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IT] 다가오는 '비대면 진료' 시대…산업적 시각보다 환자 우선돼야

입력 2022.05.10 06:00

코로나19 대확산으로 환자가 직접 의사를 찾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자 국가가 ‘임시’ 허용한 비대면 진료가 점점 공식화 돼 가는 분위기다. 새정부의 국정과제 속에 비대면 진료가 포함되면서 더이상 환자가 병원을 직접 찾지 않아도 의료 서비스를 받는 일이 머지않아 일상화된다.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와 정치인들이 비대면 진료 산업계를 방문하고 의료계에서는 다양한 대응 방안들이 모색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산업적 측면만 바라보는 정책 논의보다 환자 중심의 신중한 판단이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과 환자간 원격의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020년 2월부터 한시 허용된 것이다. 코로나 시대 비대면 진료는 970만건으로, 의료계가 우려한 바에 비해 많은 횟수가 이뤄졌다.

다만 비대면 진료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재진 환자만 허용해야 한다는 의료계와 초진 환자도 허용해야 한다는 산업계의 입장이 대치되고 있어 수많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의약단체와 제31차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를 열고 비대면 진료 협의체 운영에 대해 논의했다. 이자리에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전용 의료기관, 배달 전문약국 등이 나타나지 않도록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대한약사회는 처방전 위조·중복사용, 의약품 오배송, 지역약국체계 붕괴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별개로 플랫폼 악용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진료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화를 주문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처방과 조제를 토대로 특정 요양기관에 비대면 진료 쏠림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요양기관당 또는 의사·약사당 진료 건수를 제한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정부가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 움직임을 보이자 한국경제인총연합회(이하 경총)도 가세했다. 경총은 "OECD 국가 중 한국을 포함해 6개국 뿐만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다"며 "한국은 35년째 시범 사업 중인데 팬데믹 이후 국민적 공감대를 감안해 의료법 개정 통해 원격의료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에 따르면 OECD 38개국 중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 스위스, 터키, 칠레, 체코, 에스토니아 등이다. 법에 전면 허용을 명시한 국가(25개국), 법에 제한적 허용을 명시한 국가(4개국), 법에 명시하지 않고 전면 허용한 국가(3개국)로 분류했다.

경총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원격의료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한국도 일부 비대면 진료를 한시 허용했지만 여전히 의료법 상 규제가 남아있다"며 "의료 사각지대 해소 및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전면적인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간 비대면 진료를 반대한 의료계 역시 시대 흐름에 맞춰 진료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보조적으로 진행해야 하며,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접근성과 의료전달체계 시스템 등을 고려했을 때, 접근성만 높이는 비대면 진료가 꼭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메디컬 쇼핑(의료 쇼핑) 문제와 의료전달체계 시스템 붕괴, 환자 안전 등의 우려점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한국의 의료 접근성은 전 세계 최고다. 국민이 집 밖으로만 나가면 전문의를 손쉽게 만날 수 있다"며 "의사들은 국민이 전문의를 쉽게 만나 대면 진료가 가능한 상황에서 꼭 비대면 진료로 가야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치료에 정말 안전하고 올바른 진료 행위인지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법적인 문제, 안전성 문제 등의 확보 없이 성급하게 시행하다 보면 결국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전문 의료인들은 당선인 측이 의료진이 아닌 플랫폼 업체를 먼저 만나 비대면 진료를 논의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권인호 동아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통령 당선인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겠다는 얘기를 의료진이 아니라 플랫폼 업체를 만나서 이야기했다. 제도화시 일어날 일에 대해 의료진과 한 마디 상의도 없었는데 이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며 "진찰료를 갖고 플랫폼 업체들이 수익을 나눠야 하는데, 수가는 진찰료가 전부이기 때문에 산업계가 수익성을 낼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이다"고 답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비대면 진료라는 미래적이며 이상적인 개념을 무작정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수많은 장애물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의사를 손쉽게 골라 진료를 볼 수 있지만, 자신에게 맞는 의사를 찾는다며 진료 의료진을 수차례 변경할 경우 의료보험료가 상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인기있는 의사를 중심으로 대형 의료기관만 살아남고 지역 중심의 중소형 의원들은 점점 자리를 잃어 결국 승리자만 살아남는 쏠림현상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복지부는 의료계와 산업계 모두의 의견을 듣고 비대면 진료로 발생할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고형우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복지부는 플랫폼 업체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고, 보건의료정책적 차원에서 제도화하려 한다"며 "초진환자보단 재진환자 대상, 의원급 중심이 될 것이며, 대상자도 도서지역∙취약지역 거주자나 거동불편 환자, 만성질환자 등으로 제한할 방침이다"며 "의료계의 우려를 최소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보건의료정책은 개념적인 이상보다 실제 벌어질 수많은 상황을 고려하고 대비해야 한다. 새로운 차원의 비대면 진료는 분명 의료 혜택을 보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희망적일 수 있지만 분명 이상적인 효과와 함께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요소가 충분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산업계와 의료계를 연결하고 다양한 대응방안을 고민해야할 복지부의 역할이 막중하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컨트롤타워를 설립해 비대면 진료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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