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두나무 대표, '상장 기준 자율' 주장하며 한국거래소와 비교...과연?

입력 2022.05.25 14:08

코인마켓 투자자 보호대책 긴급 점검 간담회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거래소들이 동일한 상장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 근거로 국내 유일의 자본시장 거래소인 한국거래소와 가상자산 플랫폼을 제공하는 코인거래소를 비교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상장 심사 역할까지 하고 있어 이해상충 우려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대해 이석우 대표가 이를 한국거래소와 비교, 상장 기준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 / 조선비즈 유튜브 갈무리
이석우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과 코인마켓 투자자 보호 대책 긴급 점검’ 당정 간담회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마다 코인 상장시 평가 기준이 다 다르냐"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해 "(가상자산 상장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다 다르다. 자본시장법의 관점에서 한국거래소는 하나의 기준만 있지만 코인 시장은 거래소가 여러 개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로 (코인) 송금이 가능하고 해외 거래소에서 국내로 보내 사용도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자꾸 피해적 기준을 마련하자고 하면 이는 있을 수 없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는 한국산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T)가 1달러 페깅이 무너지고 테라의 거버넌스·스테이킹 토큰인 루나가 폭락하면서 투자자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국내에서도 루나 거래량이 급증했는데, 가상자산 거래소마다 코인 상장과 루나 입출금 중단 기준이 다른 점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다. 특히 업비트는 루나 지갑 입출금을 허용해 대규모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는 논란을 빚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 한승환 지닥 대표, 임요송 코어닥스 대표 등 중소거래소 대표들은 루나 토큰이 신뢰를 보장하는 장치가 없어 자사 플랫폼에 상장하지 않았다며 자율 규제를 통한 기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석우 대표와 상반된 발언이다.

임요송 대표는 "거래소들은 통일된 점검 기준을 갖고 가상자산 상장 적정 여부를 판단하고, 외부 감시가 같이 작동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소비자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과 코인마켓 투자자 보호 대책 긴급 점검’ 당정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IT조선
지난해 8월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가상자산거래업, 이해상충 규제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는 매매중계, 체결, 청산 및 결제, 예탁, 상장 등 여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자본시장으로 치면 상장을 주관하는 한국거래소, 실물증권을 관리하는 한국예탁결제원, 거래플랫폼을 제공하는 증권회사의 역할을 가상자산 거래소가 모두 맡고 있는 셈이다.

금융연구원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상호 견제와 감시 기능이 없어 사업자와 고객 간에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내부정보거래, 자기자본 거래 등의 문제도 점검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위원도 현재의 가상자산 거래소 모델이 투자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국회 세미나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로 불리는 가상자산 거래업자에 대한 별도의 시장규제가 없어 이들은 자본시장의 중개업자, 거래소, 예탁결제원 등의 기능을 모두 수행하고 있다"며 업무를 독점하는 심각한 중앙집권형 모델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구조적 문제는 루나 사태를 촉발한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이 때문에 한 때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투자자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처럼 가상자산 거래소도 코인 상장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고, 나아가 충분한 심사를 거쳐 위험한 코인을 걸러낸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가상자산 상장기준을 수립한다는 공약을 내건 것도 이같은 이해상충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다. 현재 업계는 한국거래소에 준하는 자율규제기구를 통해 상장 기준을 마련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같은날 자본시장연구원 주최로 열린 ‘디지털자산 시장의 현황과 주요 이슈’ 정책 세미나에 김도현 미래에셋증권 경영혁신본부장은 "코인이 발행되고 거래되는 구조가 증권과 유사한 만큼 정책적으로 코인을 취급해야 하는 사업자를 허용할 때 기존의 기관, 특히 증권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하면 어떨까 싶다"고 주문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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