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구글에 반기든 카카오가 돋보인 이유

입력 2022.06.13 06:00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6월 1일부터 구글이 본격적으로 결제 정책을 강행하면서 각종 컨텐츠 앱의 수수료가 인상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회로를 찾는 소비자는 늘고 있다. 수수료 부담이 적은 앱 결제 방식을 찾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이 기존 앱의 결제를 해지하고 PC를 통해 재결제 하거나 수수료 걱정이 없는 대안 앱 마켓을 이용하기로 했다.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이 과정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건 대기업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가격을 인상했다는 점이다. 네이버를 비롯해 SK텔레콤과 공중파3사가 설립한 웨이브, CJ그룹의 티빙 등이 서비스 가격의 20%를 상향 조정했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이 국내 법을 위반했다며 조사에 나서고 소비자단체와 중소 콘텐츠 업계가 구글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대기업이 앞장서서 구글의 정책을 따르면 힘없는 중소업체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모두가 구글 정책을 수용하면 조사에 나선 정부 입장에서는 난처해진다. 피해 사례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구글의 갑질을 방지하고자 제정된 구글갑질방지법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제재도 가할 수 없다. 소비자 피해는 더 늘어날 뿐이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가격 인상을 호시탐탐 노리던 대기업들이 오히려 구글 인앱결제 강제를 기회로 삼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실제 네이버의 경우 구글 정책과 무관한 원스토어까지 가격을 인상해 이런 의구심에 힘을 보탠다.

국내 대기업은 구글에 대항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 실제 카카오만 구글에 반기를 든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구글 인앱결제 조치로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러스 가격을 기존 월 4900원에서 월 5700원으로 인상했지만 "웹에서는 월 3900원 가격으로 구독할 수 있다"며 앱 내에서 친절하게 웹 결제를 위한 아웃링크를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에 위배되는 조치다. 구글 정책은 외부 결제 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를 금지하면서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앱을 삭제한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소비자를 위해 용기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저력을 알아서 그러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구글은 카카오에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구글의 규정대로라면 카카오톡은 즉시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되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삭제되지 않았다. 카카오에도 아직 연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이 나서면 충분히 구글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미국의 사례는 더욱 대기업이 구글에 대항해 줘야 한다는 데에 힘을 싣는다. 바로 데이팅 앱 ‘틴더’와 ‘하이퍼커넥트’ 등을 운영하는 미국 매치 그룹의 소송전이다. 이를 통해 매치그룹은 소송결과가 나올 때까지 구글의 결제 정책에서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대기업들이 카카오처럼 반기를 들어줘야 하는 이유다. 대기업이 갖고 있는 힘을 바탕으로 구글에 적극 대응해서 오히려 피해 사례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도 이를 바탕으로 구글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재할 수 있다. 앞장서서 가격인상에 화답할 것이 아니라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구글에 적극적인 대응해야할 시점이다.

유진상 메타버스부장 jinsa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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