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K, LG 등 주요 대기업이 환율 상승 덕에 2분기 쏠쏠한 환차익을 거뒀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중국 봉쇄 영향 등으로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이 1분기 대비 5%포인트 상승하면서 달러로 주로 거래하는 기업들이 영업이익률 개선 수혜를 입은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주요 거래통화인 달러 가치 상승으로 영업이익의 10% 수준의 환차익을 얻었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공장 항공사진 / 삼성전자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공장 항공사진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 매출 77조2000억원, 영업이익 14조1000억원의 실적을 냈다고 7월 28일 공시했다. 2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21.25%, 영업이익은 12.18%가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역대 2분기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고, 분기 기준으로도 매출액은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삼성전자는 달러 강세에 따라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에서 1조3000억원 환차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한진만 메모리반도체 부사장은 7월 28일 콘퍼런스콜에서 "낸드와 D램 모두 비트그로스(메모리반도체 공급 증가량 단위)를 하회했지만, 예상 대비 양호한 판가가 유지됐고 달러 강세 영향이 더해져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 13조8110억원, 영업이익 4조1926억원(영업이익률 30%)을 기록했다고 7월 27일 밝혔다. 2021년 2분기 대비 매출은 33.8%, 영업이익은 55.6% 각각 증가했다. 순이익은 2조8768억원(순이익률 21%)으로 44.7%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달러 강세로 매출 5000억원의 환차익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한다"며 "같은 기간 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도 나타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생산라인 모습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생산라인 모습 / SK하이닉스
LG전자도 2분기 현금흐름표를 통해 '외화표시 현금의 환율변동 효과'가 1341억원으로, 1분기(474억원)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환율은 기업에 차익만을 선물하는 존재는 아니다. 사실상 조삼모사다.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활발히 대응 중인데, 고환율에 따른 투자비 급증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하고 계획대로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지만, 투자 규모나 완공 시기 조정이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021년 11월 투자 계획을 발표할 당시 산정한 투자액 170억달러의 가치는 환율 상승으로 인해 현재 2조원 이상(20조원→22조원)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6월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리크에 1조 7000억원을 들여 자체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이 계획을 전면 재검토한다.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에 따라 애초 계획한 투자비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보여서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손익 재산정 작업에 들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 내부에서는 1조 7000억원으로 잡은 투자비가 최대 2조원대 중반으로 불어날 수 있다고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시기에 계획을 강행할 경우, 추가로 발생한 투자비용을 메우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거래 통화가 달러인 수출기업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신규 투자를 진행하기보다 고환율에 기대 수익을 올리는 게 훨씬 유리하다"며 "과도한 투자와 생산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보다 주머니를 잠그는 소극적인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