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미국에선 지급하고 한국에선 안주는 '이것'

입력 2022.05.11 06:00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콘텐츠 창작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해 주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 창작자 권리 보장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저작권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 / 픽사베이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코리아가 국내 콘텐츠 창작자에 ‘재상영분배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재상영분배금이란 우리나라 방송국이 작품을 ‘재방송' 할 때마다 작가·출연자에 저작인접권료(저작물을 일반 대중이 향유할 수 있도록 매개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이에게 지불하는 비용)를 지불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넷플릭스 같은 OTT는 ‘재방송' 개념은 없지만, 플랫폼에서 작품을 계속 서비스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추가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이 주요국 가운데 재상영분배금 지불이 이뤄지지 않는 국가에 속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시) 넷플릭스가 콘텐츠 저작권을 모두 가져가고, 그 대신 제작사에 안전 마진 10-20%쯤을 보장해주는 형태의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며 "넷플릭스는 ‘제작사’에 제작비용을 넉넉하게 보장해주는 대신, 콘텐츠가 플랫폼에서 수년간 서비스되는 데 따른 ‘창작자의' 기여를 별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미국 넷플릭스 본사의 경우 2020년부터 콘텐츠를 제작한 감독과 작가 등 창작자에 ‘재상영분배금(Residual)’을 보장하고 있다. 당시 미국 감독 등이 소속된 미국감독조합(Director’s Guild of America)이 넷플릭스 등 OTT가 포함된 미국제작자협회(AMPTP)와 협상을 통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작가조합도 협상을 통해 넷플릭스 등 OTT로부터 재상영분배금을 지불받고 있다.

유럽과 남미 지역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는 해당 지역에서 재상영분배금을 창작자에 분배한다. 해당 국가에서는 이를 ‘공정보수'(Fair Remuneration)’로 부른다. 미국의 ‘재상영분배금'과 마찬가지로, 작품이 일정 기간 동안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는 데 따른 기여를 인정해준다.

일본에서는 저작권 보호 강화 움직임도 나타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넷플릭스가 아닌 제작사가 갖는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작품의 저작권 중 일부인 ‘단독방영권'만을 가져간다. 또는 넷플릭스가 제작사와 ‘2차적 저작물 활용 권한'을 공유하는데 그친다. 이는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 사회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넷플릭스가 받아들인 결과다.

이에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이를 ‘공정보상권' 개념으로 명명하고 넷플릭스 등 OTT에서 창작자가 만든 콘텐츠가 지속 서비스된다면, 그 기간동안 추가적인 사용료를 정산해야 옳다고 주장한다.

반면 넷플릭스는 각 국가별 구체적 계약 내용 차이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창작자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다"며 "상호간 계약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작품 상황에 따라 형식이 상이해 세부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재상영분배금을 요구하기에 앞사 현행 저작권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별도의 특약이 없는 한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을 감독과 작가 등 창작자가 제작사에 양도한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같은 OTT에 ‘재상영분배금'을 정산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창작자의 권리(‘영상물의 부가적 사용에 대한 저작권’)가 부재한 셈이다. 이로 인해 창작자의 협상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 외에도 여러 OTT들이 우후죽순 등장한 상황에서 일일이 협상을 개시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OTT에 재상영분배금 도입을 관철시키려면 우리나라 저작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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