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을을 잃어버렸다. 날씨는 쌀쌀할지언정 하늘은 창창하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있으면 무작정 떠나고픈 마음이 생기는게 인지상정인 시기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런 철부지 직장인들에게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고.

하지만 고생 따위(!)에 멈칫할 우리가 아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지난번 등산 특집에도 누차 말했듯이 겨울철 차림새의 핵심 포인트는 바로 ‘보온’이다.

집안 단열이 잘 되어 있으면 난방을 많이 하지 않아도 실내가 따뜻한 것과 같은 이치다. 몸에서 나오는 체온만 제대로 옷으로 가둬도 36.5도의 생체 난로의 도움 없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

제2의 피부, ‘베이스 레이어’
다양한 소재와 종류가 존재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베이스 레이어’다. 베이스 레이어란 피부에 밀착되는 가장 안쪽에 착용하는 기능성 의류로 내의를 비롯해 넓은 범주에서는 속옷까지 해당된다.

베이스 레이어를 고를 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바로 피부와 얼마만큼 밀착되어 있는지 여부다. 늘어난 부분은 보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정한 신축성과 인체에 꼭 맞는 입체 재단과 부위별로 알맞은 원단을 사용했는지가 베이스 레이어를 고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굽혔다 펴기를 반복해야 하는 관절 부분은 조금만 움직여도 늘어나기 때문에 밀착성이 떨어지기 마련. ‘무릎 나온 바지’를 머리에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다.

<보통 베이스 레이어는 몸에 달라 붙는 디자인이 많은데 몸에서 발생한 수분과 수증기를 빨리 흡수해 최대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아크테릭스 LTW 시리즈>


<집업 티셔츠는 겨울철 보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미드 레이어다. 집업 티셔츠에 달린 지퍼를 이용해 빠르게 체온을 조절한다. 아크테릭스 페이스 SV 시리즈>

<모자, 머플러, 장갑은 겨울철 몸속에서 빠져나가는 열기를 가둬두는 중요한 아이템임을 명심하자.>

그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은 땀 배출 능력. 아웃도어 활동은 대부분 움직임이 거칠어 체온이 쉽게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때 체온 조절을 위해 발생한 땀을 효과적으로 배출하지 못 할 경우 쾌적성이 떨어져 오히려 안 입은 것 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 할 것 없이 땀과 보온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상관 관계다. 여름철 발생하는 땀은 인간의 운동 능력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골칫거리다. 겨울철 땀 역시 중요하긴 마찬가지. 요즘 기능성 소재는 이 땀을 보온을 위해 사용한다고 하니 기특할 수 밖에.>

보통 땀 흡수 소재로 면을 떠올리기 마련. 면(綿) 소재는 흡수력은 뛰어난 반면 잘 마르지 않아 겨울철 겉옷 내부에 습기가 차는 '결로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보통 이럴 때 겉옷을 벗게 되는데 땀이 마르는 동안에 바람이 불어와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런 현상을 ‘윈드칠 이펙트(Windchill Effect)’라고 하는데 심할 경우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베이스 레이어 착용의 '좋은예', 조금 민망하더라도 몸에 꼭 맞게 입어야 베이스 레이어를 착용한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다.>

따라서 겉옷을 벗지 않고도 땀 배출이 빠른 베이스 레이어가 절실하다. 대표적인 소재는 바로 쿨맥스(CoolMax)다. 속건 섬유는 대부분 폴리에스터 소재로 직조되는데 나일론의 원료인 폴리아미드(Polyamide)와 달리 폴리에스터(Polyester)는 물을 밖으로 밀어내는 혐수성(hydrophobia)을 지녔다.

폴리에스터를 원사로 만들어 직조할 경우 모세관 현상이 일어나 물을 빨아 들이는 힘이 강해진다. 여기에 폴리에스터가 지닌 혐수성이 더해져 투습은 물론이고 속건 기능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게 된 것.

대표적인 속건 소재로는 쿨맥스, 에어로쿨, 드라이존, 드라이핏, 클리마쿨 등이다.

혹한기도 두렵지 않다 ‘기능성 발열 소재’
지난 겨울 시즌부터 아웃도어 의류의 화두는 자체 발열 소재다. 기존 기능성 소재가 발한 능력을 극대화한 쾌적성만으로는 보온 능력의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데상트의 히트나비(Heat Navi)는 태양광의 흡수 성능을 높인 축열 보온 소재의 일종. 태양빛이 가진 모든 파장 영역을 100% 흡수하는 특수 탄소 무기질을 섬유에 적용해 빛을 열로 바꾸는 기능성 소재다. 게다가 해가 뜨지 않은 흐린날도 눈에 보이지 않는 빛까지 흡수해 우리 몸의 체온을 무려 5도나 올려준다.

동물이나 새의 경우 털이 젖었을 때 그 수분을 흡수해 열을 발생해 체온 저하를 막는다. 미즈노의 브레스 서모 원단은 포유류나 조류의 체온 유지 기능에서 착안한 발열 소재다. 인체가 피부를 통해 배출한 땀을 브레스 서모 소재가 흡수하면서 생기는 흡착열에 의해 약 2도 정도 높아진다. 이로써 보온 효과를 높이고 습도가 낮아져 겨울철 겉옷 안쪽의 결로 현상을 막는다.

코오롱스포츠의 웜테크는 체내에서 발산한 땀을 흡수해 체온을 3도 가량 높여주는 소재를 선보였다. 수증기와 땀을 흡수하면 섬유조직이 팽창하면서 열을 발생시키는 원리다.

IT조선 김재희 기자 wasab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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