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공부도 잘 하는 헐리우드 배우 엠마 왓슨은 생각하는 것마저 아름다웠다.

 

지난해 의류업계를 뒤흔들었던 건 가격 부담 없이 한 계절 입기 좋은 ‘패스트 패션’이었다. 패스트 패션이라 불리는 브랜드들(예를 들면 유니클로, H&M, 자라 등)의 매장에는 양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드나드는 손님이 가득하다. 트렌드에 맞는 옷을 공장에서 열심히 찍어내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여파는 아직도 거세다.

 

이 와중에 뚝심 있게 슬로우 패션의 의지를 지키는 친환경 브랜드들이 있다. 그들은 이제야 겨우 알음알음 이름을 알려 가고 있다.

 

 

오르그닷 www.orgdot.kr

‘패션을 해체하고 재창조한다’는 오르그닷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핸드메이드 생산으로 지구에 부담을 줄여주는 기업이다. 그들이 쓰는 천연 소재로는 유기농 면, 무가공 면, 대나무 섬유 등 자연친화적 원단이 대표적이다. 재생폴리에스터, 재생나일론 등 재생원단도 더러 사용하고 있다.

 

오르그닷은 최근 SK와이번스, 휴비스, 연일과 함께 페트병으로 만든 그린유니폼을 선보여 화제를 낳았다. 그린유니폼은 재활용 원사 유니폼 최초로 경기용 유니폼으로 쓰이기도 했다.

 

SK와이번스 그린유니폼, 오르그닷 스퀘어박스 백의 내부는 텀블러를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오르그닷이 만든 가방에는 지구를 생각하는 또 하나의 실천 ‘텀블러’를 넣을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무엇보다도 이 기업은 핸드메이드 공법을 통해 열악한 근로조건에 있던, 혹은 그나마의 일자리도 없던 봉제 노동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젊은 디자이너에게도 마음껏 크레이티브를 펼칠 수 있도록 한다.

 

 

이새 www.isae.co.kr

조상적부터 내려오던 길쌈, 바느질을 포함한 집안일을 통칭하는 말, ‘이새’. 이새는 한 땀 한 땀 옷을 짓던 옛적의 노동을 지혜로 여기며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이뤄내고자 하는 기업이다. 편안한 느낌이 물씬 나는 이새의 옷은 에코 브랜드 중에선 드물게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데다 지난해 서울패션위크에도 참가했던 브랜드다.

 

한국적인 소재 한삼 모시를 활용해 의상을 만들기도 하고 면을 대체할 섬유로 쐐기풀이나 케나프, 종이 등을 제시하기도 한다. 생활한복을 닮은 듯한 이새의 의류는 친환경 의류로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는 중이다.

 

 

프라이탁 www.frietag.ch

스위스는 시계만큼 자연 경관이 유명하다. 관광자원이 되는 탁 트인 환경 덕분에 먹고 사는 그들을 시기 질투할 수만은 없다. 그들은 그만큼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위스의 가방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은 비닐을 재활용 해 가방을 만드는데 이 가방이 스위스의 대학생들 사이에 유행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1993년부터 만들게 된 프라이탁 가방의 소재는 다름아닌 트럭을 덮고 있는 타프였다. 비바람에 강한 타프는 가방으로 만들었을 때 역시 강한 내구성을 자랑한다. 메신저백을 기본으로 백팩, 쇼퍼백, 스노보드가방 등 다양한 상품군이 있다.

 

 

이제는 재활용할 타프가 부족할 정도라고 할 만큼 철저히 재활용을 하고 있으니 똑같은 제품은 절대 나올 수 없다. 살 때부터 떼에 찌든 듯 얼룩덜룩한 것은 그것대로의 매력이다. 혹 누군가 “이 가방은 도대체 언제 산 거에요?”라고 눈살을 찌푸리며 묻는다면 옅은 미소와 함께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라고 대답하자.

 

 

에코파티메아리 www.mearry.com

에코파티메아리는 기부를 돕는 재단법인 ‘아름다운 가게’에 소속된 재활용디자인 사업부다. 아름다운 가게에 모인 옷가지 중 되팔 수 없는 것들을 모아 재활용 디자인제품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소재가 많지는 않아 제품수량 역시 적고 의류보다는 가방이나 작은 소품이 주로 만들어 진다.

 

하지만 날마다 오늘은 어떤 제품이 탄생할까 기대를 자아내는 힘이 있다. 프라이탁과는 달리 재활용품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깔끔하고 세련됐기 때문.

 

에코파티메아리의 타폴린백팩, 에코파티메아리는 여러 스타들과 함께 재능기부도 펼치고 있다

 

에코파티메아리는 환경을 생각하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이 외의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친다. 헌 옷을 이용해 인형을 만드는 ‘릴라씨 만들기’ 워크샵 프로그램은 아이와 함께 참여하면 뜻 깊은 교육이 된다.

 

 

리블랭크 www.reblank.com

리블랭크는 에코파티메아리가 확대된 기업이다. 에코파티메아리의 창립멤버들이 독립해 세운 재활용 전문 패션기업으로 헌 옷, 현수막, 폐가죽, 종이 등을 리디자인 하고 있다.

 

에코파티메아리보다 전문적으로 제품군도 다양하다. 옷에서부터 가방, 액세서리 등 좀 더 ‘패션’에 비중을 뒀다.

 

리블랭크에서는 안 입는 헌옷을 스타일리시한 가방으로 리폼해준다

 

안 입는 옷을 맡기면 직접 스타일리시한 가방으로 리폼을 해주는 ‘클로젯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완성된 가방에는 가방 제작 완성 날짜와 영문 이름이 새겨진 개인 레이블을 함께 제공해 더욱 의미가 깊다.

 

 

피플트리 www.peopletree.co.uk

초콜릿, 커피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공정무역’이라는 단어를 패션계에서도 만날 수 있다. 영국의 피플트리는 빈곤과 환경 문제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WFTO(world fair trade organization)가 정한 공정 무역 기준을 준수해 제품을 개발하는 곳이다.

 

농약이나 화학염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농법으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기계로 옷을 만들지 않고 방글라데시, 인도, 네팔 등 제3세계의 손을 빌어 옷을 만든다. 그들에게는 물론 정당한 임금이 제공된다.

 

 

앞서 언급한 엠마 왓슨의 발언도 피플트리와 함께 한 활동을 통한 것. 그녀는 피플트리와의 활동을 통해 방글라데시의 공정무역 공동체를 직접 찾는 등 이 브랜드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한 번의 ‘기부’로 그치지 않고 옷을 통해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피플트리의 기업이념을 높이 산 것이다.  

 

 

그루 www.fairtradegru.com

영국에 피플트리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그루가 있다. 국내 최초의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 그루 역시 면, 울, 마, 실크 등 자연소재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한다.

 

인도의 여인들이 직접 자아낸 실로 나무 베틀을 통해 짜여 나와 자연의 색을 입는다. 때론 네팔 여성이 한 땀 한 땀 손으로 딴 손뜨개나 자수 제품을 만날 수도 있고 일일이 도장을 찍는 블록프린팅의 자연스러움도 만날 수 있다. 종이옷은 종이를 잘게 잘라 만드는데 종이를 자르는 일은 봉제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일할 수 있다.

 

 

그루의 온라인몰에서는 다양한 의류와 액세서리, 생활 소품부터 공정무역 식품도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의류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만큼 민감한 어린이에게 잘 맞는데 아기들을 위한 속싸개, 모자, 장난감 등의 상품이 많다.

 

 

에코이스트 www.ecoist.com

에고이스트가 아니다. 에’코’이스트에선 사탕포장지가 알록달록한 클러치백으로 재탄생한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액세서리를 만드는 에코이스트는 재활용품으로 눈에 띄는 디자인의 액세서리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유명 헐리우드 여배우 카메론 디아즈도 이 회사의 제품을 들고 다닐 정도였다.

 

숄더백은 패션이 더욱 주목 받는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사만다가 메고 나오기도 했다. 사탕봉지, 캔뚜껑 등을 재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재활용 해 고유의 브랜드가 여전하다. 예를 들면, 코카콜라의 라벨지를 모아 만든 빨간색과 하얀색의 조화가 돋보이는 핸드백은 코카콜라 컬렉션 라인이 따로 만들어질 정도. M&m’s의 컬렉션도 귀엽다.

 

사만다의 숄더백, 코카콜라 컬렉션 중 클래식, 캔뚜껑 백

 

올 여름엔 캔뚜껑을 엮어서 만든 시원한 가방을 메보자. 제품들은 모두 페루에서 손수 제작하는 공정무역 제품이다.

 

 

에코브랜드들만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들도 ‘착한 기업’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에코 백 등을 만들어 생색을 내기도 하고, 헌 옷을 재활용하는 이벤트를 펼치기도 한다. 문제는 이것들이 ‘일회성’에 그친다는 것이다. 옷을 입는 주체인 우리의 의식이 변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홍보와 에코 제품의 개발에 달려있다.

 

그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는 윤리적 소비의 방법은 간단하다. ‘소비 자체를 줄일 것’. 어떻게 써야 잘 쓴다고 소문이 날까를 고민하는 것과는 원초적인 부분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그럼, 건투를 빈다.

 

 

환경을 생각하는 개념룩

1. 리블랭크 Super Mixed T  2. 리블랭크 Pants  3. 이새 한삼모시재킷  4. 오르그닷 Once I was a Plastic Bottle  5. 프라이탁 Mac Sleeve 13''  6. 에코파티메아리 Rainbow Step  7. 나이키 Recycled Shoes

 

 

IT조선 염아영 기자 yeomah@chosunbiz.com

상품전문 뉴스채널 <IT조선(i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