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투자 국내최대' 삼성SDI 차세대 배터리 경쟁력 엿보기

입력 2022.06.22 06:00

삼성SDI는 그동안 국내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에 비해 그룹 차원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럽 출장은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사업을 어떻게 고민하는지 보여줬다. 그는 직접 해외에 위치한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기지를 방문했고, 전략 파트너까지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을 만났다. 삼성SDI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중대 전환점에 선 셈이다.

이 부회장은 10박 12일 간의 유럽 출장 중 헝가리에 있는 삼성SDI 배터리 공장을 방문했다. 7일 이 부회장과 같은 전세기를 탄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동행했다.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며 만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 조선일보DB
삼성SDI 헝가리 공장은 BMW,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고객사를 위한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핵심 고객사인 BMW 경영진과 회동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헝가리 배터리 공장도 갔었고 BMW 고객도 만났다"며 "자동차 업계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터리 업계는 삼성SDI가 경쟁 구도가 굳혀진 리튬이온 전지 대신 차세대 배터리 기술인 ‘전고체 전지’ 분야 공략을 위한 전략을 짤 것으로 본다. 투자와 연구개발 리소스를 전고체 쪽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삼성SDI의 이런 전략은 이 부회장이 강조했던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전고체 전지는 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인 전지다. 유기 용매가 없어 불이 붙지 않아 안전성이 향상되고, 음극을 흑연/실리콘 대신 리튬 금속을 적용해 에너지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삼성SDI 연구소 전경 / 삼성SDI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3사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전고체 전지 개발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SDI는 3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SDI연구소 내에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S라인)을 착공했다. 파일럿 라인은 6500㎡(2000평) 규모로 구축된다. 2025년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선보인 뒤 2027년 상용화 하는 것이 목표다. 시제품 제조를 위한 파일럿 라인은 2023년 가동한다.

삼성SDI는 전고체 전지와 함께 또다른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4680 배터리 시장 선점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4680은 지름 46㎜, 길이 80㎜의 배터리로,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자사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탑재하는 부품으로 알려졌다. 일본 파나소닉은 2021년 기존 테슬라에 공급하는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을 5배, 출력을 6배, 주행거리를 16%씩 늘리는 대신 충전 속도까지 높인 차세대 4680 배터리 시제품을 선보였다.

삼성SDI는 3월 IT조선에 4680을 근간으로 한 사이즈의 배터리 개발에 돌입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한국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2’ 행사 현장에서 IT조선과 만나 "4680형 배터리는 범용성이 높은 사이즈다"라며 "해당 사이즈를 근간으로 기본 설계 및 개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최근 천안공장에 4680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신설했다. 2023년 상반기에 샘플 생산을 목표로 잡았다. 4680이 테슬라에 최적화된 크기인 만큼 기존 고객인 BMW 등을 고려해 지름은 46㎜, 길이는 절반 수준인 4640 배터리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의 차세대 배터리 투자는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삼성SDI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연구개발비는 2019년 7126억원, 2020년 8083억원에 이어 2021년에는 8776억원으로 역대 최대 비용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연구개발비도 2583억원을 지출해 LG에너지솔루션(1836억원)과 SK온(477억원)보다 많았다. 1분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6.4%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4.2%), SK온(3.78%) 보다 높은 수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북미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자체 공장을 가동 중인 것과 대비해 그간 삼성SDI의 소극적인 투자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한 삼성의 초격차 기술 행보에 배터리가 동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삼성SDI의 차세대 배터리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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