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금융지주들이 사상 최대 분기 수익을 거뒀다. 여기에는 순이자마진 개선에 따른 이자수익 급증이 한몫했다. 거의 모든 금융지주사들, 특히 주력 계열사인 대형은행들이 금리인상분을 대출금리에 신속하게 반영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수월하게 이자장사를 했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전체 이익에서 비이자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이익 규모와 증감 추이에 따라 ▲얼마나 균형있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갖췄는지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는 돼 있는지 ▲자회사가 우량 또는 부실한지 판별할 수 있는 척도가 돼 무시할 수 없다.
5대 금융지주 1Q 비이자이익 전년比 18.8% 감소…이자이익 선전과 대조
15일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사가 발표한 올 1분기 비이자 부문 이익은 3조26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8761억원 보다 6147억원(18.8%) 감소했다. 이자이익 증가로 전체 수익이 늘어나 사상 최고 분기 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사실 올 1분기 비이자 이익은 시장에서 기대치가 낮았던 부분이다. 금리상승과 주가하락으로 유가증권 손익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수수료 역시 물가급등에 따른 소비부진,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딱히 이렇다할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그 와중에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의외의 선전을 펼쳤다. 하나금융은 해외 비즈니스 네트워크 확대 전략이 먹혔고, 우리금융은 수수료 부문의 성장과 외환 및 파생 손익, 대출채권 평가익, 매매 손익의 증가 등의 요인이 이익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지주 역시 시장 컨센서스 대비 양호한 선전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NH농협 비이자 이익 반토막…도대체 무슨일이?
비이자 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금융지주사는 거의 반토막 나다시피한 NH농협금융이다. 농협금융지주도 이자 이익은 견조했다. 전년 동기대비 6.3% 늘어난 2조195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총 영업이익 2조2540억원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11.9%p 상승한 97.4%를 기록, 사실상 이자장사만 한 셈이 됐다.
NH농협의 비이자 이익 부진은 각 계열사별 실적을 확인하면 도드라진다. 농협은행이 보유한 유가증권 관련손익이 91%(1094억원)나 쪼그라 들었고, NH투자증권이 거둬들인 수수료 수익이 32%(1105억원) 감소했다. 주식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수료 수익이 줄고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떨어진 영향이다.
특히 농협은행의 비이자이익이 108% 빠지면서 이자이익 쏠림 현상이 더욱 도드라졌다. 농협은행의 이자이익은 1조566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1.5% 늘었다. 총 영업이익 1조5570억원보다 오히려 90억원을 웃돈다. 이에 총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00.5%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채권 보유 비중이 많은 NH농협생명의 채권 평가손 급증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NH농협생명은 2020년 9월 채권 재분류를 단행, 급락하던 지급여력비율(RBC)을 가까스로 끌어 올렸다. 하지만 이것이 금리상승기를 맞아 독배가 됐다. 농협생명의 영업이익은 올 1분기 686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10% 감소했다. 이 과정에 지난해 말 3조9844억원이던 자본은 2조3259억원으로 무려 41%나 급감했다.
농협금융이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원인도 이 때문으로 관측된다. 올해 1분기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은 596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주요 계열사들이 보유한 채권이 금리 인상의 직격타를 맞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채권 가격 손실에 따라 비이자이익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이자이익 비중이 올라갔다"며 "이자이익에 치중했다거나 신사업에 소홀했기 때문으로는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비은행 사업 강화로 비이자비중 증가…KB금융도 리스크 관리 ‘위험’
국민은행의 비이자이익이 2240억원에서 1040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하면서, 이자이익 비중이 95%를 넘어선 탓이다. 국민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증시 부진과 금리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에 따라 KB금융의 기타영업손익은 전년 동기대비 63.7%, 수수료수익은 5.4% 줄었다.
이 가운데 이자이익 증가분이 22.7%나 되는 우리금융의 실적에 주목할만 하다. 우리금융은 올 1분기 1조9880억원의 이자이익을 기록, 지난해 1분기보다 3680억원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 총 영익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81.5%에서 83.8%로 2.3%포인트 늘었다. 비이자이익이 3670억원에서 3830억원으로 4.4% 늘어난 영향이다.
하나금융그룹도 비이자이익이 6.3% 늘면서 나름 선전한 편에 속한다. 수수료 수익이 3.3% 줄었지만, 외환 매매 경쟁력이 반영되면서 매매와 평가이익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자이익이 17.2% 증가하면서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격차는 조금 더 벌어졌다. 이자이익 비중은 1.6%포인트 늘어난 80.1%다.
신한금융이 거둬들인 이자이익은 2조488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7.4% 늘어난 반면, 비이자이익은 4.3% 줄었다. 수수료 수익이 9.2% 늘었지만 증시 부진으로 유가증권 손익과 보험관련 이익이 감소한 결과다. 총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67.3%에서 71.6%로 4.3%포인트 증가했다.
올 1분기 5대 금융그룹의 이자이익은 11조338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6.2% 증가했다. 이자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67.8%에서 75.5%로 7.7%포인트 증가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