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300선 마저 위협받는 등, 국내 주식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은 이에 아랑곳 않고 선전하고 있다. 스팩의 장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시장 분위기에 따라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기도 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스팩은 총 16개로 공모가 대비 평균 상승률(13일 종가 기준)은 24%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삼성스팩6호가 13일 종가 7300원으로 공모가 대비 265% 오르며 상승률 1위에 올랐다. 삼성스팩6호는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에서 형성된 후 상한가)을 기록한 이후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쳤다. 이밖에도 대부분 10% 내외의 등락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올해 주식시장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주요 지수와 비교해봐도 스팩의 선전은 두드러진다. 코스피는 최근 한 달새 8% 넘게 빠졌고, 올 들어서만 22% 하락했다. 지난 연말 3000선을 내준 뒤 추락을 거듭하는 중이다. 올해 초 1030선에서 출발했던 코스닥지수도 현재 760선까지 밀린 상황. 한편 올해 상장한 공모주(스팩, 리츠 제외) 32개사의 공모가 대비 평균 상승률도 13.1%로 스팩 평균 상승률에는 못미친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을 인수·합병하려는 목적으로 세운 서류상 회사다. 상장 이후 3년 이내에 비상장기업과 합병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스팩이 해산하더라도 투자자들은 단일가인 공모가(2000원)를 돌려받을 수 있고 연 평균 1.5%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통상 합병 소식이 전해지면 급등세를 보인다.

시장에서는 스팩의 선전에 대해 ‘지난해 삼성스팩의 학습효과’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작년 5월 2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삼성스팩4호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5.3% 오른 2105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후 2거래일부터 7거래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1만100원까지 올랐다. 당시 삼성스팩2호가 메타버스 관련 기업과의 합병을 앞두고 급등하면서 새내기주인 삼성스팩4호 역시 덩달아 상승했다. 합병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탓이다.

하지만 이러한 스팩의 상승세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증시 침체기에 스팩이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을 받다 금세 반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잘나가던 스팩이 하루 만에 무더기로 급락했던 사례가 있다. 작년 5월 31일, 코스닥 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 18개 중 14개가 스팩주였다. 주가등락률 상위 50종목에서도 스팩주가 절반 이상인 27개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튿날인 1일 주가등락률 하위 50종목 중 38개가 스팩주를 기록하는 등 하루 만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날 하이제6호스팩과 유진스팩6호는 가격제한폭인 30%에 가까운 하락폭을 보이기도 했다.

시장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어 스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며 "또 스팩합병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모집할 수 있어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수요가 늘어나면서 스팩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는 주가 상승은 금세 하락할 수 밖에 없다"며 "또 스팩합병은 합병할 회사의 가치와 스팩의 가치를 고려해 적정한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스팩 가격이 높을수록 합병에는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