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는 소리 재생을 위한 음향기기 중 청취자에게 직접적인 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기기이다. 그만큼 소리의 성향을 결정짓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스피커인 셈이다.

스피커는 음악 감상을 위한 여러 단계 중 실제 소리를 재생해주는, 말하자면 오디오란 기기 흐름의 끝단에 위치하는 제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피커의 선택에 따라 소리 성향이나 느낌이 달라지기도 하며 설치 공간과 스피커와의 상관관계도 면밀히 살펴봐야만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스피커의 종류나 유닛 재질 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의외로 스피커 크기에 따른 차이점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스피커는 설치 공간에 따라 가장 작은 새틀라이트 스피커부터 가장 큰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까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과연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새틀라이트(Satellite)

말 그대로 위성 스피커다. 정확한 정의가 없어 모호하지만 AV란 말이 생겨나면서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북셀프 스피커보다 작은 스피커들을 말한다. 가뜩이나 작아 저음 재생에 한계가 있는 것이 북셀프 스피커인데, 새틀라이트 스피커는 이것보다 더 작다. 따라서 새틀라이트 스피커는 초저음역이 아닌 기타 주파수 대역에 치중한다.

새틀라이트라는 말은 방송 주파수를 수신하기 어려운 지역에 전파를 증폭해주는 보조 방송국, 위성국 등의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천문학적인 의미로도 모행성 주변을 도는 작은 행성을 위성이라 부르듯 스피커로서의 새틀라이트는 혼자서는 존재하기 어려워 서브우퍼와 함께 사용된다. 초저음 재생을 위한 우퍼 유닛이 빠진 만큼 크기가 작다는 장점이 있다.

▲ 2003년 등장해 새틀라이트 스피커 부문을 휩쓴 KHT 2005는
이후 2005.3까지 버전 업하며 장기 집권하고 있다.

저음은 고음과 달리 직진성이 약하고 무지향성을 띤다. 따라서 서브우퍼가 어디에 설치돼 있든 저음의 발원점을 찾기 어렵다. AV 시스템은 음악, 폭발음, 날카로운 고음 등 전 대역을 두루두루 사용하기 때문에 새틀라이트 스피커와 서브우퍼의 조합으로도 충분히 전 대역음을 커버할 수 있다.

새틀라이트 스피커들은 낱개 단위로도 구입 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책상 위에서 간단히 음악 감상할 정도라면 저음 재생이 충실한 새틀라이트 스피커 한 조로도 훌륭한 하이파이 시스템을 꾸밀 수 있다.

▲ 미션의 M 큐브는 다양한 색상 외에도 여러 종류의
벨벳 천을 제공해 개성을 연출할 수 있다.

가장 오랫동안 인기를 얻고 있는 새틀라이트 스피커 시스템으로는 KEF의 달걀 스피커 KHT 2005 시리즈가 있으며 이 밖에 모던쇼트의 지니, 미션의 M 큐브, JBL 시네마 사운드 SC480, 야모 A402, 미라지 NANOSAT 5.1, B&W MT-20 등이 있다.

 북셀프(Bookshelf)

북셀프는 서가, 책꽂이를 뜻한다. 고로 북셀프 스피커란 책꽂이에 수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스피커를 얘기한다. 책꽂이도 크기가 제각각이므로 대형 책꽂이에 큰 스피커를 끼워 넣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30cm 내외의 높이를 가지며 우퍼 유닛 크기가 8인치 이하인 스피커를 말한다.

예전에는 북셀프 스피커를 실제 책꽂이 안에 꼭 맞게 넣어 사용하기도 했었다. 이럴 경우 스피커 인클로저의 진동이 외부 책꽂이에 눌려 진동이 억제되는 효과도 있지만 지금은 스피커의 성능이 굉장히 좋아져 대부분 전용 스피커 스탠드에 올려놓고 사용한다.


 

▲ 모니터오디오는 골드, 실버, 브론즈 시리즈로 등급을 나눈다.
사진의 스피커는 브론즈 시리즈인 BR2지만 음질은 매우 우수하다.

북셀프 스피커는 크기가 작고 우퍼 유닛의 크기나 개수에 한계가 있어 양감이 풍성한 음이나 깊은 저음의 재생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제조사들은 벽에 가까이 설치해 저음을 벽에 반사시켜 더욱 풍성한 저음을 만들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북셀프 스피커는 덕트의 유무와 벽면과의 거리, 각도에 따라 음의 성향이 변하기 쉬우므로 생각보다 설치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거실처럼 넓은 공간보다는 일반적인 크기의 방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다.

다인오디오 포커스 110, 미션 엘레강트 E80, 모니터오디오 BR2, KEF, XQ20, 하이랜드 AINGEL 3201, 쿼드 11L, 와피데일 자루스 XR-100, 프로악 스튜디오 110, 패러다임, 시그너처 S2 V.2, 모던쇼트 Avant 902i, B&W 685 등이 대표적인 북셀프 스피커다.

▲ B&W는 평론가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스피커다.
모니터 성향의 음색, 높은 해상력, 디자인까지 받쳐주기 때문이다.


 톨보이(Tall-Boy)

톨보이스피커는 아이 키만한 스피커를 말한다.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라 해도 무리는 없지만 북셀프 스피커보다 길이가 다소 긴 스피커를 말한다. 크기에 대한 정확한 규격은 없으나 대략 1m~1.2m 내외의 스피커를 톨보이 스피커라 생각하면 될 듯하다.

스피커 길이가 길어진 만큼 유닛 개수를 늘려 사용하기 좋다. 예를 들어, 대다수의 북셀프 스피커가 트위터, 우퍼의 2웨이 2스피커 구성이 대부분인데 반해, 톨보이 스피커들은 대역별로 좀 더 세심하게 나눠 트위터, 미드레인지, 우퍼의 3웨이 3 스피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저음을 좀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 우퍼 유닛을 2기 장착한다면 3웨이 4스피커가 된다.

▲ KEF는 미드레인지 안에 트위터가 있는 동축 스피커다.
게다가 이 신형은 탄제린 웨이브 가이드라는 신기술로
 고음의 특성을 높이면서 대역 간 연결을 부드럽게 했다.

스피커 제조사들은 북셀프 스피커를 늘린 톨보이 스피커가 별도의 스탠드 구입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자칫 빈약해지기 쉬운 저음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어 전 라인업에 걸쳐 톨보이 타입 스피커를 선보이고 있다.

톨보이 스피커는 높이 뿐만 아니라 가로 폭까지 넓은 거대한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보다 공간을 덜 차지하므로 5.1채널 이상의 스피커를 필요로 하는 멀티채널 스피커 시스템에도 제격이다. 따라서 톨보이 스피커의 비중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거대한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의 종류는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북셀프 스피커보다 높아진 크기는 내부 용적량이 넓어져 저음 재생에 유리하다.

물론 톨보이 스피커가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만큼 저음이 풍부하거나 깊게 내려가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일부 톨보이 스피커들은 스피커 측면에 우퍼를 추가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원하는 저음 재생을 구현하고 있다.

▲ 독일의 엘락 스피커 FS247. 북셀프 타입의
BS243을 늘리며 우퍼 유닛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톨보이 스피커들은 보다 풍부한 저음을 위해 상당수의 스피커들이 위상반전형으로 제작된다. 위상반전형은 일반적인 스피커 구동 교류 연결을 '+/-'가 아닌 '-/+'로 연결해 유닛이 '앞-뒤'로 움직이는 것을 '뒤-앞'으로 움직이도록 해 음량을 더 크게 하는 방법으로, 내부로 유입된 공기의 방출을 위한 공기구멍(덕트)을 마련하고 있다. 스피커와 덕트, 그리고 벽면과의 위치에 따른 저음의 변화도 설치 시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B&W Cm9, 야마하 소아보 3, 엘락 FS247, KEF iQ90, 프로악 리스폰스 D18, 다인오디오 오디언스 72, 모니터오디오 RS6 등이 대표적인 톨보이 스피커다.

 플로어 스탠딩(Floor Standing)

영어 그대로 바닥에 세워 놓은 스피커를 일컫는다. 모든 스피커를 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지만 보다 나은 청음을 위해서는 스피커 유닛이 적정 높이에 놓여야 한다.

북셀프 스피커는 크기가 낮아 바닥에 두고 사용하지 않는다. 대체로 실제 듣는 귀의 위치보다 조금 높은 정도가 적당한데, 북셀프 스피커는 AV 랙이나 전용 스탠드 위에 설치해 그 높이를 맞춘다.

반면에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는 자체적으로도 크기가 커 별도의 스탠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게다가 배플(Baffle) 면이 넓고 인클로저가 커 대구경 우퍼를 자랑한다. 북셀프에서 길이만 늘린 것이 톨보이 스피커라면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는 길이뿐만 아니라 넓이와 폭 모두 커진 스피커를 말한다.


 

▲ B&W 오리지널 노틸러스를 설계한 로렌스 디키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건너가 완성한 비비드 오디오 G1 기야.
독특한 4웨이 구성과 플로어 스탠딩 다운 덩치가 인상적이다.

오늘날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라 하면 대형, 고가의 스피커를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비드 오디오의 G1 기야, KEF 레퍼런스 207, 골드문트 에필로그, B&W 800D, JBL K2 S9800SE, 윌슨오디오 시스템 8, 소너스 파베르 스트라디바디 오마주 등이 대표적인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다.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는 크기가 커진 만큼 무게도 엄청나다. 그만큼 인클로저 재질이나 유닛 구성이 복잡해 가격도 상당히 비싸다. B&W의 오리지널 노틸러스나 독일 아방가르드의 스피커 중에는 억대를 호가하는 제품도 있다.


 

▲ 높이 1.3m, 무게 개당 90kg의 덩치는
플로어 스탠딩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다나와 이상훈 기자 tearhunter@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