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의약품으로 알려진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일각에서는 보험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위험분담제 등을 활용해 건강보험 지출 남용을 막겠다고 밝혔지만 졸겐스마 이외에도 올해 초고가 의약품에 대한 건보 협상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라 재정 적자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노바티스가 5월 졸겐스마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약평위) 심사를 통과한 이후 약가 절충안 마련을 위해 논의 중이다.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약가 협상은 7월 2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약가 합의가 이뤄지면 30일 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최종심의 및 의결을 거쳐, 이르면 8월부터 보험 적용이 가능해 진다.

졸겐스마는 1회 투여만으로 SMA 진행을 막아주는 초고가 ‘원샷’ 유전자 치료제다. 1회 투여 비용이 20억원이 넘는다.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시작으로 일본, 영국, 브라질, 캐나다, 이스라엘 등 40여 개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영국, 미국, 일본에서 비급여 약가는 각각 179만파운드(28억원), 210만달러(25억원), 1억6700만엔(19억원) 수준이다.

천문학적인 가격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약인 만큼 각국 정부는 보험급여를 통해 실제로 환자들에게는 출시 가격보다 저렴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건보 적용이 되면 환자는 최대 598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앞서 올해 4월에는 47만5000달러(6억1085만원)에 달하는 카티(CAR-T) 세포·유전자치료제치료제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가 보험 적용을 받으면서 환자 부담액이 최대 598만원으로 낮아졌다.

뿐만 아니라 1회 투약 85만달러(10억9310만원)로 책정된 희귀 유전질환 실명 치료제 ‘럭스터나(성분명 보레티젠 네파보벡-rzyl)’ 역시 건보 적용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스파크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럭스터나는 졸겐스마와 함께 평생 한 번 투약하는 원샷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초고가 치료제가 연달아 보험적용 범위에 들어오면서, 최근 심각한 적자난에 시달리는 건강보험 재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졸겐스마 급여 대상 환자는 연간 최대 15명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억원에 도입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급여액은 최대 300억원으로 예상된다. 졸겐스마 하나만으로는 건강 보험 재정에 큰 악영향은 없을 수 있지만 올해 유난히 고가 치료제들이 심사 대상에 올라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는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건강보험 적립금은 지속적인 코로나19 방역으로 급격한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1∼4월 건강보험 총수입은 25조2997억원, 총지출은 27조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건보 재정은 4월 말 기준으로 1조7017억원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적립금은 2021년 말 20조2410억원에서 4월 말 18조5393억원으로 줄었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건보 재정적자 규모는 2023년 3조8000억원에서 2027년 7조5000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위험분담제 등을 활용해 무분별한 재정 낭비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약평위는 5월 12일 졸겐스마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가 타당하다며 건보 적용을 위한 조건으로 ‘투약 사례별 사전 급여 심사’와 ‘환자 단위 성과 기반 위험분담·총액제한’을 내걸었다. 킴리아 또한 적정성 평가 단계에서 환자 단위 성과기반 위험분담과 총액제한 적용을 조건으로 보험 적용 허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항암제·희귀난치질환약 등 초고가 의약품 건강보험 신속등재 및 급여확대’를 강조해 왔기에, 추후 희귀질환을 위한 의약품들이 대거 보험 적용 범위에 들어오면서 재정 안정성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의약품 고도화에 따라 특수 질환 약 가격이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는 좀 더 뚜렷한 대책 마련을 실행할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 상황과 같이 첨단 의약품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면 추후 일반 환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간 불치병으로 여겨진 질병을 위한 ‘꿈의 치료제’ 등장은 환자와 국가보건에 큰 힘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과도한 공공재정 투입은 추후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위기대응에 필요한 자원까지 사용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에, 적절한 균형과 명확한 정부 기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