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차량 공유업체 쏘카가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로는 처음으로 IPO에 도전한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모두 침체국면을 맞은 상황. 상장을 준비하던 다른 업체들도 철회로 돌아서며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쏘카의 도전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쏘카의 상장이 침체된 IPO 시장에 활기를 북돋을 수 있을지, 아니면 쏘카 역시 하락장의 제물이 될지 업계 시각으로 들여다 봤다.

차량 공유 플랫폼 쏘카가 증시 하락장 속에서도 기업공개(IPO)에 도전장을 냈다. 유가증권 시장 유니콘 특례상장으로 신주 발행, 품절주 전략 등을 내세워 흥행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지난달 24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국내 유니콘 기업 최초로 유가증권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총 공모주식 수는 455만주로 주당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4000~4만5000원이다. 공모 예정 금액은 밴드 상단 기준 2048억원이다.

다음달 1~2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하고 8~9일 일반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8월 중 상장 예정으로 미래에셋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았다. 삼성증권이 공동주관사를, 유안타증권은 인수회사로 각각 참여한다.

쏘카는 작년 매출액 2890억원을 기록했지만 21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적자 기업이다. 올해 1분기 역시 영업손실 85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이에 적자 기업이라도 성장성이 있으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할 수 있게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 특례상장 트랙을 활용했다. 쏘카가 상장하게 되면 유니콘 특례상장으로 유가증권에 상장한 1호 기업이 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쏘카가 증시 상황이 부정적인 가운데 공모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코스피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2300선이 무너졌다. 23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1월 2일(2267.95)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올해 상반기 IPO 대어로 주목받던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이 연이어 상장철회를 선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쏘카는 공모주 445만주를 구주매출 없이 전량 신주 발행하는 것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통상 구주매출 비율이 높을 경우 IPO 흥행에 악재로 평가받는다. 상장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 중 일부가 회사 미래 발전이 아닌 기존 주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상반기 상장 철회를 결정한 대어인 SK쉴더스와 원스토어, 현대엔지니어링의 구주매출 비중은 각각 47%, 29%, 75%에 달했었다.

상장 직후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도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 예정 주식 수 3363만5652주 중 16.28%(547만6218주)만이 상장 이후 시장에 풀릴 예정이다. 쏘카의 최대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SOQRI)는 상장 후 최소 1년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했다. SOQRI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18.5%다. SOQRI는 이재웅 쏘카 창업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회사다.

또 8.3%를 보유하고 있는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와 1.3%를 보유한 옐로우독산책하다투자조합 역시 상장일로부터 1년간 주식을 팔지 않는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상 6개월간 의무보유를 진행해야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6개월의 의무보유예탁을 추가로 이행한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주요 주주인 SK(17.5%), 롯데렌탈(11.5%) 등도 6개월간 쏘카 주식을 팔지 않겠다며 계속 보유확약에 동의했다.

할인율도 높은 수준이다. 쏘카는 33.9~50%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최근 5년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기업 중 할인율 하단이 50%를 넘은 곳은 카카오페이가 유일하다. 카카오페이의 할인율은 31.28~54.19%다. 카카오페이는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714대 1, 청약에서 경쟁률 29.6대 1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은 5조6000억원이 몰리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쏘카 관계자는 "이동수요의 급증과 유가 상승, 차량수급난 가중, 인플레이션 확대 등이 겹치면서 합리적인 소비 확대로 카셰어링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아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기업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판단했다"며 "시장과 투자자 친화적인 밸류에이션 적용을 위해 높은 할인율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확보한 자금으로 모빌리티 밸류체인 내 유관 업체에 대한 M&A 및 지분투자를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플릿매니지먼트서비스, 마이크로모빌리티 플랫폼, 충전결합 주차서비스, 자율주행 셔틀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