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톡] ㊾커피 이름 속에 포함되어 있는 정보의 의미

  • 신혜경 칼럼니스트
    입력 2022.05.20 06:00

    커피의 이름에는 커피에 대한 많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커피 이름에 포함되어 있는 정보의 의미를 알면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 원두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커피 원두를 판매하는 전문점에서는 원두를 판매할 때 대개는 생산국가와 수출항구명 또는 산지명, 등급, 가공방법 등의 정보는 필수적으로 제공한다. 생산 농장 이름과 생산자 이름을 추가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의 기재 외에 커피의 이름에 여러 가지 다양한 정보를 추가하기도 한다. 이런 정보가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되면 그 커피원두의 대략적인 맛과 향미를 짐작할 수가 있다.

    각 생산국마다 조금씩 달리 표시되기도 하지만 커피 생콩(이하 ‘그린커피’)을 담는 포대에는 필수적으로 생산국가명, 산지명이나 수출항구명, 분류등급 등이 적혀있다. 그 외에도 그린커피의 크기나 품종, 재배고도, 수확시기, 가공방법, 맛의 특징 등을 정의하여 덧붙이기도 한다. 소규모로 특별한 관리를 받아 생산되는 ‘마이크로랏’의 경우에는 농장명, 생산자명, 농장위치 등에 이르기까지 보다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위 표기는 브라질의 산토스항에서 수출된 2등급의 그린커피라는 것을 나타낸다. Screen은 콩이 통과할 수 있는 체와 같은 도구이다. 그 구멍의 크기는 콩 하나가 통과할 수 있는 콩의 폭을 말한다. 구멍의 크기는 Screen 숫자에 기본 단위인 0.4mm를 곱하여 계산된다. 그러므로 Screen 19 체 모양의 구멍 하나는 7.6mm (= 19 X 0.4mm)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Strictly Soft는 상당히 부드러운 맛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최근에는 이런 전통적인 표기 외에도 아예 스토리를 담아 커피 이름을 짓기도 한다(월간커피 5월호, 송호근글 참조). 예를 들면, 과테말라 산타펠리사(Santa Felisa)농장은 그 농장에서 생산된 게이샤 품종의 커피를 "솔라 눈 게이샤 2722 아나로빅 퍼먼테이션 이노큘레이티드 위드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아 내추럴(Solar noon Geisha 2722 Anaerobic fermentation inoculated with Saccharomyces cerevisiae Natural)"이라는 긴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솔라 눈’은 ‘태양이 중천인 정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솔라 눈 게이샤’는 정오에 수확한 게이샤 품종의 커피라는 것을 의미한다.

    "2722"라는 번호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 케냐의 커피품종연구소는 코스타리카에 처음 게이샤 커피를 전파시킬 때부터 일련번호를 매기기 시작하였는데, 위 2722번은 ‘2722’째로 부여받은 정통성 있는 게이샤 품종의 커피라는 것을 나타낸다. 그 뒤의 "아나로빅 퍼먼테이션 이노큘레이티드 위드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아 내추럴"은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아의 맥주효모균을 이용하여 아나로빅 퍼먼테이션(무산소 발효)하여 가공한 내추럴 커피라는 뜻이다. 이와 같이 커피의 이름 속에 여러가지 스토리텔링을 담아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이름만으로도 특별하고 엄청난 맛을 보유한 커피인 것처럼 보일 수 있도록 짓는 것이다. 고가 판매에 따른 가격 저항감을 덜 느끼게 하기 위한 마케팅적 목적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확할 당시의 날씨, 음력, 이미지 등을 활용하여 커피 이름을 짓기도 한다. 예를 들면, 선라이즈(Sunrise), 스타 라이트(Star light)처럼 시간과 날씨를 활용한 이름을 짓기도 하고, 보름달이 뜨는 날 체리를 수확했을 때 열매에 손상을 가장 줄일 수 있다는 농업적인 노하우를 담아 풀문(Full moon), 블러드 문(Blood moon)과 같은 음력의 시기를 활용한 이름을 짓는 경우도 있다.

    또한 색깔을 이용한 커피 이름도 늘어나고 있다. 커피 체리의 색상은 익어가면서 초록색에서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자주색, 보라색으로 변해 가는데 이러한 색상들에 착안하여 이름을 짓는 것이다. 커피의 품종을 핑크버번, 오렌지 문도노보, 퍼플 카투라 등으로 세분화시켜 명명하여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와 그린 마운틴 커피로스터즈(Green Mountain Coffee Roasters), 피츠커피(Peet’s Coffee and Tea) 등이 공동창립한 비영리 커피연구기관인 월드커피리서치(World Coffee Research, WCL)는 커피품종은 다 익었을 때 빨간색과 노란색의 두 품종만을 정규품종으로 규정하여 인정하고 있다. WCL은 다양한 색상으로 커피 품종을 표현하여 명명하는 것은 마케팅 목적일 뿐, 품종을 상세화하여 나타내는 것과는 아무 상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커피 이름 속에 특별한 가공방법을 표시하는 곳이 많아졌다. 2021년 ‘다크나이트(Dark Night)’라는 가공법을 이름 속에 넣은 커피가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다크나이트’ 가공법은 밤에 자외선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가공을 하는 방법을 말한다. 국내 커피 전문업체인 <커피미업>은 ‘에티오피아 예르가체프 빌로야 다크나이트 무산소 내추럴’과 ‘에티오피아 시다모 벤사 코코세 다크나이트 무산소 내추럴’이라는 이름의 커피를 출시하였는데 그 이름은 밤에 자외선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무산소로 내추럴 가공을 한 콩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1kg 당 8만 5천원이라는 고가에 판매하였음에도 판매 시작한 지 단 몇 분 만에 품절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외 ‘커피 체리를 얼려 온도를 통제하는 가공 방식’을 말하는 ‘프로즌 프로세스(Frozen Process)’ 가공법을 이름에 넣기도 하고, 특정한 향이나 맛을 추가하여 가공을 한 로즈부케, 트로피컬 등과 같은 이름의 ‘인퓨즈드 커피(infused coffee)’도 판매되고 있다.

    커피의 향미를 과일이나 향신료에 빗대어서 커피의 이름을 짓기도 한다. 커피 이름에 일반 대중이 흔히 알고 있는 IPA, 피나콜라다, 바나나크레페 등의 이름을 넣어 커피 향미를 짐작하게 한다.

    이처럼 이름만으로도 커피 원두의 맛과 향미를 짐작할 수 있도록 최근에는 그린커피의 특색을 나타낼 수 있는 스토리나 가공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커피의 이름 속에 넣고 있다. 그린커피의 이름에 생산국과 지역, 품종, 등급과 같은 정보 뿐 아니라 수확하는 시기, 가공법, 향미표현 등의 다양한 스토리를 추가하면 이름만으로도 소비자 선택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판매상품의 이름에도 특색 있는 음용법이나 추출법 등 다양한 스토리를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별도의 설명 없이도 소비자 스스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분명 이러한 이름으로 인하여 커피가 가진 향과 맛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와 석촌동에 ‘신혜경 커피아카데미 ‘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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