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 설문조사에서 스테이케이션족(staycation)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어라? 스테이케이션족이 뭐지? 라는 분들을 위해 쉽게 설명해보자면 한가로운 집에서 영화나 음악 등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새로운 부류를 뜻한다. 한마디로 방콕에 엔터테인먼트를 더한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 달콤쌉쌀한 와인까지 곁들이면 바닷가 젊음의 추억보다 더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단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아, 이런 한심한… 길지도 않은 휴가를 꼭 지겨운 집구석에서 보내야 하나!’ 라고. 하지만 외국의 유명심리학자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집에서 보내는 편안한 휴식은 심신의 안정을 찾는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나타났다. 집에서의 휴식이 결코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사족이지만 기자 또한 이번 여름은 스테이케이션족이 되길 선택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번 글에서는 완벽한 스테이케이션족이 되기 위한 필수 아이템을 몇 가지 제안해보기로. 그래도 우울하면 어떡하냐고? 뭐가 그리 어렵나. 그럼 그냥 여행을 떠나라. 밑져야 본전 아니겠는가.

 

각하는 것이 싫다. 로맨스? 더 외로워질 뿐이다. 시원한 액션이 좋다. 영화 ‘테이큰’은 당신의 머리를 정지시킨다. 어려워서? 절대 아니다. 너무 빨라서다. 스토리도 매우 단순하다.

이 납치됐다. 찾으러 간다. 그리고 찾는다. 얼핏 보면 너무 단순해서 재미 없을 것 같은 이 영화는 주연 리암 니슨의 포스 연기와 흠 잡을 데 없는 주먹다짐이 만나 숨막히게 돌아간다. 질질 끌지 않는다. 관객에게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는다. 인정 없는 주인공이지만 이상하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영화 속 아버지(리암 니슨)의 정의는 가족의 기반 위에 있기 때문.

처럼 직장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뻥뻥 푸는데 적격인 이 영화는 쉽게 잊고 지냈던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서도 (아주 잠깐) 생각할 여유를 주는 나름대로의 미덕이 있는 영화다.

액션 영화에는 바로 이 와인 '스파클링 와인'

간치아 피닌파리나 프로세코

톡 쏘는 미감의 스파클링 와인은 박스오피스를 점령한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의 재미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스파클링 와인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목 넘김이 영화 속 장면들과 어우러져 스트레스를 날리고 통쾌함을 더하기 때문. 대표적인 와인으로는 이탈리아산 ‘간치아 피닌파리나 프로세코’(6만원). 스포츠카 페라리에서 디자인에서 모티브를 얻어, 날렵한 외관을 자랑한다. 드라이한 풀 바디 기운에 상큼하고 신선한 사과 향이 돋보이는 와인으로 단 맛을 즐기지않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몰리나 쇼비뇽 블랑

반대로 영화로 인한 흥분을 가라앉히기에는 칠링한 화이트 와인이 좋다. 특히 ‘몰리나 쇼비뇽 블랑’(4만원)은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영국 시사회에서 영국의 윌리엄과 해리왕자에게 서빙된 와인이다. 상큼하면서도 당도가 낮아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며, 코 끝에 전해지는 풀 향은 후각을 시원하게 한다. 지난해 ‘코리아 와인챌린지’에서 대상을 수상한 만큼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름에는 무조건 ‘공포영화’다! 라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적격인 이 영화. 그 동안 뻔한 공포 이야기에 질린 당신에게는 분명 색다른 공포가 필요할 것이다.


화 ‘기담’은 그런 당신의 갈증을 시원하게 그리고 서늘하게 해소시킨다. 2007년 개봉한 영화 기담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병원에서 일어나는 세가지 기이한 사건들을 담았다.

화는 병원에서 일어난 세가지의 기이하고 섬뜩한 이야기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병원 의대 실습생인 정남(진구)과 자살한 여고생 시체의 이야기,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고 홀로 실려 온 소녀와 한쪽 다리를 저는 의사의 이야기, 그리고 안생병원의 최고 엘리트 의사부부이자 신사와 신여성으로 대표되는 연인의 이야기 등 소란스럽고 자극적인 여느 영화와 달리 영화 ‘기담’은 관객들을 조용히 그러나 더할 나위 없는 ‘섬뜩함’으로 인도한다.

특한 촬영 방식, 개성 있는 공포의 분위기가 인상적인 이 영화는 이제껏 뻔한 공포 영화로 질린 당신에게 새로운 탈출구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병원에 홀로 실려 온 소녀와 죽은 엄마의 재회는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 기대해도 좋다.

피의 색깔 '짙은 레드 와인'

1865 까베르네 쇼비뇽

‘1865 까베르네 쇼비뇽’(5만8천원)은 블랙과 레드 색상으로 구성된 비밀스러운 외관을 갖고 있다. 벽돌색을 닮은 레드 빛깔에 진한 풍미와 타닌이 돋보인다. 아르헨티나산 ‘오크캐스크 말백’도 무겁고 짙은 적색을 가진 강한 레드 와인으로 말백의 특성상 육질의 향이 살짝 풍겨 공포영화와 매칭이 아찔하다.

마스까롱 보르도 레드

겁이 많이 사람이라면, 프랑스 와인 ‘마스카롱 보르도 레드’(4만원)을 곁에 두고 감상해보자. 마스카롱은 프랑스에서 평화와 수호를 위해 마을입구 등에 조각해 놓는 조형물. 이 같은 의미로 ‘마스카롱’은 ‘흑기사 와인’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가한 집에서 사랑하는 연인과 와인을 마시며 로맨틱한 영화를 보는 것.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영화와 와인, 그리고 연인이라니 훌륭한 피서법인 셈. 하지만 로맨스 영화만큼 진부한 것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스 있는 당신이라면 ‘고민한 흔적이 여실히 보이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최고의 재미를 자랑하는 로맨스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나의 그리스식 웨딩’처럼 말이다.

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나이 서른이 되도록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한 그리스인 여자 주인공 툴라와 미국인 이안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그리스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집안의 반대에 맞서 결혼하기까지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그렸다. 서로 다른 문화가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잔잔한 웃음은 요즘의 로맨틱 코메디와는 다른 유형의 감동을 선사한다.

화를 보고 나면 ‘진정한 이해’라는 것을 되새기고 ‘사랑’과 ‘배려’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시나리오도 탄탄하다. 덧붙이자면 결혼을 앞둔 연인들이나 성격 차이로 힘든 연인들이 보면 분명 ‘치유만점’이 되는 영화라 말할 수 있겠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조화돼 '달콤 발랄 유니크와인'

간치아 모스카토 다스티

달콤한 미감의 와인은 코미디 영화의 즐거운 기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약한 탄산을 가진 스위트 와인, 모스카토 다스티는 와인 초보자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다. ‘간치아 모스카토 다스티’(3만2천원)는 잔잔한 기포에 신선하고 기분 좋은 아로마가 돋보이는 와인이다. 향긋한 꽃향과 허니향, 달콤한 여운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알코올 도수도 5.5%로 낮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블루넌 골드 에디션

또한, 개성 있는 스타일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색 와인들도 코미디 영화와 함께 일상 탈출의 기분을 북돋을 수 있다. 독일 스파클링 와인 ‘블루넌 골드 에디션’(2만5천원)은 와인 속에 22 캐럿 금가루가 들어가 있다. 와인을 살짝 흔들면 투명한 황금빛 와인 속에서 금가루가 흩뿌려져 특별한 스테이케이션을 보내기에 손색이 없다.

 

글/ 다나와 김보미 기자 poppoya4@danawa.com

편집/ 다나와 신성철 multic00@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