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코리아 폐막, 포스트 코로나 속 'K바이오' 미래 제시하다

입력 2022.05.14 06:00

국내 최대 보건산업 행사인 ‘바이오 코리아 2022’가 사흘간의 여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포스트 코로나와 미래 혁신기술’을 주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바이오헬스 산업 기술의 변화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개최된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22’ 출입문 / 김동명 기자
바이오 코리아 2022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충청북도가 공동 개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행사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11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됐다. 특히 올해 행사에서는 콘퍼런스, 전시, 비즈니스 포럼, 인베스트페어 등 주요 프로그램들이 오프라인 중심으로 개최됐다.

우선 콘퍼런스는 첨단치료기술, 디지털헬스, 기술비즈니스 등 14개 주제 21개 세션을 통해 7개국 150여명의 바이오헬스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최신 산업 및 기술 동향을 공유하는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또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수행하는 항암신약신치료개발사업단,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 글로벌 백신선도사업단,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등 연구단체가 다수 참여해 면역항암제, 백신, 재생의료, 마이크로바이옴, 알츠하이머 등 첨단치료기술 개발과 사업화 현황을 공유했다.

비즈니스 파트너링으로는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머크(Merck), 베링거인겔하임(Boehninger lngelheim)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종근당, 한미정밀화학, 동국제약 등 국내 기업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비즈니스 섹션을 통해 대면 미팅은 물론 24시간 운영하는 온라인 미팅을 진행해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해외 대사관 및 투자청 교류 눈길…해외 진출 기회 모색

호주와 캐나다 등 해외 대사관들이 참여해 부스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주한호주대사관 무역투자대표부는 다방면에 걸친 호주의 역량을 홍보하며,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비즈니스 환경을 선보였다.

주한호주대사관 전시 부스 / 김동명 기자
주한호주대사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호주의 세계적인 생명과학 기술을 국내에 선보이고, 생명과학 분야에서의 한국-호주 파트너십을 지원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했다.

호주 바이오산업협회인 ‘오스바이오텍(AusBiotech)’을 비롯해 임상, mRNA, 계약 제조, 재생 의학, 의료 연구 및 디지털 보건 분야 등 광범위한 역량을 대변하는 20개 호주 기업이 소개됐다. 행사 기간동안 알츠하이머 및 재생의학 분야의 저명한 발표자들이 콘퍼런스 세션에 참석해 국내 전문가들과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생명과학 분야 세계 100위 대학 순위에 호주 대학이 7개 랭크돼 있을 정도로 호주는 바이오업계에서 높은 연구 성과와 인프라를 지닌 나라다. 2019~2020년 호주정부는 12억8000만달러를 보건 및 의료 연구에 직접 투자한 바 있다.

호주정부는 추후 3년간 보건의료 연구에 66억달러를 더 투입할 계획이다. 의료 및 의료 연구를 위한 지속적인 자금 지원을 제공하는 의료 연구 미래 기금(MRFF)도 구상 중이다.

아울러 호주는 백신 개발, 합성 생물학, 면역 치료, 종양학, 신경학 분야에 우수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에 기반한 번역약물 발견 및 연구협업 과정을 지원하는 혁신적인 파트너십 모델의 기회를 제공한다.

주한캐나다대사관은 한국과 개방혁신을 도모하고자 이번 바이오코리아를 통해 제약바이오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을 주최했다.

캐나다 제약시장 전문가로 현지 전문 컨설팅사인 이노마 스트래터지(Innomar Strategies)의 샌드라 앤더슨(Sandra Anderson) 부사장과 한국측 연사인 허경화 한국의약품혁신컨소시엄 대표가 각각 양국의 산업 현황과 발전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하나제약과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 캐나다 바이오제약사 볼드 테라퓨틱스(Bold Therapeutics)에서 협력 성과 및 노하우를 공유하고, 현장 참여기업과의 네트워킹 시간도 가졌다.

캐나다는 세계적 수준의 임상실험 기반이 조성돼 있어 많은 다국적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눈여겨보는 국가 중 하나다. 특히 온타리오주는 지리적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체의 거점시장인 보스턴과 근접해 있어 전략적 협력이 용이한 이점이 있다. 캐나다와의 협력은 향후 국내 기업의 북미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메타버스가 접목된 체험현장…박람회 미래 제시

이번 행사는 메타버스가 접목된 홍보관이 마련됐다. 메타버스 기업으로는 ▲뉴베이스 ▲인그래디언트 ▲룩시드랩스 ▲테트라시그넘 ▲테크빌리지 ▲엠투에스 등 6개 기업이 참여했다. 홍보관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가상 수술실, 진단, 치료, 안전 교육 등을 제공해 보건의료와 결합한 4차 산업혁명을 경험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바이오코리아 메타버스 존(METAVERSE ZONE)과 체험형 VR 교육 홍보관 / 김동명 기자
기업인들 이외에 사람들이 가장 모였던 현장도 메타버스 홍보관이었다. 학생부터 일반 참여자까지 누구나 각종 의료 현장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행사시간 내내 놀이기구 대기줄을 방불케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특히 AI 강사가 교육하는 심폐소생술(CPR) 교육과 VR 뇌질환 재활치료 프로그램이 인기였다. 뉴베이스는 간호사들이 헤드셋을 착용하고 가상의 폐렴환자를 진단·치료하며 환자 모니터 적용, 비인두 흡인, 카테터 삽입 등 다양한 의료행위를 학습할 수 있는 VR 간호 시뮬레이션을 선보였다.

테트라시그넘은 AI 강사와 상황에 따른 심폐소생술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VR 솔루션을 선보였다. 5가지 센서가 내장된 마네킹과 체험자의 손과 시선을 인식하는 VR 헤드셋을 통해 집중도를 높이고 데이터 기반 피드백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테크빌리지는 뇌질환 환자들을 위한 VR 재활치료 솔루션 ‘리햅웨어’을 공개했다. 뇌졸중,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환자들이 VR 기기를 착용하고 캐치볼, 공기방울터트리기, 운석피하기, 실로폰연주, 블록쌓기 등 훈련을 수행하면서 운동기능과 인지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

첨단 기술 홍보 활발…비즈니스 교류의 장 열려

이번 바이오코리아 2022에서는 다양한 기업들이 첨단 기술을 선보이며 바이어들과 대면 계약을 체결하는 등 활발한 비즈니스 교류가 펼쳐졌다.

두산 ‘SiO2’ 부스 / 김동명 기자
우선 의약품 보관용 첨단 소재 기술을 선보인 두산의 부스가 행사장 전면에 배치됐다. 두산은 지난해 12월 미국 ‘SiO2 머티리얼즈 사이언스’에 1억달러(1284억원)를 투자하고,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독점 사업권을 확보하면서 바이오 사업에 진출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SiO2의 기술을 소개하고 ▲바이알(Vial) ▲사전 충전형 주사기(PFS) ▲채혈 튜브(BCT) 등 제품 샘플을 전시했다. 또 협동로봇을 활용해 생산 공정의 일부를 시연하고, 해당 공정을 동영상으로 선보이며 바이어 유치에 적극 나섰다.

전시장 전면에 큰 부스를 차지하고 있는 에이비엘바이오도 눈길을 끌었다. 올해 초 프랑스 사노피와 1조원대 기술이전 계약에 성공한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행사에서도 참가 기업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행사 둘째날 섹션 연자로 직접 참여해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소개하기도 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부스 전시와 인베스트 페어를 통해서도 자사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와 이를 활용한 파이프라인 등을 소개했다.

(왼쪽부터) 에이비엘바이오와 싸토리우스 부스 / 김동명 기자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중국 난진광 전장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는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 바이오 기업과 활발한 교류를 진행했다.

진스크립트는 미국에도 연구 개발 및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법인을 설립해 에이비엘바이오와 유틸렉스 등 국내 바이오텍과 교류하며 CDMO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물리학·양자역학 인공지능(AI) 신약개발 기업 팜캐드는 AI 기반 신약 후보물질 개발 성과를 공유했다. 팜캐드는 바이오기업 아이진 등이 주축이 된 mRNA 백신 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해 mRNA 백신의 항원 설계를 담당하기도 했다.

팜캐드는 이번 행사를 통해 후보물질 발굴에서부터 리보핵산(RNA) 백신 개발, 약물전달시스템(DDS), 프로탁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팜캐드의 기술력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밖에 인천 송도에 3억달러 투자를 결정한 백신 원부자재·장비 독일 기업 싸토리우스, 세포배양배지 전문 기업 아지노모도제넥신 등 바이오 기업의 기초산업을 담당하는 기업들의 다수 참여했다.

일상회복 기대감 힘입어 다양성 증대…국내 참여 기업 수 아쉬워

이번 바이오코리아는 일상회복을 앞두고 열린 대형 행사인 만큼 의료산업 전반에 걸쳐있는 모든 분야의 기업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대형 병원들이 거대한 전시장을 차려 산‧학 협력에 나섰고, SD바이이오센서, 지노믹트리 등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목받은 백신, 진단키트 분야 기업들의 선전도 관찰할 수 있었다.

또 각종 주제로 진행된 컨퍼런스를 통해 전세계 바이오 현황을 공유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합친 하이브리드 형식을 채택함으로써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활발한 컨퍼런스 참여를 유도했다.

다만 존슨앤드존스와 머크 등 글로벌 기업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형 바이오기업이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다. 셀트리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세계 CDMO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행사 규모도 아쉬웠다. 국내 최대 바이오 행사라고 하지만 코엑스 C홀 컨벤션장 하나만 사용하는 등 명성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해 초에 열린 국내 최대 의료기기 행사인 키메스가 코엑스 행사장 대부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바이오코리아 2022 규모는 눈에 띄게 작은 편이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관계자는 "전통 제약사는 그렇다쳐도 국내 바이오 산업계의 거대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아 힘이 빠진 건 사실이다"며 "판교에 밀집해 있는 수 많은 바이오벤처들 역시 상당수가 이번 행사에서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