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첫 분기 성적표를 받은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사진)가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현 전 대표의 바톤을 성공적으로 넘겨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10일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2132억원으로 전년 동기(3472억원) 대비 38.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47.11% 급감한 1411억원으로 나타났다.

브로커리지 부문 부진이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위탁매매 수수료는 1790억원으로 전년 동기(2760억원) 대비 35.3% 감소하면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국내외 증시 거래대금이 줄어든 탓이다. 1분기 국내주식 시장 거래대금은 1333조원으로 전년 동기(2279조원) 대비 41.51% 줄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 시장 거래대금도 143조원에서 113조원으로 21% 감소했다. 이에 따라 1분기 국내주식 수수료 수익은 1505억원에서 838억원으로,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576억원에서 331억원으로 각각 44.32%, 42.53% 줄었다.

같은 기간 기업금융 수수료는 8.2% 증가한 430억원을 기록했다. 금리 상승 영향에도 DCM 부문 실적 개선에 따른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DCM 부문은 36억원에서 50억원으로 38.89% 증가했다. 반면 ECM 부문은 전년 동기(49억원) 대비 73.47% 급감한 13억원에 그쳤다.

실적 부진으로 주가 역시 하락세를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11일 장중 한때 8만5500원까지 주저앉으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11일 종가 기준) 19.81% 하락했다.

증권업계에서도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13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메리츠증권은 11만5000원에서 11만원으로, 대신증권은 14만원에서 11만5000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15만원에서 13만원으로 내렸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주식 거래대금 하락 부담을 해외주식과 파생에서 상당부분 만회하며 예상보다 브로커리지 수지는 양호했다"며 "운용수익의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의 영향으로 부진했고 타사대비 보유 채권 규모가 작고 ELS 자체 헤지 비중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올해가 황 대표의 경영능력 입증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주력 사업 부문인 리테일 실적이 크게 꺾이면서 IB 부문 강화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2000년 키움증권에 합류한 이후 중국현지법인장, 투자운용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겸 리테일총괄본부장, 그룹전략경영실장 등을 역임했다. 올해 1월 1일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키움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국내 증권사 중 9번째로 종투사로 지정됨에 따라 활용 가능한 신용공여한도가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확대되고 기업신용공여업무가 가능해졌다. 초대형 IB로의 도약도 준비 중이다. 작년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3조8000억원으로 연내 초대형 IB 자격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ECM의 경우 1분기 신규 상장된 기업 자체도 거의 없는 등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 실적이 감소했다"며 "종투사 지정에 따라 기존에 하지 않았던 업무로 영역을 확장할 예정으로 M&A인수금융, 중소기업여신 등 기업의 성장과정 전반에 필요한 자금 수요와 자문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투자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투사 지정에 따라 종합금융팀을 신설해 신용공여 한도를 전략적으로 배분하고 적절한 자금 활용 계획 등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초대형IB 도약 역시 체계적으로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