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4분기 CPU 시장은 모처럼만에 활기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인텔에서 네할렘 아키텍처를 사용한 중급형 프로세서 '코어 i5/i7'을 내놓는가 하면, AMD에서도 보급형 쿼드코어 '애슬론II X4 프로푸스'를 선보이면서 침체돼 있는 시장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는 비단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의 출현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높은 가격 탓에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고성능의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한층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물론 당장 큰 변화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몇몇 주력 듀얼코어 제품들은 머지않아 단종된다는 소식들이 간간히 들려오고 있으며, 중급형 프로세서의 가격이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쿼드코어 프로세서의 대중화가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남은 4/4분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나와 리서치를 통해 지난 3/4분기 CPU 시장의 흐름과 가격 동향, 제품별 판매량에 대해 알아봤다. 참고로 아래의 데이타는 다나와 연동몰을 통해 판매된 제품이 수를 집계한 것으로 전체 시장의 판매량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제조사별 판매량 : AMD 맹공 속에 인텔 선방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인텔과 AMD의 CPU 판매량을 집계해봤다. 인텔이 55%의 점유율로 45%를 차지한 AMD를 약간의 차이로 앞서고 있다. 이 같은 패턴은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해서 이어져 온 것으로 듀얼코어 이하의 보급형 제품에서는 AMD가, 고급형 듀얼코어와 쿼드코어 제품은 인텔이 각각 수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켓별 판매량 : AM3 소켓 가파른 상승세

소켓별로 살펴본 CPU 판매량에서는 인텔 775 소켓의 선방과 AMD AM3 소켓의 빠른 상승세, 인텔 1156 소켓의 선전 등 크게 세 가지 이슈를 꼽을 수 있다.

775 소켓은 인텔이 펜티엄 시절부터 오랜 시간 사용해 온 방식으로 몇몇 하이엔드 제품(i7/i5)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인텔 프로세서들이 775 소켓을 사용한다. 때문에 전체 시장의 절반에 해당하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AMD의 AM3 소켓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AMD의 주력 프로세서인 듀얼코어가 AM2+/AM2 소켓을 사용했던 브리즈번과 쿠마 같은 제품에서 AM3 소켓의 레고르나 칼리스토 같은 신규 제품들로 성공적인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음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새로 나온 인텔 프로세서 '린필드 코어 i5/i7'의 선전도 눈에 띈다. 이들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9월에 6%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들 신제품은 지금까지와 다른 1156 소켓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CPU뿐만 아니라 메인보드까지 교체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저들이 지갑을 열었다는 것은 이 제품의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같은 성장세라면 남은 4/4분기내 중고급형 시장의 세대교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코어별 판매량 : 쿼드코어 판매 발동 걸리나

코어 개수별 판매량은 큰 변화를 찾기 힘들다. 가격적인 이점 때문인지 아직까지는 듀얼코어 CPU가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작으나마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있다. 쿼드코어 CPU의 판매량이 처음으로 20%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말했듯 '코어 i5/i7' 프로세서가 출시됨에 따라 기존 쿼드코어 프로세서들의 가격이 전체적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AMD도 최근 보급형 쿼드코어를 잇달아 출시함으로써 쿼드코어의 보급화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같은 추세라면 쿼드코어의 판매량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큰 기대를 모았던 트리플 코어의 판매량은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3/4분기 판매 순위 집계 : 울프데일 vs 레고르

다음으로 지난 3/4분기 가장 많이 팔린 10개 제품에 대한 통계를 뽑아봤다. 이 중 인텔 제품이 5개, AMD 제품이 5개로 양사가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으며, 대부분이 보급형 듀얼 코어 제품이다.

순위

제품명

점유율

1

인텔 펜티엄 울프데일 E5200

13 %

2

AMD 애슬론II-X2 레고르 245

11 %

3

인텔 펜티엄 울프데일 E6300

8 %

4

인텔 펜티엄 울프데일 E5300

7 %

5

AMD 애슬론II-X2 레고르 240

6 %

6

AMD 애슬론-X2 쿠마 7750

4 %

7

인텔 코어2듀오 울프데일 E7500

4 %

8

AMD 페넘II-X3 헤카 720 Black Edition

3 %

9

인텔 코어2쿼드 요크필드 Q9550

3 %

10

AMD 페넘II-X2 칼리스토 550 Black Edition

3 %

AMD의 경우 출시된지 얼마되지 않은 '애슬론II-X2 레고르' 시리즈가 상위권을 휩쓸며 세대 교체의 성공을 알렸고, 인텔은 펜티엄 듀얼 코어 제품인 울프데일 시리즈가 상위권을 독식함으로써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10개의 제품 중 듀얼 코어가 아닌 제품은 트리플 코어인 'AMD 페넘II-X3 헤카 720 BE'과 쿼드 코어인 '인텔 코어2쿼드 요크필드 Q9550' 등 2종으로 이 중에서도 20만원 중반대의 '요크필드 Q9550'가 9위에 올라와 있다는 점은 눈에 띄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9월 가격대별 판매량 : 10만원 초반대 제품 선전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이 어느 가격대의 CPU를 가장 선호하는지 지난 9월 판매된 데이터를 기준으로 알아봤다. 가격대는 제조사 구분없이 총 일곱 가지로 구분했다.

가격대

점유율

5만원 미만

7 %

5만원 ~ 8만원 미만

45 %

8만원 ~ 10만원 미만

13 %

10만원~15만원 미만

19 %

15만원~20만원 미만

5 %

20만원~25만원 미만

8 %

25만원 이상

4 %

예상대로 5~8만원대의 제품들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판매량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7만원대 제품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는데, 이는 앞서 순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 이 가격대에 해당하는 보급형 듀얼코어 제품이 판매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만원 초반의 제품들이 19%나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듀얼 코어 중에서도 높은 사양으로 꼽히는 인텔 E7000 시리즈나 AMD의 트리플 코어, 보급형 쿼드 코어 같은 중급형 제품이 선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보급형 쿼드코어의 가격이 떨어지고 인기가 올라갈수록 이 가격대의 판매 비중도 덩달아 높아지게 될 것이다.

반면 가격이 15만원이 넘어가면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까지 중급형 이상의 제품들은 일부 하이엔드 유저를 제외하고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때문이다. 최근 새로운 쿼드코어 프로세서들의 출시로 중급형 시장이 크게 달궈지기는 했으나, 가격적인 한계 탓에 대중적인 제품으로 자리 잡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다나와 홍진욱 기자 honga@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