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니들은 그냥 개야! 난 주인이고! 그러니까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짖으란 말이야!"

"아줌마 같은 사람들을 세상에서 뭐라 그러는 줄 알아요? 구제불능, 민폐, 걸림돌, 많은 이름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이렇게 불러주고 싶어요. 똥!덩!어!리!"

"난 그만 자야겠어. 수준 이하의 연주자들 느끼게 해주느라 생쇼를 했더니 아주 피곤해"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베바(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의 어록 중 일부다. 드라마는 종영됐지만 마에스트로 강마에의 거침없는 입담과 클래식과의 협연은 성공적이었고 시청률은 강마에 콧대만큼 높았다.

그렇다. (강마에 식으로 말하면) 귀족들이나 즐긴다는 클래식이지만 드라마가 성공함에 따라 클래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무렵부터 피아노 학원을 찾는 이들이 늘었고 클래식 음반과 악기의 판매량이 늘었음이 이를 증명한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와 역시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는 ‘클래식=어렵고 지루한 음악’이라는 생각을 바꿔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PC를 이용해 음악을 감상하는 요즘 과연 얼마만큼 클래식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클래식 음악의 복잡한 악기의 어우러짐, 미묘한 현의 울림 등을 제대로 재생하려면 수준급 하이파이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러한 시스템을 갖추기는 어렵다. 따라서 본 기사는 저렴한 금액으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주변기기를 소개한다. 모쪼록 클래식 음악의 묘미를 깨닫게 되길 바란다.

◆ 시스템 1. 10만원 내외로 감상하는 PC-Fi 시스템

브리츠 BR1000A :
AKG K420 :

음… 처음부터 난해하다. 10만원으로 본격적인 클래식 감상이 가능할까? 하기사 2~3천원짜리 이어폰으로도 음악 감상은 가능하다. 문제는 얼마나 양질로 감상하느냐 하는 것이다. 음질 향상을 위해 사운드카드를 구매하려고 보니 조금 유명한 제품들은 10만원을 훌쩍 넘긴다. 이래서야 단번에 예산 오버다. 하지만 최근 내장 사운드카드의 퀄리티도 상당히 좋아졌으므로 이 가격대에서는 내장 사운드카드를 이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스피커인데 종류가 수백 가지는 가뿐히 넘는 PC 스피커 중에서 고르는 것도 만만치 않다. 콘트라베이스의 웅장한 저음을 흐트러지지 않게 재생해주며 소프라노의 여리면서 높게 뻗는 고음을 고스란히 전해줄 수 있는 제품은 사실 하이파이 스피커 시스템 중에서도 고르기가 어렵다. 결국 가격이 낮은 제품군 중에서 만듦새 좋고 묵직한 브리츠 BR1000A를 선택했다. 비록 출시된 지 꽤 오래된 제품이지만 지금껏 출시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만족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실 구매가 4만원 이하의 가격으론 믿기지 않는 만듦새뿐 아니라 가격을 생각하면 수준급 음질을 제공한다. 하이파이 북쉘프 스피커처럼 생긴 외양도 마음에 든다.

그럼 이걸로 끝인가? 저렴하게 음악 감상은 가능해졌지만 예산이 남는다(아니, 남겼다). 보통 중·고등학생들이라면 MP3 플레이어나 PMP 하나쯤은 보유하고 있다. 10만원 이하로 고급 스피커를 구매하긴 힘드니 헤드폰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된다. 특히 모바일 제품의 경우 소스 기기와 이퀄라이저, DAC 등이 일체형이므로 음질 향상을 꾀하려면 스피커 역할을 하는 이어폰/헤드폰을 교체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오스트리아 브랜드인 AKG의 신형 헤드폰 K420은 개방형 헤드폰으로 소리가 바깥으로 들리는 구조를 취했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 비해 외관은 그다지 고급스럽게 생기지 않았지만 놀랍도록 풍성한 저음, 타이밍, 현악기의 울림을 들려준다. 좀 더 멋지고 크며 저렴한 헤드폰은 많다. 하지만 클래식 감상에 적합하며 저렴한 헤드폰을 찾고 있다면 모차르트와 슈베르트의 나라에서 만든 이 제품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 시스템 2. 20만원 내외로 감상하는 PC-Fi 시스템

사운드카드 오디오트랙 마야 5.1MK-Ⅱ POS :
보스 companion2 SeriesⅡ :

이 시스템은 원하는 음질을 위해 어느 정도 금액 투자가 가능한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을 상정한 조합이다. 내장 사운드 카드의 음질이 상당히 좋아졌지만 고급 부품을 사용한 사운드카드와 비교하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오디오트랙에서 출시한 마야 5.1MK-Ⅱ POS는 3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고성능 듀얼 OP앰프를 내장했으며 아날로그 5.1채널에도 대응한다.

PC와 간편하게 연결해 사용하려면 스피커 자체에 앰프를 내장한 액티브 타입 스피커를 선택해야 한다. 최근 하이파이 스피커 제조사들이 고급형 PC 스피커를 선보이고 있지만 가격대가 100만원을 웃돌아 도저히 선택할 수 없었다. 사실 이 가격대에서 선택할 만한 스피커는 보스의 companion2 SeriesⅡ가 유일하다 할 수 있다. 작은 크기지만 풍성하고 양질의 사운드를 들려주는 companion2 SeriesⅡ는 클래식 대편성을 들어도 주눅들지 않는 당당한 음질을 들려준다.

◆ 시스템 3. 40만원 내외로 감상하는 PC-Fi 시스템

스타일오디오 캐럿-페리도트 :
스칸디나 마이크로포드 SE Active :

마지막으로 선택한 시스템은 FLAC, WAV 같은 무손실 음원을 즐겨 듣거나 하이파이에 관심이 있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고가의 내장 사운드카드는 7.1채널을 재생할 수 있으며 돌비 트루 HD나 DTS HD 마스터 사운드를 지원하지만 PC에서 스테레오 사운드를 감상하기에는 넘치는 스펙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노트북 사용자와 고급 헤드폰 유저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외장 DAC가 더욱 유용할 듯싶다.

스타일오디오에서 출시한 캐롯 페리도트는 USB에 연결하기만 하면 바로 사용 가능한 사운드카드이며 외장 DAC 겸 헤드폰 앰프다. 손바닥만한 작은 사이즈에 산요 오스콘, 위마, TCXO, 비샤이데일, 실버마이카 등 하이파이 전용 부품을 대거 투입한 제품이다.

크기가 작아 휴대가 간편하며 데스크탑뿐만 아니라 노트북과 함께 사용하기 좋으며 헤드폰 앰프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스피커 시스템은 덴마크 스칸디나의 마이크로포드 SE 액티브 스피커를 선택했다. 하이파이 스피커 내부에 앰프를 내장한 NHT나 다인오디오의 제품 가격이 100만원을 호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3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마이크로포드 SE 액티브 스피커는 디자인, 음질, 가격 모두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다나와 이상훈 기자 tearhunter@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