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6월 인앱결제 도입을 강행하는 가운데 웹툰·웹소설 업계와 출판계가 한 목소리로 구글을 비판했다. 이들은 구글이 공정거래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구글의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사업 방해’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시정 권한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신속하고도 강력한 규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구글인앱결제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이은주 기자
24일 국회에서 열린 ‘구글인앱결제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이은주 기자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 한국전자출판협회 등 출판계와 한국웹툰산업협회·한국웹소설작가협회 등 콘텐츠업계,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24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구글 인앱결제 대응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이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구글이 인앱결제 강행 방침을 밝히고 국내 출판·콘텐츠업계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대응책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구글은 지난달부터 내부 결제 시스템인 인앱결제를 도입하지 않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내 앱에 업데이트를 금지했다. 6월에는 해당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을 삭제한다. 이에 따라 외부 결제 방식을 주로 이용하던 미디어·콘텐츠 앱은 매출 규모에 따라 15~30%의 수수료를 구글에 내야만 한다. 사실상 요금 인상 압박을 받는 셈이다.

"구글, 공정거래법·전기통신사업법 위반 가능성 높다"

발제에 나선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구글의 공정거래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안드로이드 기반 앱마켓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구글이 앱 배포와 함께 자사 결제서비스를 병행하도록 의무화하는 건 공정거래법상 끼워팔기 수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글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사업 방해’에도 해당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구글은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개발사로부터 매출 자료를 제공받고 있다"며 "이는 유튜브 뮤직, 오디오북 같은 디지털 콘텐츠 사업을 운영하는 구글이 경쟁자들의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궁극적으로 경쟁사업자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빠른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행은 전기통신사업법(구글갑질방지법)이 금지하는 ‘특정 결제 방식 강제 행위’에 해당한다"며 "당국이 포괄적이고 전면적으로 조사해 강력한 규제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 규제 강화돼야 … 과징금 상향하는 EU 참고

오현석 계명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의 규제를 전반적으로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유럽연합(EU)은 법률의 빈틈을 악용하는 빅테크 기업의 반경쟁적 행위를 사전에 규제하기 위한 법을 제정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도 앱 마켓 사업자의 의무와 금지행위를 규정한 법을 시행했지만 온라인플랫폼법 등을 보면 법 적용대상 범위를 좁히는 방향으로 수정이 전망되는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제재가 일부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또 "구글 등 빅테크가 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유럽 당국은 끊임없이 대응하고 있고 빈틈을 메우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제정된 법 위반시 과징금 규모를 크게 늘리는 등 움직임을 우리나라 역시 계속해서 참고해 빅테크 규제안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앱결제 강제가 한국 콘텐츠 업계 큰 혼란 야기"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황상덕 한국웹소설작가협회 이사,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정원옥 대한출판협회 선임연구위원,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등은 구글인앱결제 강행 대응에 따른 국내 콘텐츠 업계의 위기의식을 전했다.

서범강 회장은 "최근 콘텐츠 기업이 줄줄이 가격인상으로 대응하고 계약을 변경하면서 기업과 창작자는 큰 혼란을 겪고 불편한 상황을 겪고 있다"며 "구글은 콘텐츠 사업자들의 현 상황을 철저히 외면하면서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시작된 콘텐츠 이용료 상승의 화살은 창작자와 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피해 사례가 누적돼 상황이 걷잡을 수 없도록 이어지기 전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