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을 연결하면 스피커가 되는 프로젝터

애플의 아이팟 시리즈가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던 2000년대 중반으로 기억하는데, 한 리시버에 아이팟 독을 부착한 제품을 발매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이것을 보고 "아이팟이 이제 오디오 시장에서 비중이 높아졌구나" 하고 느꼈었다. 그 이후 아이팟의 성공으로 애플은 음반 시장과 미니 오디오 시장에서도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됐고, 지금은 음악만이 아니라 영화, 드라마, 애플리케이션 등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과시하게 됐다. 그리고 이제 프로젝터에서 조차 아이팟, 아이폰을 연결하는 제품이 등장하게 됐다.

<> 프로젝터 전문업체 옵토마가 출시한 아이폰 독 프로젝터, DV20 Neo-i

아이폰이 국내에 발매된 이후, 많은 변화가 온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PC의 영역 중 상당 부분을 손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됐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하지만 아쉽게도 아이폰 화면은 지금 기준으로는 3.5인치로 상당히 작은 편이다. 아이폰 4나 아이팟 터치 4세대는 720P의 고화질 영상도 재생할 수 있을 만큼 하드웨어 성능이 향상됐는데 3.5인치 크기의 작은 화면으로 영상을 봐야 하니 정말 아쉽다. 아이폰을 HDTV나 PC 모니터에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러한 전용 케이블은 의외로 고가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들을 간편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이 등장했다. 바로 옵토마(OPTOMA)의 DV20 Neo-i 프로젝터가 그것이다. DV20 Neo-i는 기본적으로 프로젝터지만 다양한 기능을 갖춘 올인원 제품으로, 평상시에는 독 스피커로도 활용할 수 있다.

<> 전용 리모컨. 백라이팅 기능이 없는 게 흠이다.

국내에서도 아이팟, 아이폰이 대중화되면서 독 스피커들이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다. 간편하게 아이팟, 아이폰을 연결하고, 충전을 하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독 스피커들은 아이팟, 아이폰 유저라면 누구나 한 번쯤 탐내고 갖고 싶어할 제품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독 스피커들은 단순히 스피커로서의 역할만 할 뿐, 기기에 저장해 놓은 사진이나 영상은 볼 수가 없다. 반면 옵토마의 DV20 Neo-i는 독 스피커 기능에 프로젝터 기능까지 함께 포함하고 있으니 일반적인 프로젝터에 비해 활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전용 독 스피커로 사용하기에 손색 없어

<> 독 스피커, 프로젝터 기능이 조합된 만큼 활용도가 넓다.

옵토마 DV20 Neo-i를 개봉하면 본체와 전원 케이블, 유니버설 독 어댑터, 리모컨, RCA-미니 잭, CD 롬 등이 들어 있다. 본체의 크기는 324x79x227mm로 작은 편이며, 무게도 1kg 정도로 매우 가벼워 휴대성도 나쁘지 않다.

<> 애플의 다양한 제품을 거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독 어댑터를 제공한다.

DV20 Neo-i는 비교적 작은 사이즈에 무게조차 가볍지만 활용도와 성능은 의의로 만만치 않다. 입력 단자는 HDMI 1개와 D-SUB 1개, 그리고 3.5mm 미니 잭 1개가 마련되었다. HDMI 단자가 1개인 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 아이폰을 꼽아 사용하는 제품이지만 HDMI 단자가 1개 뿐인 것이 무척 아쉽다.

타원형 본체는 얼핏 보면 프로젝터인지 알기 힘들지만 하단부에 수동 렌즈가 부탁되어 있다. 또한 본체 윗부분에 있는 독에 아이팟, 아이폰을 연결하면 내장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 동봉된 전용 리모컨으로 아이폰 조작도 가능하다. 그리고 본체 윗면의 뒤쪽에는 터치 컨트롤 패널이 부착되어 있는데, 가볍게 눌러도 잘 인식되며 반응 속도도 빠른 편이다. 만지면 파란색의 LED 조명이 들어와 고급스러워 보인다 .

<> 본체 뒤쪽의 터치 컨트롤 패널에 LED가 점등돼 어둠 속에서도 조작하기 쉽다.

아이팟을 연결하여 음악을 재생해 봤다. 고가의 독 스피커들에 비교하면 음의 디테일함이나 풍성함은 약하지만 일반적인 팝 음악 등을 듣기에 큰 무리가 없다. 어차피 하이 퀄리티의 독 스피커로 제작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음장감이나 음의 디테일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몇 가지의 음악들을 재생시켜 봤는데, Queen의 'Bohemian rhapsody'의 경우는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이 연주에 살짝 묻히고, 파워풀함도 떨어졌다. 또한 Michael jackson의 'Smooth criminal'은 리듬이 전반적으로 둔탁하고 힘이나 깊은 저음도 약하다(본체의 설정에서 4개의 이퀄라이저로 음을 조절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어차피 이 제품은 독 스피커가 아니고 프로젝터다. 오히려 저렴한 독 스피커들에 비해 더 좋은 사운드를 들려주는 점이 의외였다. 하이 퀄리티의 사운드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용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피코 프로젝터의 업그레이드 버전

DV20 Neo-i는 아이팟을 연결해 음악 재생뿐만 아니라 대형 스크린에 아이팟에 담긴 사진이나 동영상 재생도 가능하다. 내장 스피커도 있으니 아주 간편한 홈시어터 시스템이 된다. 아쉬운 것은 아이팟이나 아이폰에서 출력 가능한 소스는 동영상과 사진에 국한되므로 일반적인 앱들은 대화면으로 출력할 수 없다. 이것은 애플에서 별도로 판매중인 TV 연결 케이블을 사용해도 마찬가지다. 영상 출력을 아이팟에서 제어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프로젝터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HDMI 케이블로 플레이스테이션 3에 연결해 블루레이와 DVD 등 여러 타이틀을 재생해 봤다. 본 기기는 스펙상으로는 2000 : 1의 컨트라스트비와 50안시 루멘의 밝기를 지원한다. 소음은 25dB로 영상을 감상할 때 크게 귀에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물론 가까이에서 들으면 팬 소음이 들리지만 프로젝터로서는 상당히 정숙한 소음 레벨이다. 

<> 소형 프로젝터답게 랜즈 크기는 작은 편이다.

DV20 Neo-i는 영상 표현에 큰 무리는 없지만 컨트라스트가 조금 과해서 붉은 색이 선홍색처럼 밝고 진하게 표현된다. 조금 더 디테일한 설정을 하고 싶었지만, 설정 메뉴에서 RGB 값은 유저가 세팅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블루레이 디스크로 '토이스토리 3' 등을 볼 때 원색 계열의 색이 조금 튀어 보이기는 하지만, 감상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

DV20 Neo-i는 색상보다 해상도에 불만이 생긴다. 피코 프로젝터를 모태로 개발된 모델인 만큼 출력 해상도가 WVGA급(800x480)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블루레이 디스크에 수록된 영상은 1,080p의 해상도로 제작된다. 따라서 DV20 Neo-i는 1,080p의 입력을 받을 수 있지만 출력 해상도가 SD급 해상도에 불과해 출력 영상은 DVD 수준이 된다. 아이팟과 아이폰에 담긴 영상이 HD급이어도 그 수준의 선명함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밝기도 전용 프로젝터에 비하면 어두운 편이다. 이런 하드웨어 스펙적인 단점을 제외한다면 DV20 Neo-i는 전반적으로 원색이 좀 과하기는 하지만 영상 재생에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DV20 Neo-i는 120인치까지 재생 가능하다고 하는데, 약 2m 거리에서 60인치 수준으로 재생할 수 있다. 60~70인치 정도가 가장 선명한 영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상세 설정과 해상도는 아쉬워

옵토마 DV20 Neo-i를 사용해 보면서 조금 아쉬운 부분들을 정리해 본다. 일반적인 프로젝터와 달리 DV20 Neo-i는 아이팟, 아이폰이 있어야 더욱 활용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평상시에는 독 스피커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음악을 재생해 놓고 볼륨이나 다른 기능들을 활용하려고 하면 프로젝터 화면이 켜진다. 물론 프로젝터의 대형 스크린을 보면서 리모컨으로 볼륨 조절이나 원하는 노래나 앨범을 찾을 수도 있지만, 갑자기 프로젝터 화면이 켜지고, 팬 소음이 들리기 때문에 조용히 음악을 듣기에는 방해가 되기도 한다. 차기 모델은 본체에 디스플레이 창을 배치해 프로젝터를 켜지 않고도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프로젝터 출력 해상도는 WVGA 급이며, 밝기는 50안시 루멘이다. 일반적인
홈시어터용 프로젝터들이 800~1,300안시 루멘인 점과 비교하면 어두운 편이다.

입력 단자 부분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본체 크기가 작아서 많은 수의 단자를 넣을 수는 없겠지만 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범용적으로 널리 쓰이는 HDMI 단자가 2개 정도였으면 좋겠다. SD 카드 슬롯이나 표준 USB 단자가 있다면 더욱 편리할 것이다. 또 설정 메뉴가 보다 디테일하게 구성되어 소비자가 색상 설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디폴트 값이 완벽하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실상 그렇지 않은 만큼 개인 세팅을 선호하는 사용자들도 존재할 것이다. DV20 Neo-i는 설정 메뉴가 너무 단출해 제대로 된 설정이 힘들다.

DV20 Neo-i는 상급자용 기기는 아니지만 아이팟이나 아이폰 사용자들에게는 활용도가 아주 좋고, 또 (프로젝터 용도로) 휴대하기도 간편한, 여러 모로 재주가 많은 제품이다. HD 해상도의 소스들을 재생할 용도로는 부족하지만 그 대신 가격이 저렴하다. 프로젝터 1한 개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DV20 Neo-i는 테스트 도중 여러 사람들이 즐거워했던 제품 중 하나였다.

글/ 이준혁 AV 평론가
진행/ IT조선 이상훈 기자 tearhunter@chosunbiz.com
상품전문 뉴스채널 <IT조선(i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