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화 긴축에 국내외 증시가 휘청이자 상장(IPO)을 준비 중이던 IT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상장을 아예 철회하거나 일정을 연기하는 곳이 증가 추세다.

12일 한싹은 2022년 추진하기로 했던 IPO를 2023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보안 대장주로 기대를 한몸에 받던 SK쉴더스의 상장철회도 전략적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주식시장의 침체상태가 계속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싹은 기술특례가 아닌 실적기반 상장을 준비 중이다.

증시 하락 관련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증시 하락 관련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기술특례 상장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외부 검증기관을 통해 심사한 뒤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도다.

한싹 관계자는 "SK쉴더스의 상장 철회 발표 전부터 올해 증시가 좋지 않으니 2022년 실적까지 반영해 2023년 상장하는 것을 주관사가 권유한 상황이었다"며 "SK쉴더스의 철회가 상장을 더 전략적으로 준비하게된 계기가 되긴 했다"고 말했다.

5월 IPO를 준비 중이었던 SK스퀘어의 자회사 SK쉴더스와 원스토어는 최근 연이어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올해 기술특례 상장을 준비 중이던 또 다른 사물인터넷(IoT) 보안기업 노르마도 2023년으로 상장일정을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원래대로 올해 하반기에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악성코드 탐지·차단 전문업체 시큐레터는 연내 상장을 계획대로 준비 중이다. 시큐레터는 올 초 하반기 기술특례 상장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클라우드 기업들 역시 IPO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상장을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클라우드 가상화 기업 틸론과 클라우드 컴퓨팅 전문기업 이노그리드도 하반기 IPO를 준비 중이다. 이노그리드는 10일에도 한국투자증권, 오픈워터인베스트먼트, 우신벤처투자, 라이프자산운용 등 국내 기관투자자와 벤처금융으로부터 51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노그리드는 기술평가를 거쳐 하반기 기술특례를 통해 토종 클라우드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시장 상장심사 신청을 목표로 한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의 이동을 노리는 틸론도 앞서 3월 50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노그리드와 틸론 모두 기술특례 상장을 준비 중이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SK쉴더스가 대형 보안주로 재평가 받고,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던 보안 기업들이 실망하는 분위기는 있지만,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다 저평가를 받는 것 보다는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맞았다고 본다"며 "현재 보안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 대형주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것은 기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장의 문제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가 급한 경우가 아닌 이상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기업들은 저렴하게 공모가를 시작하더라도 나중에 시장이 좋을 때 주가가 많이 올라가는 것이 나쁘지 않다 생각해 계속 상장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