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비롯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기업과 단체들이 ‘디지털헬스’ 육성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수백년의 제약바이오 역사를 가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강국에 맞서는 새로운 영역을 선점하는 동시에 디지털헬스를 강화시켜 국가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디지털헬스 육성을 위해 정부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픽사베이
디지털헬스 육성을 위해 정부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픽사베이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9년 1063억달러(125조원)에서 연평균 29.5% 성장, 2026년 6394억달러(75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미국 화이자·머크, 스위스 노바티스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시장 진출과 투자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미래 성장동력 산업의 한 축으로 선정하고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디지털치료제, 디지털치료기기, AI진단보조 등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체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공약 실현을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 ▲바이오·디지털 헬스 구축으로 규제과학 혁신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세부적으로 정부는 2023년까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법을 제정해 의료기관 등에 분산된 개인 건강 기록을 통합하고, 인공지능(AI) 등 첨단 헬스케어 서비스에 새로운 보상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비대면 진료와 개인 건강정보 등 개인정보 활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특히 동네 병원에 대해서는 개인 의료데이터 관리, 비대면 진료로 디지털 전환을 돕기로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선봉에 있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디지털 헬스케어 연계 사업 개발을 지원하고, 의약산업의 융복합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제5차 이사장단 회의를 개최, 디지털헬스위원회 설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하고 전 회원사 대상으로 위원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신설된 디지털헬스위원회는 ▲디지털치료제 등 디지털 헬스 연구개발(R&D) 및 지원 ▲디지털헬스 최신 정보 수집 및 이해 제고 ▲디지털헬스 기업간 네트워크 구축 ▲디지털헬스 관련 정부부처 정책개발 지원 및 유관단체와의 업무 협력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디지털헬스위원회는 20개 이내의 회원사 대표나 총괄 임원 등으로 구성하고, 관련 학계 전문가 등의 자문위원단을 둘 방침이다. 불면증 관련 디지털치료제를 개발중인 웰트와 당뇨병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중인 베이글랩스 등 협회 준회원사인 벤처기업들은 물론 동화약품과 한독 등 전통적인 제약 회원기업들도 디지털헬스위원회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들도 이와 같은 기류에 발맞춰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우선 대웅제약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에이치디정션과 동남아시아 진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으로 대웅제약은 에이치디정션의 클라우드 기반 EMR(전자의무기록)을 통해 동남아시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기존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해 동남아시아 현지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통한 사업 확대를 진행하고, 에이치디정션은 클라우드 EMR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동남아 시장 분석 등을 통해 사업 확대를 지원할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은 투자전문회사 SK와 미국 디지털 치료제 기업 ‘칼라 헬스(Cala Health)’에 공동 투자를 단행했다. 칼라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디지털 치료제 내 생체전자 의약품 분야 선도 기업이다. 신경·정신 질환 치료에 적용 가능한 웨어러블 플랫폼 기술과 미국 전역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첨단 제약·바이오 및 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SK바이오팜이 진행 중인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과의 시너지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SK바이오팜은 2018년부터 뇌전증 발작 감지·예측 알고리즘 및 디바이스의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며, 외부 협업·투자 등을 병행하며 사업을 차별화하고 있다. 뇌전증 발작 감지 디바이스의 경우 올해 국내 임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미국, 일본 등 수백년의 제약바이오 역사를 가진 열강들과 케미칼 및 바이오의약품 경쟁은 사실상 무의미하기 때문에 우리가 잘 할 수있는 분야를 육성해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워야한다"며 "반도체가 그랬듯이 조금씩 산업을 키워나가면 언젠가 국가 경제를 책임질 산업분야로 거듭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