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는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다. 지난 2020년부터 지금까지 총 5조원의 자금으로 비트코인 13만개를 구입한 후 단 한 번도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다. 이번 폭락장에서 마이크로 스트레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이 주목받고 있다. 마진콜(Margin call, 증거금 추가 납부 요청)로 인한 비트코인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5조 쥐고 있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마진콜 우려 증폭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 평균 단가는 3940만원으로 파악된다. 지난 3월 미국 실버게이트 은행에 비트코인을 담보로 맡기고 약 3200억원의 자금을 빌려 비트코인에 재투자했다. 담보대출비율(LTV) 25%를 역으로 계산하면 약 1조2800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담보로 맡긴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LTV의 50% 수준까지 떨어지면 마진콜이 발생한다. 마진콜 기준은 2만1000달러, 한화로 2697만원이다. 비트코인이 이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나머지 비트코인 9만5000개를 팔아 담보금을 메꿀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보유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 패닉셀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세일러 사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회사는 더 많은 담보 자산을 가지고 있다"며 "마진콜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심리를 보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각)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주가는 전일대비 5.84% 하락한 161달러로 장 마감했다. 지난 2월 1312달러까지 찍었던 주가는 161달러로 88% 가까이 빠진 것도 불안한 투심을 보여준다.

1분기 기준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총 자산은 4조6400억원. 비트코인 구입 자금보다 3600억원 가량 부족한 규모다. 주머니를 털어 비트코인을 샀다는 의미다. 비트코인 하락이 재무상태에 직격타를 미치는 구조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504억원, 현금성 자산은 1195억원에 불과하다.

‘지금이 바닥’ vs ‘추가하락 우려’ 팽팽…V자 반등은 힘들 듯

현재 비트코인은 2만1000달러 부근에서 아슬아슬하게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가격 예측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는 상황.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이 또 다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과, 비트코인이 바닥을 확인하고 있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1차 고래집단으로 분류되는 채굴자들이 상당한 규모의 비트코인을 거래소로 옮긴 점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온체인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지난 15일 비트코인 채굴자 지갑에서 거래소로 입금된 비트코인 물량은 9476개로 7개월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 금리인상 발 경기 침체 전망도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최근 미국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최고경영자는 경기 침체 위험이 50%에 가까워졌다는 견해를 내놨다. 세계은행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점치는가 하면,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그룹의 피터 부크바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경기 침체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리스크가 줄어들 수 있다며, 하반기 비트코인 상승을 전망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긍정론자들은 지난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사태를 책임있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내달 시진핑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회동 또는 통화할 가능성을 호재 근거로 제시한다. 또 푸틴 대통령이 평화협상을 준비하다는 소식도 종식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는 7월 6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xchange-Traded Funds, ETF) 승인에 대한 기대도 드러낸다.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ETF 승인 여부를 발표한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가상자산 시장의 대형 호재로 여겨진다. 다만 가상자산을 둘러싼 선물거래위원회(CFTC)와 SEC의 관할권 싸움이 먼저 정리돼야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끝나고 중국 봉쇄가 풀려 물가와 금리가 안정되지 않는 한, ‘V자’ 단기 상승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변수에 더해 오는 7월 26~27일(현지시각)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일정을 앞두고 있어, 상승 요인은 약한 반면 하방 압력은 높다는 분석이다.

국내 온체인 데이터 업체인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17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1만5000개 비트코인이 코인베이스에서 비트파이넥스로 이동했다. 크립토 헤지펀드가 롱 포지션 담보물을 채우고 있거나, 유동성 공급자들이 고객을 위한 판매주문을 수행하려고 유동성을 채우고 있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약세를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