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애플 컴퓨터를 구한 것은 컴퓨터가 아니라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이었다. 애플 컴퓨터는 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이후 매킨토시의 라인업을 단순화하고 판매 실적을 향상시켰지만 현재 애플의 주력 상품은 단연 아이팟, 아이폰이 아닐까.

이미 전 세계 MP3 플레이어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애플의 아이팟. 올해 9월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아이팟 시리즈가 발매됐다. 제품에 전면적인 수정을 가한 아이팟 나노와 아이팟 셔플도 새 아이팟 터치와 함께 발매되었다. 게다가 현재 한국은 아이폰 4의 발매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예약만으로 50만대가 넘어서고, 길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휴대전화 중 하나가 이제 아이폰이 된 것 같다. 가히 애플의 전성시대라 부를 만하다.

아이폰을 닮아가는 아이팟 터치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무척 높지만 구매에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높은 '가격'이다. 배터리 문제야 다른 스마트폰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지만 기본 단가 자체가 높은 아이폰은 약정 기간 문제도 있고, 학생들이 손쉽게 구매할 만한 제품은 아닌 듯하다. 그런데 아이폰이 몹시 갖고 싶다면? 아마 아이폰에 대한 맹렬한 소유욕을 잠재워줄 수 있는 제품이 바로 아이팟 터치이지 않나 싶다.

작년에 등장한 아이폰 3세대는 2세대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어서 유저들에게 아쉬움을 주었다. 반면 올해 6월에 공개된 아이폰 4는 HD급 고해상로 한결 선명해진 레티나(Retina, 망막) 디스플레이, 그리고 와이파이를 이용해 아이폰 4 및 4세대 아이팟 터치 간 고화질 영상통화를 (무료로) 지원하는 페이스 타임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감탄시켰다. 아마 애플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이폰 4를 통해 새로운 아이팟 터치 4세대의 윤곽이 어느 정도 그려졌을 것이다.

▲ 드디어 아이팟 터치에 카메라가 생겼다. 비록 100만 화소 미만의 동영상 촬영 및 페이스 타임용이지만
그간 카메라 부재로 사용할 수 없었던 아이폰 4용 앱을 아이팟 터치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카메라, 마이크 등이 추가되고 레티나 디스플레이 채택

아이팟 터치 4세대는 역시나 예상대로 아이폰 4와 거의 유사했다. 드디어 많은 유저들이 바라던 전후방에 카메라(전방 30만, 후방 70만 화소)를 장착했고, 마이크 역시 장착됐다. 아이팟 터치 4세대는 아이폰 4처럼 페이스 타임을 기본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이크가 필수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 마이크 내장용 이어폰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물론 마이크가 있으므로 음성 메모 같은 녹음 기능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본체 하단에는 아이폰처럼 스피커가 장착되었다. 일부 디자인적으로나 버튼 위치의 변화 등 디자인적인 변화가 있지만 기존 아이팟 터치의 디자인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애플답게 조금 더 슬림하고, 조금 더 가벼워졌다.

▲ 제품 하단에 스피커, 30핀 전용 독 커넥터, 3.5파이 이어폰 잭이 마련됐다.

아이팟 터치 4세대는 아이폰 4처럼 액정도 레티나 액정을 사용하며, 해상도 역시 480x 320이 아닌 960x640으로 아이폰 4와 같아졌다. 또한 내장 CPU 역시 아이폰 4와 같은 애플 자체 제작의 A4를 사용했다.

720p HD급 동영상 촬영 가능, 하지만 스틸 이미지 촬영은 거의 불가능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카메라를 장착한 덕분에 720p의 고해상도 영상을 녹화하거나, 혹은 VGA급 전면 카메라로 페이스 타임을 사용할 수 있다. 아이팟 터치는 휴대전화가 아니기 때문에 페이스 타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화번호가 아닌 이메일을 사용한다. 아이팟 터치 4세대를 보유한 친구끼리 서로 간단한 등록 절차를 마치면 이메일 주소를 사용해 전화를 걸 수 있으며, 아이팟 터치는 일반 이메일과 업무용 이메일을 따로 등록할 수 있어, 업무용 화상통화도 가능하니 아이팟 터치만 있다면 화상회의도 가능하게 된 셈이다.

아이팟 터치는 또 아이폰 4와 마찬가지로 1280x720p의 HD 영상을 초당 30프레임으로 녹화할 수 있다. 단 이메일 등으로 영상을 보내면 640x320으로 사이즈를 압축해 보내게 된다. 아무래도 720p 영상은 용량이 크기 때문에 이메일로 보내기에는 부담될 수밖에 없다.

▲ 비록 아이폰 4의 레티나 IPS가 아닌 레티나 ECB를 사용해 시야각이나 화질이
아이폰 4보다 약간 떨어지지만 해상도는 동일한 960x640이어서 무척 선명하다.

얼핏 보면 아이팟 터치 4세대는 아이폰 4에서 휴대전화 기능만 뺀 것으로 생각되지만, 사실은 일부 기능이 조금씩 다르다. 먼저 아이폰 4의 액정은 레티나 IPS를 사용하지만 아이팟 터치 4세대는 레티나 ECB를 사용하여 시야각이나 화질이 아이폰 4보다 약간 떨어진다.

내장 메모리 역시 아이폰 4는 512MB를 사용하지만 아이팟 터치 4세대는 256MB이며, GPS의 삭제와 3축 자이로스코프, 그리고 카메라 화소에서도 차이가 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해상도는 960x720으로, 인화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사이즈이며, 노이즈 역시 많은 편이다. 따라서 아이폰 4의 500만 카메라로 찍은 화질과는 비교할 수 없고, 플래시도 없으므로 실내나 야간에 사용하기에는 당연히 부족하다. 그래도 아이팟 터치에 카메라가 장착된 것이 어디인가! 정말 편리하다.

아이폰 4는 휴대전화이기 때문에 배터리의 용량이 크다. 따라서 본체가 두껍지만 아이팟 터치는 매우 슬림하기 때문에 고화소의 카메라를 넣는 것 자체가 힘들고 액정은 조금 시야각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큰 문제는 없다. 사진을 보거나 혹은 사파리를 실행하고 텍스트를 한 번 보면 비교가 가능하다. 기존의 아이팟 터치나 아이폰 3GS와는 다르게 작은 글씨도 해상도 부족으로 뭉개지지 않고, 선명하게 읽을 수 있다. 사진 역시 매우 선명하게 표현되어 기존 세대의 디스플레이와는 비교 불가다.

▲ 아이팟 터치의 두께는 종전 제품보다 15% 정도 얇아져 두께가 약 7.1mm에 불과하지만
배터리  성능은 강화돼 음악 재생 연속 40시간 동영상 재생 연속 7시간이 가능하다.

아이폰 4와 아이팟 터치 4세대 간 무료 화상통화가 가능한 '페이스 타임' 지원

페이스 타임은 이메일로 인증해야 하며, 애플에 등록된 계정을 사용해야 한다. 페이스 타임 계정 등록을 하면 애플에서 해당 메일로 확인 메일이 다시 한 번 오고, 이를 다시 등록하면 된다. 이후에는 주소록에 저장된 사람들과 페이스 타임을 사용할 수 있다. 페이스 타임은 아이팟 터치 4세대 유저와는 이메일로 계정 등록을 하고, 아이폰 4 유저와도 당연히 사용 가능하다.

아이폰 4 유저와 통화할 경우에는 전화번호를 한국 국가번호인 '+82'를 선택하고 맨 앞의 '0'을 제외한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즉 '010-1111-1234'라면 '+82-10-1111-1234'라고 입력을 하고, 페이스 타임을 신청하면 놀랍게도 아이팟 터치 4세대가 전화(?)를 걸어준다. 이 기능을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무선 인터넷 지역에서는 언제라도 페이스 타임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상대방도 무선 인터넷 지역에 있어야 하지만 이는 아이폰 4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폰 4가 부담스럽거나 아직도 약정의 노예라면…

다시 한 번 간략히 정리해 보면, 이번 아이팟 터치 4세대는 960x480의 고해상도와 레티나 디스플레이, 그리고 전후방 카메라, 페이스 타임 지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의 차이점이 점점 없어지는 듯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나 슬림한 사이즈, 가벼운 무게는 여전히 아이팟 터치만의 매력이다.

만약 아이폰을 구입하고 싶어도 사용 중인 휴대전화의 약정 기간이 많이 남아있거나 아이폰 4의 요금 체계가 부담스럽다면 아이팟 터치 4세대를 선택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애플 제품답게 기기의 완성도가 뛰어나며 애플의 무궁무진한 앱스토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역시 가장 중요한 구매사유가 된다.

기타 아이팟 터치의 MP3 파일이나 동영상 재생, 혹은 앱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지겹도록 봤을 것이니 생략하도록 하겠다.

 글/ 이준혁 AV 평론가
진행/ IT조선 이상훈 기자 tearhunter@chosunbiz.com
상품전문 뉴스채널 <IT조선(i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