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토레스의 흥행과 노사 간 협력 등으로 부활 희망찬가를 부르고 있는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가 회생채권 현금 변제율이라는 암초를 만난 모습이다. 상거래채권단이 낮은 변제율에 반발해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쌍용차 매각 작업이 마지막까지 살엄음판을 걷는 모습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쌍용차 매각 이해당사자들은 쟁점인 현금변제율 해결을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1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신차 토레스가 흥행에 성공하며 5만대 이상 계약됐다. 쌍용차 노사는 7일까지 여름휴가 기간이지만 토레스 출고 대기를 단축시키기 위해 휴가를 반납하고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또 쌍용차는 노조, 인수예정자인 KG컨소시엄과 특별합의를 체결하며 경영정상화를 향한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 쌍용차에 따르면 최근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 선목래 노조 위원장, 쌍용차 인수단장인 엄기민 KG ETS 대표는 M&A(인수·합병) 관련 3자 특별협약서를 체결했다.

토레스 신차발표회에 참석한 선목래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 정용원 쌍용자동차 관리인(가운데), 곽재선 KG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 쌍용자동차
토레스 신차발표회에 참석한 선목래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 정용원 쌍용자동차 관리인(가운데), 곽재선 KG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 쌍용자동차
특별협약서에는 ▲고용 및 노동조건 부문 ▲지속성장을 위한 발전전략 부문 ▲상생협력 및 투명경영 부문 ▲합의사항 이행 부문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세부적으로 고용안정과 관련해서는 ▲재직 중인 전 직원의 총 고용보장 ▲노조를 교섭단체로 인정 및 모든 단체협약 승계 ▲3자는 노사간 기 체결 각종 노사합의서 준수 및 이행 ▲미지급 임금 포함 공익채권 변제 차질 없이 이행 등에 합의했다.

발전전략에는 ▲전동화 및 자율주행 등 신기술 개발 및 신차개발 포트폴리오 강화 ▲중장기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조달과 투자비 집행계획 및 일정 수립 이행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투자 확대로 R&D기능 강화 ▲신 공장 건설 추진을 위한 태스크포스팀 구성운영 ▲회생절차 종료 후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및 설명회 개최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아울러 ▲시장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생산운영 ▲품질 경쟁력 증대 및 원가절감 통한 재무 건전성 확보 위한 경영활동에 적극 협력 ▲상생의 노사문화를 통해 국민에게 사랑 받는 기업으로 도약 등을 약속했다.

쌍용차가 신차의 흥행, 노사와 인수예정자 간 이례적인 특별 협약 등을 통해 부활을 위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지만 회생채권 변제율을 두고 상거래 채권단과 마찰을 빚고 있다.

쌍용차는 7월 26일 인수예정자인 KG컨소시엄과 투자계약 내용을 반영한 회생계획안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회생계획안에는 KG컨소시엄의 인수대금 3355억원을 변제재원으로 한 채무변제 계획과 최종 인수예정자의 지분율 보장을 위한 주주의 권리변경 방안 등이 담겨있다.

특히 회생채권 3938억원의 6.79%는 현금 변제하고 93.21%는 출자전환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쌍용차는 출자전환 된 주식의 가치를 감안한 회생채권의 실질변제율은 36.39%라고 설명했다.

회생계획안은 이달 말에 열리는 관계인집회에서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후 법원에 제출해 최종인가를 받아야 쌍용차 매각이 마무리된다.

하지만 상거래채권단은 회생채권의 현금변제율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랜기간 자금난을 견뎠지만 돌아오는 돈이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또 추후 출자전환을 통해 주식을 받더라도 당장 자금난 해결이 급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현금변제율이 높아지지 않을 경우 상거래채권단이 회생계획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상거래채권단, KG그룹 등 쌍용차 매각과 관계된 이들이 합의점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3자 특별협약 체결식. / 쌍용자동차
3자 특별협약 체결식. / 쌍용자동차
주식출자 및 현금변제 등을 포함해 50% 최종 변제율을 요구하고 있는 상거래채권단은 산업은행의 조세, 담보채권에 대한 연체이자 탐감을 통해 회생채권에 대한 변제율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 담긴 탄원서를 대통령실 등에 전달했다. 산업은행 이자 195억원 및 세무당국의 가산금 35억원 탕감에 대한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한 관계인집회 전까지 상거래 채권자 설득을 위해 쌍용차와 KG컨소시엄 측의 변제율 제고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한만큼 이자탕감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G그룹의 추가자금 투입도 회생채권 변제율 조정의 해결책으로 대두되고 있다. 앞서 상거래채권단은 곽재선 KG그룹 회장을 만나 추가금액 투입을 요청했고 KG그룹도 합의점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KG그룹 관계자는 "곽 회장도 채권단하고 잘 만들어가겠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며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가야하는 상황이지만 양측 다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상거래채권단의 반발은 예상이 됐던 부분이다"며 "에디슨모터스보다는 높았지만 현금 변제율 6%대를 가지고는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 속에서 쌍용차가 있어야 협력업체들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며 "쌍용차 회생의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협력업체들도 불만이 있더라도 회생계획안을 수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