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노트북’이라고 수식을 붙인 노트북은 많다. 그러나 게이밍에 진심인 노트북은 드물다. CPU, GPU 사양은 물론이고 디스플레이 성능, 발열 관리 기능, 심지어 키보드까지 게이밍 환경에만 몰두한 그런 노트북을 말한다.

물론 "왜 굳이 게임을 하는데 화면도 작고, 키보드도 불편하고, 성능도 제대로 안 나오는 노트북을 사용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게이밍 환경에 최적화 된 노트북을 접해본다면, 판단하기보다 그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에이수스 2022 ROG 제피러스 듀오 16은 외부 디자인은 물론 키보드 백라이트까지 지원해 게이밍 감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 IT조선 DB
에이수스 2022 ROG 제피러스 듀오 16은 외부 디자인은 물론 키보드 백라이트까지 지원해 게이밍 감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 IT조선 DB
CPU·GPU·RAM 모두 최고 사양

에이수스 2022 ROG 제피러스 듀오 16(이하 제피러스 듀오 16) 프로세스는 AMD의 최고 사양인 라이젠 9 6980HX 3.3GHz 를, 그래픽은 엔비디아 지포스 3080Ti를 적용했다. 게이밍 노트북인 만큼 CPU, GPU 모두 최고 사양을 채택했다.

고성능 노트북의 경우 CPU에 내장된 통합 GPU 외에 개별 GPU(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Ti)를 탑재하는데, 사용 환경에 따라 GPU를 전환할 수 있다. 웹서핑이나 일반 문서 작업을 하는 경우라면 통합 GPU를 사용해 효율성과 전력 안정성을 우선으로 가져가고, 게임이나 영상 작업, 고화질 영상 시청을 하는 경우라면 개별 GPU를 사용해 퍼포먼스를 우선으로 가져간다.

제피러스 듀오 16 역시 MUX 스위치를 통해 통합 GPU와 개별 GPU 사용을 전환할 수 있다. 스위치는 듀얼스크린에 에이수스의 ROG 전용 소프트웨어 ‘아머리 크레이트(Armory Crate)’를 띄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설정을 변경할 때마다 재부팅 해야한다. 메모리는 최대 64기가바이트(GB) 듀얼 채널 DDR5 RAM 4800MH를(기본 32GB이며, 듀얼 슬롯을 통해 추가 장착할 수 있다), 저장장치는 최대 4테라바이트(TB) Gen 4 SSD를 제공한다.

에이수스 2022 ROG 제피러스 듀오 16 / IT조선 DB
에이수스 2022 ROG 제피러스 듀오 16 / IT조선 DB
ROG 제피러스 듀오 16 상판은 마그네슘 소재를 적용했다.  / IT조선 DB
ROG 제피러스 듀오 16 상판은 마그네슘 소재를 적용했다. / IT조선 DB
게이밍 감성의 진화

디자인은 묵직함과 고급스러움, 게이밍 노트북 특유의 날카로움을 두루 갖춘 느낌이다. 바디 전체가 무광의 블랙 색상이지만 상판은 마그네슘 소재를 적용해 메탈 특유의 정교함과 단단함이 전달된다. 무광 처리는 디자인적인 요소 외에 지문도 거의 묻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노트북 상판에 새겨진 매서운 눈 모양의 에이수스 ROG 상징은 이전과 달리 빛의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게이밍 감성의 진화’를 보여준다.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노트북 후면 단자, 우측 단자, 좌측 단자 / IT조선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노트북 후면 단자, 우측 단자, 좌측 단자 / IT조선
좌측에는 파워 단자와 USB 3.2 타입A 1개, USB 3.2 타입C 1개, 마이크로 SD카드 리더 1개, 오디오 콤보 잭이, 우측에는 USB 3.2 타입C 1개가 마련됐다. HDMI 2.1과 LAN(2.5G) 잭은 후면에 배치했다. 후면에는 USB 3.2 타입A 1개가 더 배치됐다. 특히 좌측의 타입C USB포트는 USB-PD 충전 기능을 제공한다.

다만 USB-PD의 출력은 최대 100와트(W)이기 때문에 전력 소모량이 많은 게임이나 영상 편집 시 USB-PD만 믿다가는 배터리 광탈을 경험할 수 있다. 참고로 이번 제품의 전원 어댑터 출력은 280와트다.

4K 화질이거나 주사율 240Hz이거나

게이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성능 구현이라면, 다음으로는 화면이다. 이번 에이수스 노트북은 디스플레이는 16대 10 화면 비율로 4.3mm 사이드 배젤을 갖췄다. 게임을 할 때, 영상을 시청할 때 몰입감을 높이는 데 의외로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이번 제품은 주사율 120Hz와 240Hz 사이를 오갈 수 있는 ‘듀얼 스펙’ 기능을 제공한다. 주사율은 1초에 보여줄 수 있는 프레임 수를 의미한다. 120Hz에서는 4K UHD 화질을, 240Hz에서는 FHD 화질을 제공한다. 그러니까 고해상도의 영상 시청을 할 때는 120Hz 모드로, 피파온라인,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빠르게 진행되는 게임을 할 때는 240Hz 모드로 전환하면 된다. 이 정도 스펙이면 사실상 현존하는 게임 프레임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응답속도는 3밀리세컨드(ms)이며, 화면 밝기는 최대 500니트(nit)이다. 색역은 DCI-P3 기준 100% 수준이다.

제피러스 듀오 16은 14.1인치 보조 디스플레이가 특징이다. / IT조선 DB
제피러스 듀오 16은 14.1인치 보조 디스플레이가 특징이다. / IT조선 DB
‘듀오'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

이제 제피러스 듀오 16의 상징을 소개할 때다. 보조 디스플레이, 스크린패드 플러스 등으로 불리는 이것은 키보드 위쪽에 위치했다. 메인 디스플레이가 미처 담아내지 못하는 부분들을 채워준다. 보조, 플러스라는 명칭이 붙었다는 이유로 스펙을 얕잡아보면 안 된다. 14.1인치의 보조 디스플레이는 최대 4K 화질을 제공한다. 응답속도는 30ms, 피크 밝기는 400니트, 색 영역은 sRGB 100%를 지원한다.

실제 게임하면서 아래 보조 디스플레이에 게임 정보를 띄워 놓으면 캐릭터 정보, 사전 설정 등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가령 롤(리그오브레전드)을 하는 경우라면 아래 챔피언(캐릭터) 설정 정보를 미리 띄워 놓을 수 있다. 또한 디스코드와 같은 음성채팅 프로그램 사이트도 아래 띄워 놓으면 유저 정보나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영상 작업 시에도 유용하다. 영상 프로그램은 보통 편집할 영상 화면과 프로젝트, 타임라인, 효과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바 형태인 타임라인의 경우 보조 디스플레이에 두고 편집하기 용이하다.
웹서핑 또는 문서 작업을 하는 경우라면 두 개의 화면(메인 디스플레이와 보조 디스플레이)을 하나의 화면으로 설정을 바꿔 사용하면 긴 내용을 한번에 확인할 수 있다.

설정을 변경하면 메인 디스플레이와 보조 디스플레이를 하나의 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다. / IT조선 DB
설정을 변경하면 메인 디스플레이와 보조 디스플레이를 하나의 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다. / IT조선 DB
보조 디스플레이는 터치스크린을 지원한다. 마우스 사용이 필수인 게이밍 노트북 특성 상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기능같아 보이지만 실제 메인 디스플레이와 보조 디스플레이를 함께 제어하는 경우에는 터치로 바쁘게 움직인 마우스 커서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하다.


 노트북 상판을 열면 보조 디스플레이가 메인 디스플레이 방향으로 드러난다. / IT조선
노트북 상판을 열면 보조 디스플레이가 메인 디스플레이 방향으로 드러난다. / IT조선
눈에 띄는 부분은 보조 디스플레이의 움직임이다. 노트북을 열 때 눕혀진 보조 디스플레이가 13° 각도로 기울어지는 구조는 이전 모델에도 적용됐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이번 모델의 경우 보조 디스플레이가 메인 디스플레이 방향으로 따라올라간다는 점이다. 이러한 설계 덕분에 메인 디스플레이 하단에 최대한 가깝게 밀착되며, 그로 인해 하단 베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용자 시야에서는 두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0.3mm 넓어진 키 간격, 그게 뭐?

노트북이라는 특성 상 게이밍에 최적화 된 키보드 구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임의 승패는 키보드와 마우스가 결정하기 때문에 진지하게 게임에 몰입하는 경우라면 자신만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결해 사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트북의 키보드는 게이밍 사용 환경을 고민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키 간격은 1.7mm로 이전 모델(제피러스 듀오 15, 2021)보다 0.3mm 넓어졌다. ‘고작 0.3mm’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0.3mm는 게임 퍼포먼스를 결정하기에 충분한 차이임을 직접 확인했다. 키 모서리 부분이 선명해 옆 키와 헷갈리는 경우가 드물고 무엇보다 누르는 깊이 즉, 스트로크가 상대적으로 깊어 스킬을 사용할 때도 분명히 눌렀다는 느낌이 든다.

제피러스 듀오 16의 키 간격은 1.7mm로 이전 모델보다 0.3mm 넓어졌다. / IT조선 DB
제피러스 듀오 16의 키 간격은 1.7mm로 이전 모델보다 0.3mm 넓어졌다. / IT조선 DB
이 제품은 특이하게 키보드 옆(일반 키보드의 숫자키보드 자리)에 터치패드가 자리잡고 있다.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터치패드 상단 모서리 부분을 터치하면(1초가량) 숫자패드 기능도 온오프를 할 수 있어 편리하다. 듀얼 스크린을 장착해 본연의 자리에서 밀려난 요소들에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했음이 엿보인다.

다만, 일반 노트북 터치패드처럼 문서작업, 웹서핑을 하는 경우에는 패드 공간이 좁아 다소 불편할 수 있다. 때문에 애초부터 마음 편하게 마우스를 장착해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제가 열관리 좀 합니다만…

노트북에서 게임을 가동하면 내부 온도가 급상승하게 된다. 온도 상승, 즉 발열은 고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치명적인 걸림돌이 된다. 이번 노트북은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쿨링 기능을 강화했다.

먼저 CPU 상단에 리퀴드 메탈을 도포했다. 보통 CPU 자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내보내기 위해 열전도율이 높은 써멀구리스를 상단에 도포하는데, 리퀴드 메탈은 일반적인 써멀구리스보다 CPU 온도를 최대 15℃ 낮춰준다.

노트북의 열을 식혀주는 요소 가운데 핵심은 팬이다. 이번 제피러스 듀오 16에는 ‘아크 플로우 팬’ 기술이 적용됐다. 이 기술은 84개의 팬 블레이드 형태를 다양하게 구성해 공기 흐름을 극대화했다. 에이수스 측에 따르면, 아크 플로우 팬 기술을 통해 소음은 줄이고 공기 흐름은 최대 5% 증가했다. 6개의 히트파이프는 내부 열을 효율적으로 분산한다.

제 점수는요?

3D마크 테스트 결과 / IT조선
3D마크 테스트 결과 / IT조선
3D마크의 ‘파이어 스트라이크’로 게이밍 성능을 체크한 결과 2만6666점이 나왔다. 데스크톱 버전의 하이엔드 게이밍 PC(인텔 i9-9900K,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80) 성능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게이밍 노트북에서는 사실상 최고 점수다. MUX 스위치를 켠 상태 즉, 개별 그래픽을 가동한 상태에서 GPU 온도는 72℃를 웃돌았다.

씨네벤치 R23 테스트 결과 / IT조선
씨네벤치 R23 테스트 결과 / IT조선
씨네벤치 R23으로 CPU 성능을 터보모드로 체크한 결과 멀티코어에서는 1만4270점이 나왔다. 싱글코어에서는 1515점을 기록했다.

게임에 진심입니다

이번 제피러스 듀오16은 ‘저는 게이밍 노트북입니다’라고 말하는 듯 게이밍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모습들이 역력하다. 외부 디자인부터 시작해 최대 240Hz 주사율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그리고 노트북이라는 제한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게임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 미니 디스플레이 등은 게임 이외의 용도를 떠올려보기 어려울 정도다.

무엇보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부분이 돋보였다. CPU와 GPU 등의 성능 부분은 물론 외부 디자인에서 키보드 설계, 디스플레이의 움직임 등 세세한 부분까지의 업그레이드는 사용자에게 직접 받은 피드백이 반영됐음이 짐작된다.

가격은?

이번 제피러스 듀오 16은 그래픽카드와 저장용량에 따라 세 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CPU는 라이젠 9 6980HX 3.3GHz를 공통으로 탑재했다.

엔비디아 지포스 3070Ti를 탑재한 ‘GX650RW’는 RAM DDR5 32GB(16G x 2), SSD 2TB로 구성했다. 가격은 439만9000원이다.

‘GX650RS’는 엔비디아 지포스 3080, RAM DDR5 32GB(16G x 2), SSD 2TB를 적용했다. 가격은 479만9000원이다. ‘GX650RX’는 엔비디아 지포스 3080Ti, RAM DDR5 32GB(16G x 2), SSD 4TB로 구성했다. 가격은 559만9000원이다.

노트북 모니터가 어떻게 두 개? 최고급 사양 게이밍 PC를 소개합니다 / 촬영·편집=임성민 PD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