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금융지주들이 사상 최대 분기 수익을 거뒀다. 여기에는 순이자마진 개선에 따른 이자수익 급증이 한몫했다. 거의 모든 금융지주사들, 특히 주력 계열사인 대형은행들이 금리인상분을 대출금리에 신속하게 반영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수월하게 이자장사를 했다.

하지만, 비이자부문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자수익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개선된 금융지주사가 있는 반면, 의외로 큰폭의 감소로 전체 이익에 영향을 미친 지주사도 있다. 비이자이익은 수수료 손익과 운용 손익, 주식이나 채권 등의 자산 평가이익, 환차익, IB 또는 신탁 수익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돼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전체 이익에서 비이자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이익 규모와 증감 추이에 따라 ▲얼마나 균형있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갖췄는지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는 돼 있는지 ▲자회사가 우량 또는 부실한지 판별할 수 있는 척도가 돼 무시할 수 없다.

5대 금융지주 1Q 비이자이익 전년比 18.8% 감소…이자이익 선전과 대조

15일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사가 발표한 올 1분기 비이자 부문 이익은 3조26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8761억원 보다 6147억원(18.8%) 감소했다. 이자이익 증가로 전체 수익이 늘어나 사상 최고 분기 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NH농협금융의 비이자 이익이 47.2% 줄어든 3139억원에 그치면서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어 KB금융이 23.7% 줄어든 1조757억원을, 신한금융이 4.3% 감소한 9863억원이다. 반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6.3%와 4.4% 증가한 5025억원과 3830억원을 기록,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사실 올 1분기 비이자 이익은 시장에서 기대치가 낮았던 부분이다. 금리상승과 주가하락으로 유가증권 손익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수수료 역시 물가급등에 따른 소비부진,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딱히 이렇다할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그 와중에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의외의 선전을 펼쳤다. 하나금융은 해외 비즈니스 네트워크 확대 전략이 먹혔고, 우리금융은 수수료 부문의 성장과 외환 및 파생 손익, 대출채권 평가익, 매매 손익의 증가 등의 요인이 이익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지주 역시 시장 컨센서스 대비 양호한 선전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NH농협 비이자 이익 반토막…도대체 무슨일이?

비이자 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금융지주사는 거의 반토막 나다시피한 NH농협금융이다. 농협금융지주도 이자 이익은 견조했다. 전년 동기대비 6.3% 늘어난 2조195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총 영업이익 2조2540억원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11.9%p 상승한 97.4%를 기록, 사실상 이자장사만 한 셈이 됐다.

NH농협의 비이자 이익 부진은 각 계열사별 실적을 확인하면 도드라진다. 농협은행이 보유한 유가증권 관련손익이 91%(1094억원)나 쪼그라 들었고, NH투자증권이 거둬들인 수수료 수익이 32%(1105억원) 감소했다. 주식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수료 수익이 줄고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떨어진 영향이다.

특히 농협은행의 비이자이익이 108% 빠지면서 이자이익 쏠림 현상이 더욱 도드라졌다. 농협은행의 이자이익은 1조566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1.5% 늘었다. 총 영업이익 1조5570억원보다 오히려 90억원을 웃돈다. 이에 총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00.5%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채권 보유 비중이 많은 NH농협생명의 채권 평가손 급증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NH농협생명은 2020년 9월 채권 재분류를 단행, 급락하던 지급여력비율(RBC)을 가까스로 끌어 올렸다. 하지만 이것이 금리상승기를 맞아 독배가 됐다. 농협생명의 영업이익은 올 1분기 686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10% 감소했다. 이 과정에 지난해 말 3조9844억원이던 자본은 2조3259억원으로 무려 41%나 급감했다.

농협금융이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원인도 이 때문으로 관측된다. 올해 1분기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은 596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주요 계열사들이 보유한 채권이 금리 인상의 직격타를 맞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채권 가격 손실에 따라 비이자이익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이자이익 비중이 올라갔다"며 "이자이익에 치중했다거나 신사업에 소홀했기 때문으로는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비은행 사업 강화로 비이자비중 증가…KB금융도 리스크 관리 ‘위험’


농협금융 다음으로 이자이익 비중이 많이 늘어난 곳은 KB금융그룹이다. 올해 1분기 KB금융의 이자이익은 2조648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8.6% 증가했다. 이자이익이 총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1.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포인트 늘었다.

국민은행의 비이자이익이 2240억원에서 1040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하면서, 이자이익 비중이 95%를 넘어선 탓이다. 국민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증시 부진과 금리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에 따라 KB금융의 기타영업손익은 전년 동기대비 63.7%, 수수료수익은 5.4% 줄었다.

이 가운데 이자이익 증가분이 22.7%나 되는 우리금융의 실적에 주목할만 하다. 우리금융은 올 1분기 1조9880억원의 이자이익을 기록, 지난해 1분기보다 3680억원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 총 영익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81.5%에서 83.8%로 2.3%포인트 늘었다. 비이자이익이 3670억원에서 3830억원으로 4.4% 늘어난 영향이다.

하나금융그룹도 비이자이익이 6.3% 늘면서 나름 선전한 편에 속한다. 수수료 수익이 3.3% 줄었지만, 외환 매매 경쟁력이 반영되면서 매매와 평가이익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자이익이 17.2% 증가하면서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격차는 조금 더 벌어졌다. 이자이익 비중은 1.6%포인트 늘어난 80.1%다.

신한금융이 거둬들인 이자이익은 2조488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7.4% 늘어난 반면, 비이자이익은 4.3% 줄었다. 수수료 수익이 9.2% 늘었지만 증시 부진으로 유가증권 손익과 보험관련 이익이 감소한 결과다. 총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67.3%에서 71.6%로 4.3%포인트 증가했다.

올 1분기 5대 금융그룹의 이자이익은 11조338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6.2% 증가했다. 이자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67.8%에서 75.5%로 7.7%포인트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마다 자본 구성이 다른 결과다. 비이자이익 비중이 높은 곳은 주식 시장이 좋지 않아 펀드나 신탁 수수료 하락 영향을 크게 받았을 것"이라며 "유가증권이나 외환파생손익은 환율이나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