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코로나19가 엔데믹 단계로 접어들면서 ‘집콕 특수'를 누렸던 온라인 플랫폼 기업(네카오 등)이 성장 둔화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개발자 임금 인상이라는 부담이 커진데다가, 국내 ‘문어발 확장'을 자제하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은 ‘글로벌'을 대안으로 내세웠으나 ‘콘텐츠' 외에는 이렇다할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메타버스를 내세우기도 하지만 이 역시 뚜렷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IT조선은 위기의 빅테크 기획을 통해 이들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데이터와 콘텐츠를 독과점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데이터와 콘텐츠의 분배를 요구하는 ‘웹3.0’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 지배력을 지렛대로 여러 내수 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직면한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뿐만 아니라 두 기업은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이라는 신사업을 추진하며 글로벌 진출을 표명했으나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업계에는 두 기업이 ‘원래 잘 하던’ 내수 기업에 머무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왼쪽)와 남궁훈 카카오 대표. / 각 사 제공
최수연 네이버 대표(왼쪽)와 남궁훈 카카오 대표. / 각 사 제공
‘락-인 전략’으로 성장한 네이버

네이버는 지난 20여년 동안 이용자 참여를 이끌어내는 전략으로 급성장했다. 2002년 출시한 지식iN 서비스에 힘입어 2003년 포털 순방문자 1위에 올랐다. 이용자가 생성한 네이버 블로그 콘텐츠를 통합검색 결과로 보여주는 전략도 유효했다. 네이버는 블로그를 서비스한 2005년 이후 검색 점유율 70%를 차지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했다.

네이버는 이용자의 자발적인 활동을 독점하고 이를 적극 활용했다. 엠파스가 단적인 예다. 2005년 엠파스는 ‘열린 검색’ 서비스를 도입해 타 포털의 데이터베이스까지 검색 결과로 내놨다. 반면 네이버는 로봇 프로토콜을 이용해 자사의 데이터베이스 접근을 막았다. 이용자가 축적한 데이터를 타 포털이 검색할 수 없도록 사이트 연결을 차단했다. 네이버의 지식iN 이용 약관(2003년) 제12조 5항에 따르면 이용자가 축적한 DB를 네이버가 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이용자의 콘텐츠 생산과 제공으로 경쟁력과 광고 능력을 높였다. 하지만 이용자에 제대로 된 보상은 하지 않았다. 네이버 블로그의 경우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만 소액의 광고를 게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네이버 지식iN 서비스는 네이버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내공’이나 쿠폰 등을 제공하는데 그쳤다.

원용진 교수는 자신의 저서 ‘메가플랫폼 네이버'에서 "네이버는 이용자가 생산한 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 콘텐츠를 통한 수익창출 모델을 완비했다"고 평가했다.

‘지배력 확장’ 카카오

카카오는 최근들어 업계에서 독과점 논란으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카카오의 근간은 카카오톡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플러스친구, 이모티콘, 카카오스토리, 카카오게임, 카카오프렌즈, 카카오페이지 등을 내놓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 결과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러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네이버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했다. 카카오톡이라는 이용자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엄청난 무기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밀어붙이며 세를 키웠다. 이는 결국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부딪혔다. 카카오 택시 독점 논란과 보험업 진출 등이 직접적인 이유로 분석된다.

이에 국내에서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광고 비즈니스, 커머스를 넘어 각종 내수 기반 신사업에 진출한 카카오의 지배력을 문제시 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웹3.0, 기업 데이터 독점에 문제를 제기하다

‘웹3.0’ 흐름은 이같은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 점유 전략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용자 콘텐츠를 활용해 사업 경쟁력을 흡수해 나가는 흐름에 반대하고, 나아가 이용자가 자신의 콘텐츠와 데이터 소유권까지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르위츠의 크리스 딕슨 총괄 파트너는 웹3.0을 ‘사용자와 생산자가 토큰을 기반으로 공동소유하는 인터넷’이라고 정의했다. 단순히 유튜브처럼 이용자 콘텐츠 조회수, 구독자 숫자 등에 근거한 보상 강화 정책을 펼치는 것을 넘어, NFT와 블록체인 등 기반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 소유권을 개별 이용자가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네이버, 카카오 같은 웹2.0 기반 기업에 잠재적 위협 요소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마음껏 활용했던 데이터와 콘텐츠에 대한 주도권을 이용자에게 분배해야 하는 요구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기업의 몫을 사용자와 나눠야 한다.

일각에서는 웹3.0 기반 서비스가 빅테크 기업의 주요 서비스를 대체 가능하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암호화폐 리서치 회사 메사리는 데이터 관리 및 저장, 인터넷 도메인 서비스 등 IT인프라 관련 영역이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로 대체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사용자에게 보상을 제공하면서, 분산화된 데이터 소유권을 사용자에게 부여하고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 보상을 주는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는 저서 ‘웹3.0레볼루션’에서 "음악, 게임, 콘텐츠, 영상, 광고 등 여러 서비스가 웹3.0 서비스로 바뀔 것이다"라며 "이러한 서비스는 기존 중앙집중식 데이터 저장, 관리 방식이 아닌 ‘분산화 방식’을 채택한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발간한 ‘2021년 ESG통합보고서' 중 주요 리스크 관리 현황 내용. / 네이버 보고서 갈무리
네이버가 발간한 ‘2021년 ESG통합보고서' 중 주요 리스크 관리 현황 내용. / 네이버 보고서 갈무리
실제 네이버는 최근 발간한 ‘2021년 ESG통합보고서’에서 네이버가 당면한 주요 리스크 중 하나로 ‘이용자 선호도 및 경쟁력 관리’와 ‘신기술 발전에 따른 제품 책임 관리’를 꼽았다.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등 신기술이 접목된 플랫폼 확장과 양방향 콘텐츠 생산이 가속화된 환경 변화로 이용자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사용자 니즈에 맞는 서비스 출시와 개선을 통해 신규 이용자층 확대와 기존 이용자의 락인이 중요하다"며 "메타버스, NFT 등 신기술 투자 확대를 통해 오프라인 대체재 이상의 이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는 웹2.0 기반 빅테크 기업이 서버를 블록체인으로 바꿔 데이터 독점을 풀고, 토큰 보상 이코노미 시스템을 전적으로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고 빅테크 기업이 이같은 시대적 요구를 무시하기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웹3.0 전면 도입은 불가능…일부 도입으로 해결 가능할까

이에 전문가들은 웹2.0 기반 기업이 웹3.0 요소를 ‘일부’ 도입해, 이용자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이들에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하는 체계를 도입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미 다수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나, 국내 주요 게임사는 블록체인이나 NFT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이용자 보상체계를 만들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같은 흐름에 맞춰 신기술 개발과 함께 메타버스, 토큰 이코노미, 가상자산 등 웹3.0의 요소를 일부 차용하고 있다. 카카오 일본 자회사 픽코마는 블록체인 기술 활용한 웹3.0 창작자 생태계 구축을 계획한다. NFT 기술을 접목해 웹툰 창작자나 개별 사용자가 콘텐츠를 소유, 맞춤형 서비스 제공하려는 시도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아직 NFT나 블록체인을 접목해 생산자에게 콘텐츠 소유권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가상경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제페토 내에서 창작자가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거래하면서 수익을 얻는 구조다.

다만 이같은 웹3.0 흐름에 맞춘 사업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제트는 지난해 전년 대비 각각 295억원(-56%)과 1129억원(-487%)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카카오는 메타버스 시스템 사업을 아직 본격화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최근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넵튠을 통해 가상경제가 작동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공개했지만, ‘제페토'와 별다르게 특별한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어발 확장" 자제하라는 시대적 요구 ‘글로벌'

두 기업은 글로벌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웹툰을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웹툰의 글로벌 장악력에 대해선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웹툰은 한국에서 출발한 사업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점 더 많은 이용자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희석 미래에셋연구원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MAU는 1분기 기준 8200만명 수준이다. 연간 1000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픽코마는 2020년 7월부터 선두주자였던 네이버 ‘라인 망가’를 제치고 일본 비게임 애플리케이션(앱) 부문(앱애니 리포트 기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토론회. 이날 토론회에는 서치원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 김남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이동원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총괄과장, 박상용 중소벤처기업부 상생협력지원과장 등이 참석했다. / 참여연대 유튜브 화면 갈무리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토론회. 이날 토론회에는 서치원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 김남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이동원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총괄과장, 박상용 중소벤처기업부 상생협력지원과장 등이 참석했다. / 참여연대 유튜브 화면 갈무리
다만 웹툰 외에는 글로벌에서 단시간 내에 유의미한 성적을 낼 수 있는 사업 영역이 많지 않다. 네이버는 라인, 야후 등 파트너와 협력을 통해 일본 시장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해외 이커머스 시장 또한 국내와 마찬가지로 경기 침체와 엔데믹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적 환경이 밝지 않은 셈이다.

카카오는 K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유입되는 해외 이용자를 활용해 카카오톡의 글로벌화를 이룰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미 해외 주요 빅테크가 SNS공간을 선점하고 있어, 단시간에 이루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카카오가 글로벌 동력으로 추진해 온 블록체인 기술도 비판에 부딪혔다. 앞서 카카오는 그라운드X·크러스트 클레이튼을 통해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인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다수 기업들이 클레이튼 생태계에서 이탈하는 조짐을 보인다.

NFT마켓플레이스에서 1위를 차지한 국내 NFT 프로젝트 ‘메타콩즈’는 클레이튼에서 이더리움으로 플랫폼을 변경했다. 클레이튼에서 출발해 국내에서 성공을 거뒀던 위메이드 또한 자체 메인넷을 구축하겠다고 밝히면서 클레이튼을 이탈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클레이튼은 각종 안정성 문제가 지적된데다가, 투표 기능 조차 부재해 기술적으로 미흡한 측면이 적지 않다"며 "클레이튼은 초기 기술진이 바뀌면서 연속적인 서비스가 불가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