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학생은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각자 직업의 미래 예상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 이해해야만 한다. IT조선은 [이학무의 테크리딩]을 통해서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와 이를 기반으로 필수적인 기술 이해 방법을 제공한다. <편집자주>

지금의 고물가 행진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고금리가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난 20년보다는 높은 금리와 물가 수준이 유지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매크로 여건이 바뀌면 기술의 개발 방향도 영향을 받는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돈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기술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전망이다. 이전 글에서 살펴봤듯이, 이런 얘기는 1970~1980년대 사회상을 통해 확인이 됐다. 당시 혁명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VCR, 워크맨, 노트북 컴퓨터, 이동전화 등이 이 시기에 개발되고 출시됐다. 이전에 하지 못한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렸던 것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이전에 하지 못한 경험을 제공해 주는 요인과 더불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에 대한 관용성도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물가 상승 국면에서는 모든 제품의 물가가 평균 수준으로 골고루 오르지 않는다. 에너지와 식량 등 필수적인 제품은 평균 물가 상승률의 몇 배 수준에 달하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도 있다. 빠르게 오르는 필수품의 가격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주는 제품의 가격이 그 당시 비싸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향을 줬다.

아무리 소비에 대한 관용성이 있다 하더라도 높은 물가로 인한 가처분 소득 축소는 제품 구매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지만, 과거 인기 제품들은 가격과 별개로 상당히 잘 팔렸다. 이에 대한 답은 미국의 가구별 소득구간 분포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1960년대 후반 연간 10만달러 이상의 소득이 있는 가구의 비율은 채 1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1970~1980년대를 지나며 그 비중이 20%를 넘어서게 된다. 이 데이터는 물가 요인을 보정한 것으로, 높은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더 빠르게 늘어났다. 10만달러 이상의 소득을 보인 미국 국민의 계층 진입 비율이 10%포인트를 넘어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소득 계층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제품을 구매하는 핵심 소비 계층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1967년부터 2020년까지의 미국 가구별 수익 분석 그래프 / US Census
1967년부터 2020년까지의 미국 가구별 수익 분석 그래프 / US Census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듯, 물가 상승률 이상의 소득 상승을 보인 계층은 대부분 IT 기반으로 생산성이 향상된 산업군에 속해 있었거나 이와 연관된 금융업종에 종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IT 산업 발전은 생산성 향상 효과를 낳았고, 이는 IT 산업군 종사자의 소득 증가로 이어졌다.

1970~1980년대 IT가 담당하던 역할을 현재는 AI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AI는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됐지만, 대규모 데이터의 취합 및 연산속도의 빠른 개선 등으로 AI는 급속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완성도가 높아진 AI는 생산성 향상에 본격적으로 기여하기 시작할 것이다.

예를 들어 콜센터 기능의 상당 부분을 챗봇 등이 대체하게 되면, 챗봇을 총괄 관리하는 인력의 보상이 훨씬 좋아진다. 운영비가 절감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존 콜센터 직원을 관리하는 것보다 난이도가 높은 일이기 때문이다. 변호사 및 변리사 분야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판례를 찾아보거나 유사 특허 사례를 찾는 일을 AI가 대신해 준다면, 각각의 생산성은 높아지고 소득 증대 효과를 보이게 된다. 이런 추세는 지식 및 정보 기반 산업 영역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다.

고소득을 통한 소비의 관용성 효과를 볼 분야는 UAM(Urban Air Mobility)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늘을 나는 운송 수단과 관련한 새로운 경험은 1970년대 집에서 영화를 보고 이동하면서 통화하고 컴퓨터를 사용하고 음악을 듣고 싶어 했던 경험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UAM을 향한 욕구는 상당하겠지만, 가격은 무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도로 위 택시를 탈 때보다는 훨씬 비싸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의 관용성이 발생된다면, 충분히 소비가 일어날 수 있다.

웹3.0 활성화도 유사하게 고민해볼 수 있다. 웹2.0 고도화는 정보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좋은 정보를 대중이 공유하게 되면 원래 정보라고 하는 것의 가치는 크게 훼손된다. 한적한 곳에 있는 나만의 취향저격 카페는 웹2.0을 통한 정보 공유로 인해 만인의 인기 카페로 변화한다. 개인화된 정보가 외부와 공유된 결과 대중의 피로감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어렵게 찾은 공간이 더 이상 알려지지 않는 바람 속에 소비의 관용성을 반영할 수 있는 여건이 발생할 경우, 일부 소비자는 소수만 알 수 있는 정보에 대한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것이다. 웹3.0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다.

물가 상승 이상의 소득 상승을 만들어 줄 핵심적인 기술인 AI와 기존에 느껴보지 못했던 경험을 제공해줄 UAM과 연관 산업,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웹3.0 서비스와 이를 지원하는 블록체인 기술 등은 향후 주요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기술이 될 것이다. 이들 기술의 발전 방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 leehakm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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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 IT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까지 다수의 성장산업 분야 애널리스트로 20년 이상 활약했다. 최근까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공학을 전공한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끄는(lead) 기술 읽기(read)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