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회사 안에만 있는 것이 이토록 억울할 때가 있을까. 그야말로 완벽한 날씨가 지속된다. 주말만 되면 거리에는 나들이 나온 가족들로 붐빈다. 날씨가 좋으니 살랑거리는 패션 스타일도 일품이다. 미용실에서는 밝은 색으로 염색하는 손님이 늘었단다. 아기를 동반한 젊은 엄마들의 나들이 스타일도 가지각색이다.

 

 

스타일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길거리에 유독 눈에 띄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유모차.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를 태우기만 했던 ‘기구’인 유모차가 변해도 한참 변했다. 특히 유모차의 화려한 모양새는 유모차를 끌고 있는 젊은 엄마의 스타일을 좌지우지할 정도다. 아마도 유모차에 실어진 ‘엄마의 자존심’은 생각보다 꽤 거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지난 달 ‘520만원의 초호화 유모차가 한달 새 8대가 팔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이에겐 좋은 것만 먹이고 입히고 싶은 엄마들의 욕심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의 제품은 비싼 만큼 제 값을 한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저 520만원 유모차는 어떤 기능으로 제 값을 하고 있는 걸까? 말이라도 하는 걸까?

 

 

520만원 유모차는 콩코드사의 네오 카본 유모차로 스페인 공주, 할리우드 스타, 축구스타들이 사용해 유명해졌다. 알루미늄 대신 자동차와 항공기에 쓰이는 탄소 성분의 카본 재질을 사용해 내구성을 높인 것이 특징. 강화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바퀴는 노면으로부터의 진동을 막아주는 서스펜션을 장착해 편안한 주행을 할 수 있다.

 

 

특히 선택형 주문 제작 방식으로 사용자의 이름을 유모차에 새길 수 있고 시리얼 넘버까지 보유해 오랫동안 보관하고 기억할 수 있다. 현재 아시아에서만 20대 한정판매 하고 있으며 업체 측에 의하면 홍콩 등의 외국에서도 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한다. 이러한 ‘고유성’은 네오 카본 유모차가 비싼 궁극적인 이유기도 하다.

 

 

할리우드는 유독 발달한 파파라치 문화 덕분(?)에 스타는 물론 스타의 모든 것들이 이슈가 되곤 한다. 특히 스타의 자녀들은 스타보다 더 큰 인기를 끌 때도 있다. 주객이 전도한 셈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스타들은 자녀들을 뽐내는 모든 것에 일일이 간섭하기 시작했다. 유모차도 예외는 아니다.

 

▲ 하이디 클룸 : 맥클라렌 유모차

▲ 맷 데이먼 : 부가부 유모차

▲ 제시카 알바 : 오르빗 베이비 시스템

▲ 스토케 유모차

 

할리우드 스타가 사용하는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부가부, 맥클라렌 등이 있다. 이들 제품은 1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 유모차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대유행을 기록했으며 헐리우드 스타 커플 브란젤리나 부부가 착용한 베이비뵨의 아기띠는 우리나라 노현정씨까지 애용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할리우드의 모든 것은 세계 유행을 선도한다. 최근엔 할리우드 스타 2세와 같은 옷차림으로 외출하고 싶어하는 ‘듀오룩족’ 까지 생겨났다니 할 말 다한 셈이다.

 

 

고가 유모차는 도대체 무엇이 좋은 걸까. 좋은 것에는 다 좋은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수백만 원대를 호가할 정도의 이유는 있는 것일까? 명품 유모차를 살펴보니 130년 전통의 영국황실 유모차 실버크로스 500만원 대, 그 뒤를 잇는 200만원 대 스토케의 ‘가격’이 눈에 띈다. 먼저, 세부 기능을 자세하게 알아보았다.

 

▲ 실버크로스

단맛 : 영국 황실에서 130년 동안 선택한 유모차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탄성이 좋아 충격 흡수력이 뛰어나다. 핸들링이 가볍고 안정감도 높다. 모든 제작을 수작업으로 완성하는 것도 특징.
쓴맛 : '품위있고 귀족적인 유모차'라 불리는 건 디자인보다는 가격탓이 큰 건 아닐까?

▲ 스토케

단맛 : 스토케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림과 같이 아이의 위치가 지면에서 높다는 것. 때문에 엄마와의 눈높이가 가까워진다는 이점이 있다. 발판이 따로 있어 아이가 크더라도 사용 가능. 시트 높낮이 조절되고 양대면도 가능해 여러모로 편리하다.
쓴맛 : 디자인은 가볍고 특이해 보.이.지.만 그와 달리 차체가 무겁고 흔들림이 잦다.

 

이 밖에 아토피를 유발하지 않는 재질, 브레이크 잠금장치, 앞바퀴의 강한 회전력 등 명품 유모차만의 공통적인 강점이다. 하지만 수백 만원 대를 호가하는 명품 유모차들을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결정적 계기는 바로 부모의 과시욕도 한 몫 한다고 업계는 전한다.

 

 

남들과 차별화 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명품 유모차를 구입하는 부모의 마음도 그것의 일종이다. 남들보다 좋은 옷, 남들보다 좋은 책, 남들보다 좋은 환경. 내 아이를 위해 바치는 부모의 마음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다만, 그것이 정말 아이를 위한 일인지 혹은 자신을 위한 일인지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아래 제품은 다나와 기준 인기 제품 베스트 3로 명품 유모차는 아니지만 알뜰하고 튼튼한 기능, 그리고 거품을 뺀 중저가의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1위 맥클라렌 Techno XT 유모차(2009)

2위 카펠라 아도니스퍼니 유모차

무독성 소재를 사용했다. 항공기 랜딩기술을 적용한 핸들링, 버켓형 시트구조, 유모차 뒷 차축과 보행자의 앞발이 부딪히는 킥-백 현상을 방지했다. 40만원 대.

핸들 버튼으로 쉽게 접어 부피를 1/4로 줄일 수 있다. 3단계 시트 각도 조절, 바구니·보조발판 장착, 차양 통풍구, 360도 바퀴 회전, 이중 안전 장치 등이 장착. 12만원 대.

3위 EFE 라스깔라 롯시니 유모차(2009)

알루미늄 프레임. 3단계 시트 각도 조절이 가능하고 5점식 안전벨트를 장착했다. 넓은 바구니는 물론 원터치 브레이크 시스템을 적용했다. 19만원 대.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투자를 아끼지 않는 부모의 영향으로 유아용품 시장은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인터넷만 열면 해외 유명인들의 육아법도 쉽게 알 수 있다. 덕분에 해외 유명 프리미엄 유아용품 브랜드들이 속속 국내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해외 브랜드 유아용품 가격이 해외보다 2-3배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명품 유모차는 4-5배까지 뛰기도 한다.

 

부모의 사랑엔 불황이 없다. 나날이 커지는 부모의 욕심과 유아용품의 장에서 현재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바로 업계 측의 투명한 유통경로와 유아용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전달이다.

 

글/ 다나와 김보미 기자 poppoya4@danawa.com

편집/ 다나와 신성철 multic00@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