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IT] 알뜰폰 시장 키운 정부, 문제 해결에도 앞장서야

입력 2022.05.19 06:00

"알뜰폰 활성화 방안 마련, 이 한 줄만 있으면 된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 국정 과제를 발표하기 전 알뜰폰 업계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해당 관계자는 정부가 알뜰폰 시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한 문장만 들어가도 새 정부에 여러 가지 정책 과제를 요구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국정 과제에서 알뜰폰 정책은 쏙 빠졌다. 알뜰폰 시장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다는 정부 의지에 따라 조성한 대안 통신 시장이지만, 갈수록 소홀히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부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3사가 주축인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한계를 극복하고자 2010년 알뜰폰 시장을 조성했다. 정부를 상대로 가계 통신비 인하 요구가 적지 않다 보니 이에 대응하는 수단으로서 알뜰폰 시장을 육성, 활용했다. 2021년에는 이통 3사의 5G 요금제가 한정적이라는 소비자 비판이 있자 알뜰폰 사업자가 중·소량 5G 데이터를 지원하는 요금제를 선보이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알뜰폰 시장은 이 같은 정부 지원과 자급제(이통사 대신 휴대폰 제조사·유통사에서 공기계를 사 개통하는 방식) 단말기 수요 증가 등 효과로 사업 개시 11년 만인 2021년 11월 회선수가 1000만을 돌파했다. 올해 3월 말에는 1099만회선으로 그 수가 확 늘었다. 이통 3사 가입자 대비 17.49% 규모로 성장했다. 통신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제2의 시장으로 거듭난 셈이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대가도 치러야만 했다. 자금력이 상당한 사업자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경쟁이 심화했고, 그 결과 알뜰폰 시장 초반부터 활약했던 중소 사업자의 시름이 커졌다. 이통 3사 알뜰폰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과반을 넘겼고, 규제 샌드박스로 알뜰폰 사업을 하는 KB국민은행(KB리브엠)은 원가보다 싼 요금제를 제공해 출혈 경쟁에 불을 붙였다.

알뜰폰 가입자의 휴대폰 구매 경로가 다양하다 보니 생기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발 규제 허점도 나왔다. 일반 휴대폰 판매점은 단말기유통법(일명 단통법)에 따라 법으로 정한 규모의 보조금만 줄 수 있다. 반면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 업체는 소비자에게 추가 쿠폰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반 휴대폰 판매점보다 더 싸게 제품을 팔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생긴 셈이다.

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차관 인사가 마무리된 뒤 이통 3사 자회사의 점유율 확대를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방통위는 알뜰폰 시장의 경쟁 과열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 법 적용을 검토한다. 이때 유통 경로별로 법 적용을 달리 두는 안도 고민한다.

알뜰폰 업계는 정부가 현재 정책만 추진하지 말고 한 발 더 나가야 한다고 요구한다. 현재는 SK텔레콤에만 망 도매 제공 의무 사업자 역할을 부여했지만, 앞으로는 KT와 LG유플러스 등 다른 이통 사업자로 역할을 확대하는 등 일몰제로 운영되는 도매 제공 의무 제도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종량제로 산정하는 도매대가에서 이통 3사의 영업비용을 포함하는 산출 방식을 개선하고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전파 사용료를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알뜰폰 시장에서 요구하는 여러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알뜰폰 시장의 첫 싹을 틔운 주체인 만큼 시장이 잘 크도록 가꿀 책임이 있다. 새 정부는 이통 시장을 겨누는 수단으로 알뜰폰 시장을 대하는 대신, 알뜰폰 업계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는 맞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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