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패널 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희비가 1년 만에 엇갈렸다. 지난해 LCD값 폭등으로 TV사업 수익이 악화한 삼성전자는 최근 가격 하락세로 숨을 돌리는 중이다. 반면 여전히 LCD가 주력 사업인 LG디스플레이 실적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19일 시장조사업체 위츠뷰(witsview)에 따르면, 5월 상반월(1~15일) TV용 LCD 모든 인치의 가격은 하락했다. 대형 패널인 75인치는 4월 하반월(16~30일) 대비 1.8%, 65인치는 2.9%, 55인치는 1.7% 내렸다. 43인치, 32인치 패널 가격도 각각 1.3% 5.3%씩 떨어졌다.

출하량이 많은 55인치 LCD TV 패널 가격은 2021년 5월 228달러(29만원)에 육박했지만 올해 4월 상반월에는 117달러(15만원)로 거의 반토막 났다. 대형 LCD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는 물론 2022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예측이 많았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가격이 꺾였다. LG디스플레이는 사업계획에 혼선이 발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대치본점에서 2022년형 더 세리프(The Serif), Neo QLED 8K, 더 프레임(The Frame)을 소개하는 모습 / 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대치본점에서 2022년형 더 세리프(The Serif), Neo QLED 8K, 더 프레임(The Frame)을 소개하는 모습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LCD TV에 탑재되는 패널을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닌 외부에서 모두 수혈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까지 유지하려던 대형 LCD 패널 생산을 6월 중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아서다.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지원 중단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배경에는 LCD 가격 하락세가 있다. 급격히 치솟은 가격이 내려오면서 중국 패널 제조사를 상대로 한 세트업체 삼성전자의 협상력도 다시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세계 TV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1위 업체로 연간 5000만대쯤의 TV를 생산한다.

2020년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원재료 매입액 가운데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비중은 22.8%였지만, 2021년에는 33.5%로 올랐다. 이에 삼성전자는 대만 AUO와 이노룩스의 LCD 패널 공급량을 기존 대비 3배쯤인 최대 1000만대로 확대하는 등 공급선 다변화로 대응에 나섰다. 올해 원재료 매입액 가운데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비중은 크게 하락하며 안정화 단계에 들어설 전망이다.

LCD 가격 폭등에 따라 확산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거래설도 잠잠해졌다. 삼성전자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LCD 가격이 안정화 하면서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OLED 패널 거래 협상에 조급해하지 않는 분위기다"라며 "2022년형 라인업까지 확정 발표한 상황에서 연내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탑재한 OLED TV가 나올지는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 LG디스플레이
LCD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잇달아 흑자전환에 성공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엔 LCD 가격 하락 악재로 ‘어닝쇼크’급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은 6조4715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큰 차이 없었지만, 영업이익이 383억원으로 2021년 동기보다 92.67% 급감했다. 3년 전 겪은 ‘LCD 악몽’이 반복된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 LCD TV용 패널 생산량을 올해 상반기보다 최소 10% 이상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5월부터 중국 광저우, 경기 파주 LCD TV 패널 라인에서 유리 기판 투입량을 줄이며 감산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LG디스플레이의 매출이 여전히 LCD 사업의 흥망성쇠에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매출에서 LCD 비중은 여전히 70%에 육박한다. 섣불리 LCD 사업을 철수했다간 당장 매출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LCD 매출 비중이 5%쯤인 삼성디스플레이와 노선을 달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LG디스플레이는 OLED를 중심으로 한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낸다. 최근 이사회를 통해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 OLED 모듈 라인 증설을 위한 투자액을 기존 14억달러(1조6000억원)에서 15억달러(1조8700억원)로 늘리는 채무보증도 승인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와 OLED 패널 협상 등 대형 OLED 고객사를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소형 OLED 부문에선 하반기 모바일용 신모델 공급을 확대하고, 하이엔드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애플과 협력 가능성이 제기되는 XR(확장현실)용 기기 사업, 폴더블폰, 차기 플래그십 등에서 공급량 확대가 향후 실적 개선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이후 2분기 실적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라며 "2분기 영업적자 2613억원으로 8개 분기 만에 적자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