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가 붙는다. ‘반도체 초강대국 육성’ 공약을 내건 윤석열 정부의 기조대로 문재인 정부 시절 진행하지 못했던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한 남은 행정절차를 빠르게 풀어갈 전망이다.

16일 반도체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르면 5월 중 첫 삽을 뜨는 것을 시작으로 공장 구축이 진행된다. 조성사업 시행사인 용인일반산업단지는 4월 용인시에 사업 착공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2027년부터 반도체 상업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 SK하이닉스
SK하이닉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 SK하이닉스
이 사업은 SK하이닉스가 120조원쯤을 투입해 메모리반도체 생산 공장 4곳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소부장) 협력업체 50개사가 클러스터에 입주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에 조성 계획 인가를 받았지만, 각종 규제와 토지보상 절차 지연 등 이슈로 3년째 착공이 미뤄졌다. 반도체 업계는 향후 국가 경제를 책임질 대규모 투자가 지역 이기주의와 중앙 부처의 규제에 막혀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햇다.

하지만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인허가 규제 해소 등 반도체 공장 설립 인허가를 지자체 대신 중앙정부에서 신속 처리하고, 반도체 인력도 대규모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밝힌 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SK하이닉스 내부 이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반도체 산업에 관심이 많고 용인 클러스터 관련 인허가에 대해서도 채널을 단일화 한다고 선언한 만큼, 전보다 기대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라며 "용인 클러스터 토지 보상 비율이 최근 70%를 넘어서면서 전반적인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토지 중 70% 이상에 대한 보상이 진행될 경우 나머지 토지를 정부가 수용 재결(공익을 위해 국가의 명령으로 특정물의 권리나 소유권을 강제로 징수하는 것)하는 형식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 반도체 공장 운영에 필수인 전력·용수 수급의 경우 이번 정부에서 더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시행사는 조만간 기 확보한 용지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대지 정리를 하는 등 기초 공사를 시작한다. 측량과 지장물 조사, 매장문화재 시굴 등도 병행하며 남은 토지에 대한 보상 절차에 나선다.

반도체 업계는 용인 클러스터 조성에 필요한 절차가 향후 지연되는 사례가 없도록 정부가 인허가 속도를 높이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새 정부가 들어선 후로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모든 과정이 빨라졌으면 하는 기대감이 크다"며 "용인 클러스터 사업에서도 인허가 속도를 높이고 관련 규제가 완화돼 반도체 업계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이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지자체에서 인허가 받아야할 절차가 중앙정부를 통해 신속히 이뤄질 경우 늦어진 용인 클러스터 조성에도 가속이 붙을 수 있다"며 "8월 가동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 관련 시행령이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