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를 대표하는 T세포 치료제 열풍이 다소 누그러 들고 ‘NK세포(자연살해세포) 치료제’가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NK 세포 치료제는 CAR-T나 일반 T 세포 치료제의 살상 능력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암세포. / 픽사베이
암세포. / 픽사베이
제약바이오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T세포에 열광하던 면역항암제 시장이 점차 NK세포 관련 연구들이 이따라 공개됨에 따라서 대세가 기울어지고 있다. 애브비와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부터 엔케이맥스, 차바이오텍, 박셀바이오 등 국내 기업까지 NK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해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NK세포(Natural Killer cell)는 면역세포 중 하나로, 암세포 사멸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K세포에 CAR-T와 같은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 기술을 접목하면 종양세포와 바이러스 감염세포 등 비정상세포를 인식 및 제거하는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도 평가받는다.

T 세포와 같은 다른 면역 세포도 암과 바이러스를 발견하면 공격하지만, 항원-항체 반응 때문에 움직임이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NK세포는 항원-항체 반응이 없어 직접·단독적으로 나쁜 세포를 공격한다.

김영섭 연세대학교 박사는 BRIC 동향 보고서를 통해 "NK세포는 MHC(주조직적합복합체)의 발현이 낮거나, 없는 세포를 인식해 제거하는데, 암세포의 경우가 대부분 이에 해당돼 제거 대상이 된다"며 "또한 NK세포의 중요한 기전 중 하나로 항체 의존 세포 독성(ADCC)이 있다. 이는 항체를 병용 투여했을 때, 세포의 기능을 증진시켜 더 강력한 항암효과를 낼 수 있고, CAR 기술을 접목하면 암세포에 대한 특이적인 인식 기능이 향상돼 보다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K 세포 치료제는 최근 ▲NK 세포 인게이저(engager) 병용 투여 ▲CAR-NK ▲NK 세포 치료제의 방식으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NK세포와 병용 투여할 시 다른 면역항암제들 보다 안전성 측면에서 높은 우수성을 지닌다.

T세포를 대표하는 CAR-T 치료제는 ‘완전 관해’ 비율이 월등히 높지만, 장소의 제한과 기술적 이해, 그리고 시간(2~3주) 및 비용(3~5억원)의 한계가 있어 생산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아울러 CAR-T 치료제는 전체 암 중 4%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 ‘혈액암’에만 큰 효과를 보인다. 나머지 96%에 대한 적응증 확대 임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종양 주변의 종양미세환경 등 면역 억제 메커니즘과 독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아직 후기 임상에 도달한 파이프라인이 없다.

NK세포는 이러한 CAR-T 치료제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NK 세포 치료제는 ‘동종 치료’가 비교적 수월하고 많은 세포량을 투여할 수 있으며, 대량 배양이 가능해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면역항암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나 NK세포 치료제 전망도 밝다.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은 2022년까지 705억9000만달러로 89조5000억원 규모의 성장이 전망된다. 특히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에는 2020년 188억 달러의 투자금 대비 27.7% 증가한 240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다양한 기업들이 NK세포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먼저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지난달 NK 세포 인게이저 개발 기업 드래곤플라이 테라퓨틱스와 계약금 3억달러에 향후 최대 20% 로열티 계약을 체결했다. 애브비는 드래곤플라이와 자가 면역 및 NK세포 인게이저 기술 제휴를 맺었고, MSD(머크) 역시 차세대 키트루다 제작을 위해 드래곤플라이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엔케이맥스가 차세대 NK세포 배양기술을 적용한 ‘슈퍼NK(SNK01)’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달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공개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슈퍼NK 단독투여군에서 기존치료제가 듣지 않는 환자 9명 중 6명이 암덩어리가 더 커지지 않는 안전병변(SD)으로 확인돼 질병통제율(DCR) 66.7%을 기록했다.

슈퍼NK와 바벤시오 병용투여군 포스터는 병용투여 결과 표적병변에서 완전관해(CR) 1명, 종양이 30%이상 줄어든 부분관해(PR)환자가 1명, 종양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 SD환자가 8명 관찰됐다.

박셀바이오는 고용량의 NK세포를 암 발생 부위에 집적 투여하는 독창적인 치료방식으로 간세포 암종을 타깃하는 ‘VaX-NK/HCC’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임상 1상 11명 환자에게서 4명이 완전관해, 4명을 포함한 9명에서 안전병변이 확인돼, 질병통제율 81.8%를 기록했다.

차바이오텍은 고형암을 타깃하는 ‘CBT101’ NK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3월 국내 임상 1상에서 암 절제 수술을 받고 보조요법을 끝낸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CBT101을 정맥투여 해,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한 바 있다. 차바이오텍은 임상 1살 결과를 바탕으로 교모세포종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미국에서 임상시험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씨셀은 고형암을 타깃하는 제대혈 유래 HER2 CAR-NK 치료제인 ‘AB201’를 개발 중이다. 현재 미국 관계사 ‘아티바’를 통해 미국 임상시험을 준비 중에 있으며, 올해 IND(임상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CAR-T 치료제의 우수성은 누구라도 인정하지만, 최근 추세가 NK세포쪽이 더욱 열광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특히 CAR-NK와 같은 암 공격능력을 극대화 하면서 안정성도 뛰어난 기술들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