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고통스운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영업제한과 실외 마스크 착용 등이 해제되면서 시민들은 엔데믹(풍토병화) 전환 가능성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급성장한 기업들은 그간 축적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엔데믹 전환이란 ‘희망봉’을 눈앞에 둔 지금, 어떤 기업이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항로개척을 진행하고 있는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 속 성공적인 미래투자의 척도로 삼을만한 엔데믹 준비 기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국산 31호 신약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비롯해 유한양행의 신약후보물질들이 해외 임상시험을 본격화, 가속화 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신약의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토종 폐암신약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이 순항하며 일각에서는 국내 최초 블록버스터(매출 1조원) 신약이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유한양행 본사 전경. / 유한양행
유한양행 본사 전경. / 유한양행
렉라자는 1~2세대 EGFR 표적 치료제를 복용하며 생긴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3세대 표적치료제다. 2021년 1월 식약처로부터 2차 치료제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고, 7월 1일자로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되며 본격적인 환자치료에 쓰이고 있다.

렉라자는 특히 뇌 혈관 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어 뇌 전이가 발생한 폐암 환자에게도 우수한 효능 및 뛰어난 내약성을 보였다. 3세대 표적항암제인 렉라자는 표적에 대한 높은 선택성을 나타내며, 항암 효과가 우수하고 피부발진, 설사와 같은 부작용 및 심장 독성 우려도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는 물론 의료진에게도 치료 옵션 확대라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올해 4월, 렉라자의 허가 근거가 된 ‘LASER201’ 임상 최신 결과가 국제폐암연구협회(IASLC) 공식 학회지인 흉부종양학회지(JTO)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1월 온라인 게재에 이어 JTO 4월호 저널로 공개된 것이다.

렉라자의 최신 데이터는 LASER 201 1/2상 임상연구로 국내 17개 센터에서 이전에 EGFR TKI 치료를 받고 질병이 진행된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 78명을 대상으로 매일 1회 경구로 레이저티닙 240㎎을 지속적으로 투여해 레이저티닙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임상연구 결과, 베이스라인에서 T790M 양성인 환자 76명 중 1명(1.3%)은 완전관해(CR)에 도달했고, 41명(53.9%)은 부분관해(PR)를 보였다. 객관적 반응률(ORR)은 55.3%로 나타났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l)은 11.1개월이었으며, 추적 관찰기간 22개월까지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치료 12개월, 24개월 차의 추정되는 전체 생존기간은 89.5%, 72.7%다.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은 17.7개월이었고, 12개월 또는 그 이상 레이저티닙에 반응한 비율은 27.6%(21명)였다. 질환 조절은 89.5%에 달했다. 종양 크기 변화율은 기저치 대비 5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LASER 201 임상연구의 제1저자로 참여한 조병철 연세암병원 교수는 "국제폐암연구협회의 공식학회지인 JTO에 렉라자 임상 결과가 공개돼 가장 최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특히 이번 1/2상 임상연구에서 뇌병변이 있는 환자에게서 우수한 두개강 내 반응률과 생존기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임상현장에서 렉라자 처방 경험도 쌓이면서 의료진이 확신을 갖고 처방할 수 있게 된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이번 임상연구 최종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렉라자의 우수한 두개강 내 항종양 효과를 확실시했다는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유한양행은 2020년부터 1차 치료제로의 치료 범위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다국가 임상 3상을 세계 10개 국가에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공동개발사인 얀센 역시 렉라자와 얀센의 이중항체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글로벌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어 글로벌 상업화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얀센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을 통해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한 1차 치료제진입, 기존 치료제 내성환자를 위한 다음 치료옵션 등을 위한 다각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2), 유럽종양학회(ESMO 2021) 등에서 렉라자와 리브레반트 병용요법은 기존 치료제 복용 후 내성이 생긴 환자를 상대로 뛰어난 반응률 등 고무적인 데이터를 보여주었다.

제약업계와 증권가 등에서는 "얀센이 진행하는 레이저티닙 1차 치료목적 병용요법 임상 3상이 순항 중이며, 내성 병용요법은 2021년 9월 ESMO에서 고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는 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머지 않아 미국 식품의약국(FDA) 혁신신약지정 및 품목승인까지도 가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기술수출 신약물질인 기능성 위장관질환 치료제 ‘YH12852(미국내 후보물질명 PCS12852)’도 본격적인 미국 임상시험에 진입했다.

유한양행 기술수출 파트너사인 미국 프로세사 파마슈티컬즈(Processa Pharmaceutials)는 지난 2021년 10월 1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기능성 위장관질환(GI) 치료제 후보물질 PCS12852에 대한 미국 내 임상 2a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허가 받았다. 이후 올해 4월 환자 투약을 시작하는 등 순조로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PCS12852는 2020년 8월 유한양행이 프로세사에 기술 이전한 신약 후보물질로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합성신약이다. 5-하이드록시트립타민 4(5-HT4) 수용체에 우수한 선택성을 보이는 작용제(agonist)로, 국내에서 전임상 독성, 임상 1상 시험을 마치고 프로세사에 기술이전 됐다. 프로세사의 이번 임상2a상은 중등도(moderate) 에서 중증(severe)단계의 위무력증(gastroparesis)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위무력증은 미국에만 매년 4% 정도의 인구가 앓고 있어 미충족 수요가 높은 시장이다. 유한양행 측은 "PCS12852 물질은 국내 전임상 독성, 임상1상을 통해 심혈관 부작용 없이 우수한 장 운동개선 효과를 확인한 약물이기에 이번 미국 임상에서도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한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역시 임상 1상에 진입했다. 2021년 11월 공동개발 협력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이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및 간질환 치료를 위한 이중작용 혁신신약(유한양행 과제명 YH25724)의 임상 1상을 유럽에서 돌입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NASH는 흔히 간 내 지방의 축적에 의해 시작되며, 염증으로 발전해 최종적으로는 다수의 환자에게 간섬유증과 간경변을 초래한다. 이 질환은 현재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 의학적 수요가 매우 높은 분야로 알려져 있다.

신약 개발 이외에도 반려동물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기존 사업과 스마트 헬스케어와 같은 신규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심전도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는 의료기기 ‘메모패치’에 대해 제조사인 휴이노와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5월 중 메모패치를 출시할 예정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유한은 혁신적 신약 개발을 하는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발걸음을가속화하고 있다"며 "전세계 폐암 환자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렉라자 후속 개발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을 위한 신약 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