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니] 올드보이 오프로더의 귀환, 포드 브롱코

입력 2022.06.05 06:00

포드는 픽업트럭인 ‘F150’ 등 거친 미국 도로 환경에 적합한 오프로드 차량의 명가다.

1996년 명가의 라인업에서 자취를 감췄던 ‘브롱코’는 25년쯤이 지난 2020년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아 부활했다. 경쟁사 지프의 랭글러가 활약하고 있는 중형 오프로드 SUV 시장에서 포드의 국경을 넓히기 위한 모델로써 낙점받았다. 미국 본토에서만 출시전 사전계약 23만대로 홈런을 친 브롱코는 국내 상륙에서도 2023년 물량까지 거의매진 되는 등 연타석을 쳤다.

포드 브롱코 45도 각도 외관 모습 / 이민우 기자
IT조선은 최근 1박2일간 포드 브롱코를 시승했다. 시승 경로는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등 수도권 일대 공도와 일부 오프로드 지역을 포함한 200㎞쯤이다. 트림은 국내 단일로 도입된 아우터뱅크스이며, 색상은 벨로시티 블루다. 차량 가격은 6900만원(3.5% 개별소비세 적용)이다.

브롱코는 외관 디자인부터 복고적인 오프로드 감성을 풍긴다. 1세대 브롱코를 오마주한 일체형 그릴, 그릴 중앙부에 양각으로 새겨넣은 영문 브롱코 레터링에 크고 투박해 보이는 원형 헤드램프 등 구형 오프로드 차량을 그리워하는 마니아층에게는 선물상자와도 같은 디자인이다.

1966년 시작된 브롱코 시리즈 명맥을 이었음을 보여주는 레터링 / 이민우 기자
복고적인 오마주를 채용했지만 이와 반대로 현대적인 감각 역시 놓치지 않았다. 각지지만 세련되게 다듬은 전체적인 실루엣과 보닛은 6세대 브롱코가 2020년대에 만들어진 차량임을 알려준다.

포드 브롱코 옆면과 전면 외관 모습 / 이민우 기자
오프로드를 겨냥해 만든 SUV인 만큼, 브롱코의 공도 주행 질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시속 50㎞이하 중저속으로 주행시 스티어링휠(운전대)에 미약한 진동이 지속적으로 전달된다. 과속방지턱 등 높은 턱을 넘을 때 탈출속도와 충격흡수는 다른 SUV보다 탁월하지만, 자잘하고 거친 노면 질감이나 진동은 잘 흡수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좌석 세팅도 비슷하다. 탄탄하게 구성돼 장애물을 넘을 시에는 적당한 안정감과 함께 주행의 즐거움을 주지만, 프리미엄SUV처럼 운전자 피로감을 상쇄하고 진동 등을 줄이는 안락함에 치중한 구성은 아니다. 따라서 오프로드 차량임을 망각하고 '편안함'을 기대한 채 브롱코를 찾는 것은 지양하는게 좋다.

포드 브롱코 옆면에 새겨진 아우터뱅크스 마크와 대시보드의 오프로드 주행보조 기능 / 이민우 기자
오프로드 주행의 경우 국내 도입된 아우터뱅크스는 트림 중 가장 낮은 오프로드 성능을 가진 HOSS 1단계에 속한다. 국내의 근교의 흙길이나 자갈밭 등을 주행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을 수 있으나, 산악주행이나 잦은 도강 등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서스펜션 성능을 제외한 '기능'면에서는 브롱코는 꽤 효과적인 기능을 꽤 탑재하고 있다. 특히 트레일 툴박스에 포함된 '산길 회전 보조'는 회전반경이 좁은 곳에서 상당히 유용하다. 스티어링휠을 끝까지 돌리면 한쪽 바퀴에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리는데, 해당 바퀴를 컴퍼스처럼 축삼아 매우 좁게 회전이 가능해 여러번 차를 움직일 필요가 없다.

포드 브롱코 실내 전경 / 이민우 기자
다만 실내 인테리어는 미국차 특유의 투박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근미래적에 가깝게 설계된 디자인 자체는 마음에 들지만, 실용성을 염두에 뒀더라도 플라스틱 소재 사용의 비중이 크다.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더라도 두께를 무게감 있게 설계하거나, 표면 마감 등을 더 고급스럽게 처리하는 등의 방법도 있지만, 7000만원에 가까운 SUV라기엔 다소 디테일이 부족하다.

또한 아우터뱅크스의 나쁘지 않은 오프로드 기능에도 불구하고 트림의 다양성은 여전히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국내가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는 환경도 많지 않고 오프로드 인구 역시 적지만, 마니아층·최상위 모델 수요자들을 위한 랩터(HOSS 4)나 와일드트랙(HOSS 3)이 추가로 투입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경쟁차량인 랭글러는 이미 오프로드에 집중된 트림인 루비콘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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