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 BOE가 애플 아이폰14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공급한다. 그동안 아이폰 신작 초도물량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나눠 공급해왔지만, 이번 시리즈부터 BOE가 처음 합류하는 것이다.

8일 중국 매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BOE는 7일 애플로부터 아이폰14에 탑재될 OLED 패널 인증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았다. BOE는 아이폰14 기본 6.1인치 모델에 7월부터 시양산에 들어가 9월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하반기 출시되는 아이폰14 모델은 6.1인치 아이폰14와 아이폰14 프로, 6.7인치 아이폰14 맥스와 아이폰14 프로맥스 등 4종이다.

애플 아이폰13 노치 디자인(왼쪽)과 아이폰14 프로 예상 렌더링 / RendersbyIan
애플 아이폰13 노치 디자인(왼쪽)과 아이폰14 프로 예상 렌더링 / RendersbyIan
애플은 지금껏 BOE 패널을 구형 아이폰에 사용하는 리퍼용으로 활용해 왔다. 2월에는 BOE가 무단으로 애플의 박막트랜지스터(TFT) 회로 배선 설계를 변경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애플과 패널 공급 계약이 파기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애플의 BOE 길들이기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BOE는 저렴한 단가를 강점으로 결국 애플 공략에 성공했다. BOE의 공급망 합류를 기점으로 애플은 아이폰11 시리즈부터 이어온 패널 공급선 다변화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애플로부터 추가적인 공급단가 인하 압박을 받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BOE의 아이폰14 시리즈 패널 공급량은 전체 패널 물량의 5% 수준에 불과하지만, 차기작부터는 프로 모델에도 진입하며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의 물량을 뺏어올 가능성이 높다"며 "낮은 수율과 신뢰도, 떨어지는 품질 등 단점까지 뛰어넘는 BOE의 가격 경쟁력을 애플이 포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BOE가 아이폰14 기본 6.1인치 모델에 공급하는 물량은 500만대쯤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4 시리즈 모든 모델에 6000만대 수준의 패널을 공급하며,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14와 아이폰14 프로맥스에 탑재되는 2500만대쯤의 패널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최근 BOE의 사례처럼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이 LCD에 이어 OLED 패널 시장에서도 근 시일 내 한국 기업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한다. 수년 뒤에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독점적 지위를 더이상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다.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OLED 경쟁력을 앞세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인력·기술 유출 등으로 인한 중국의 위협이 가장 거센 산업군이다"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8월 시행 예정인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 디스플레이가 포함되는 등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계청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매출액 기준 국가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에서 41.5%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한국은 33.2%에 그치며 2위로 밀려났다. 2004년 일본을 제치고 선두에 오른지 17년 만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