"며 "국내 개발자보다 인건비가 훨씬 저렴한데다 생각보다 개발자들의 개발 능력도 나쁘지 않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