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모바일·통신 전시회(MWC) 등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기술 청사진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전시회로 꼽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외 대표적인 테크 기업들은 연례행사를 비롯해 세미나, 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자사의 기술 로드맵을 공개하고 생태계와의 협업을 모색한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며, 기술의 한 단계 진보의 시작점이라는 측면에서 테크 기업들의 행사 내용을 되돌아보고, 주목해야 할 이슈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기술이 팬데믹을 헤처 나갈 힘이 됐다. 모든 것이 뒤 바뀌고 정체된 현상을 탈피할 새롭고 신선한 시각이 필요한 시기이다."

인텔 팻 겔싱어 CEO는 지난 5월 진행한 ‘인텔 비전’ 행사에서 기술의 속도와 인간에 대한 그 영향력, 그리고 인간 상호 작용의 모든 면면이 기술 중심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불경기 등 직면한 도전 과제 속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 가능한 것으로 전환해 현재와 미래를 대비하고 앞서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 강조한 인텔의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는 주목할만한 이슈다. 인텔은 반도체 회사이지만 1만7000여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파트너와 시스템 통합자, 개발자로 구성된 에코시스템을 꾸리고 있는 것. 인텔은 고성능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것 이상으로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까지도 제공해 고객들이 복잡한 환경에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을 강조했다.

이렇듯 인텔은 반도체에서 소프트웨어까지 풀스택을 강조하며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인텔은 ‘인텔 비전' 행사를 통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분야 발전 내용과 다양한 실제 사례를 통해 비즈니스 가치를 제공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 팻 겔싱어가 강조한 ‘슈퍼파워’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슈퍼파워를 설명하고 있다 / 인텔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슈퍼파워를 설명하고 있다 / 인텔
만약 통신이 먹통이 되는 상황을 상상해봤는가. 지진이나 자연재해 등과 같이 인프라가 붕괴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텔 비전 행사에서 인텔은 자사의 제온 스케일러블 플랫폼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 대만의 페가트론과 개발한 휴대용 5G 솔루션을 선보였다. 긴급 구조대 기지국을 위한 휴대용 5G 솔루션은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비즈니스 환경에 적용할 수 있다.

팻 겔싱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위와 같은 사례는 우리가 직면한 도전과제와 혁신, 발견, 그리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혁신을 주도하는 4가지 슈퍼파워로 퍼베이시브(Pervasive) 커넥티비티, 유비쿼터스 컴퓨팅, 인공지능, 클라우드 엣지 인프라 등을 꼽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웨어러블 장치 등 우리의 손에 닿는 모든 것이 컴퓨터로 전환되고 있다. 유비쿼터스(모든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이용하는) 인프라를 통해 클라우드 사용자는 이러한 디바이스를 엣지로 고성능 컴퓨팅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무한에 가까운 인텔리전트 엣지를 통해 지연 시간은 낮추고 대역폭은 넓히며, 어디서나 실시간 추론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클라우드 게이밍,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사용 사례는 폭발적으로 쌓이고 있으며, 의료, 유통, 제조 등의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4가지 슈퍼파워는 결합을 통해 가속과 발전을 이뤄간다.

◇ 컴퓨팅 리소스 언제 어디서나 활용 ‘앤드게임 프로젝트’와 ‘온디멘드 서비스’

향후 메타버스를 비롯한 고성능이 요구되는 게임 등 콘텐츠를 노트북으로 플레이할 때 끊김 현상을 경험해 봤다면 ‘앤드게임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현재 개발 중인 앤드게임 프로젝트가 등장하면 고사양을 요구하는 작업 중 발생하는 끊김 현상을 어쩔 수 없다고 불만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앤드게임 프로젝트는 클라우드를 통해 네트워크 내 다른 장치에서 사용 가능한 컴퓨팅 리소스로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켜 준다. 인텔은 올 하반기에 앤드게임 프로젝트의 베타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고성능 디바이스를 구매하지 않아도 주변의 인프라를 사용해 향상된 성능을 즐길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데이터센터까지 ‘차세대 CPU·GPU 공개'

클라이언트 컴퓨팅 부문 총괄 미셀 홀타우스가 12세대 인텔 코어 HX 프로세서를 발표하고 있다. / 인텔
클라이언트 컴퓨팅 부문 총괄 미셀 홀타우스가 12세대 인텔 코어 HX 프로세서를 발표하고 있다. / 인텔
무엇보다 이날 기대감을 갖게 했던 소식을 꼽자면 차세대 CPU, GPU 등을 빼놓을 수 없다. 클라이언트 컴퓨팅 부문 총괄 미셀 홀타우스는 "우수한 PC는 모든 것의 토대"라고 말하며 "PC 없이 원격 근무의 생산성과 연결성을 유지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의존하는 휴먼 터치포인트인 PC는 팬데믹 기간 동안 그 중요성이 부각됐으며 그 양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 중인 1억4000만대의 상용 PC가 4년 이상됐다며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인프라도 업그레이드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인텔은 하이브리드 업무에 최적화한 12세대 인텔 코어 HX 프로세서, 데이터센터 워크로드용 트레이닝을 위한 인텔 하바나 가우디2 AI 프로세서, 데이터센터용 GPU(코드명 아틱사운드 M), 4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코드명 사파이어 래피즈), 인텔 인프라 처리장치(IPU) 로드맵의 상세 내용을 공개했다.

12세대 인텔 코어 HX 프로세서는 데스크톱의 고성능을 발휘하는 모바일 프로세서로 PC 사용자들의 관심을 받는 제품. 인텔은 이날 12세대 인텔 코어 HX 프로세서 신규 제품군 7종을 공개했다. 올해 안에 12세대 인텔 코어 HX 프로세서를 탑재한 10개 이상의 워크스테이션 및 게이밍 제품이 델, HP, 레노버 등 주요 OEM을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 GPU 아틱 사운드M은 150W 옵션과 72W 옵션 두 개의 구성으로 이뤄졌다. 두 개의 구성 모두 4개의 Xe 미디어 엔진, AV1 하드웨어 인코더 및 데이터 센터용 가속기, GDDR6 메모리, 레이 트레이싱 장치 및 내장 XMX AI 가속기를 갖추고 있다. 데이터센터 GPU 아틱 사운드M은 파트너사 제품 15종을 통해 검증을 마쳤으며 올해 3분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 AI 접근성 확대 ‘아폴로 프로젝트'

산드라 리베라 인텔 수석 부사장(가운데)이 인텔의 인공지능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 인텔
산드라 리베라 인텔 수석 부사장(가운데)이 인텔의 인공지능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 인텔
산드라 리베라 인텔 수석 부사장은 "인텔은 고객들이 인공지능에 쉽게 접근하고 디지털화를 이루는데 도움이 되고자 노력해왔다"며 액센추어와의 프로젝트 아폴로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기업을 위한 30개가 넘는 오픈소스 인공지능 레퍼런스 키트를 제공한다.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 엣지에서의 인공지능의 접근성을 높인다. 아폴로 키트는 7월 출시할 예정이다.

이날 산드라 부사장은 "점점 커지는 데이터 세트와 복잡한 모델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사용해야 한다"며 이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인공지능 학습용 프로세서 가우디2를 공개했다. 1세대 가우디와 동일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한 가우디2는 7나노미터로 향상된 공정을 사용했다. 인텔 측은 엔비디아 A100 80GB프로세서 대비 2배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인텔 비전 행사의 메인 기조연설을 통해 살펴본 차세대 제품과 전략에서 인텔은 제조능력에 더해 반도체에서 소프트웨어까지 풀스택을 제공함을 강조했다. 팻 겔싱어 CEO는 "인류의 모든 측면이 디지털화되고 있으며 디지털과 관련된 모든 것은 반도체를 통해 가동한다"며 "지능형 반도체와 인텔의 개방형 보안 플랫폼 기술, 대규모 제조 역량을 통해 고객과 협업해 기회를 찾는 데 집중하고 비즈니스 분야 혁신을 위한 원동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불가능한 일이 많다. 목표 의식을 가지고 놀라운 속도로 세상에 변화를 주는 기술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오늘의 르네상스가 우리를 내일로 이끌 것이다"고 기조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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