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중국발 리스크에 흔들린다. 중국 상하이 봉쇄 여파가 장기화하고 LCD 패널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간다. 3년 전 경험했던 ‘고난의 행군’을 반복할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어닝쇼크를 겪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 전환이 확실시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2019년 9월 구원투수로 투입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해 2조원대 영업흑자를 달성하며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취임 후 두 번째 위기를 맞이한 정 사장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 LG디스플레이
23일 증권가 전망을 살펴보면, LG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 2000억~4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년 만에 적자 전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LG디스플레이의 실적 부진은 최대 고객사 중 한곳인 애플향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탓이 크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을 받은 상하이와 쿤타 지역을 봉쇄했다. 애플은 3월 말부터 모니터와 맥북 노트북의 절반 이상을 위탁생산(OEM)하는 퀀타 상하이 공장 조업 관련 차질 영향을 받았다. HP, 델, 레노버 등의 모니터, 노트북과 같은 주요 IT제품 위탁생산을 하는 컴팔의 쿤산시 공장도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LG디스플레이는 상반기 계획했던 생산 물량 일부를 하반기로 이월시켜야 했다.

6월 1일 상하이, 쿤산 봉쇄가 해제됐지만, 생산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3분기 실적 회복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LCD 가격도 LG디스플레이의 발목을 잡는다. 재택근무, 비대면 교육 효과로 급증한 디스플레이 수요가 대면활동 재개로 급감했고, 설상가상으로 LCD 가격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6월 상반월(1~15일) 기준 32인치 LCD TV 패널 가격은 30달러다. 5월 상반월(36달러)보다 20% 떨어졌다. 1년 전인 2021년 6월 상반월(87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의 매출에서 LCD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가격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OLED로 발빠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호영 사장의 주요 관심사는 미래 먹거리인 OLED다. LCD 비중을 빠르게 줄이는 동시에 OLED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는 큰 그림을 그린다.

LG디스플레이는 5월 초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 OLED 모듈 라인 증설을 위한 투자액을 기존 14억달러(1조6000억원)에서 15억달러(1조8700억원)로 늘리는 채무보증을 승인했다.

하반기에는 TV용 LCD 패널 생산량을 올해 상반기보다 최소 10% 이상 축소하기로 했다. 5월부터 중국 광저우, 경기 파주 LCD TV 패널 라인에서 유리 기판 투입량을 줄이며 감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에는 공적 금융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및 글로벌 은행들과 협약을 맺고 중소형 OLED 경쟁력 강화와 수출 확대를 위한 10억달러(1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정호영 사장은 상반기 적자 전환이 유력한 LG디스플레이를 하반기에 흑자로 돌려세우면서, 미래 비전까지 제시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았다"며 "2019년 취임 직후 연속 적자에 허덕인 LG디스플레이를 체질 개선시킨 성과를 보인 만큼 이번에도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