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환경에 적합한 PC파이 브랜드, 오디오엔진

컴퓨터 앞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컴퓨터로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 ‘PC파이’를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PC와 Hi-Fi를 합친 신조어 ‘PC파이’는 앰프와 스피커를 PC에 연결해 간단히 구성할 수 있다. 최근에는 PC 관련 스피커 제조사들뿐 아니라 고가의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 제조사들도 PC파이를 위한 전용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 오디오엔진의 인기 액티브 스피커 A2의 후속모델인 P4는 패시브 타입 스피커.
여기에 N22 앰프를 더하면 간편하게 PC파이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다.

책상 위에 올리기 좋도록 보다 소형화한 제품들이나 USB 단자를 통해 음성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품들이 그것이다. PC쪽에서도 냉각 장치의 소음을 최소화하거나 전원부를 강화하고 각종 전기 노이즈를 차단하기 위한 고안들이 이어지고 있다. 간편하게 PC에 저장된, 또는 스트리밍을 통해 좋은 소리로 음악을 듣고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꽤 매력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오디오엔진은 2002년에 설립된 음향 기기 전문 회사로서 PC파이 및 아이팟 주변 음향 기기를 만들고 있다. 하만카든, 깁슨, 알레시스, 애플 등에서 오래 근무해온 스태프들이 개발에 참여해 프로 및 홈 오디오, 컴퓨터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PC 및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공간, 음질 고려해 패시브 스피커+데스크톱 앰프 조합

오디오엔진은 현재 최상위 모델인 5인치 우퍼 채용 액티브 스피커 P5를 포함해 액티브 스피커 2모델, 패시브 스피커 1모델, 액티브 서브우퍼, 앰프, 무선 오디오 어댑터 등을 라인업하고 있다. 그 가운데 여기 소개할 제품은 N22 데스크톱 앰프와 P4 패시브 스피커다.   

‘데스크톱 앰프’라는 생소한 명칭을 사용한 건 동사에서 그렇게 사용하기 때문으로, 책상 위에 두고 사용하기 용이하도록 특화 설계했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르는 듯하다. P4 스피커의 경우 굳이 패시브라는 단서를 단 것은 동사는 액티브 스피커가 주력이어서 그와 구분하기 위함이다.   

<> 오디오엔진의 전 제품은 사진과 같이 2중으로 포장된 뒤
또 한 차례 완충재에 둘러쌓여 박스에 담긴다.

PC파이 용도로는 설치가 간편하고 공간을 덜 차지한다는 점에서 액티브 스피커가 장점이 있겠지만, 프로용 모니터 스피커가 아닌 페어 형태로 판매하는 액티브 스피커는 대부분 한쪽 스피커에 앰프를 탑재하는 경우가 많아서 좌우 스피커의 내부 용적 차이와 질량 차이에 따른 음의 불균형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음질 면에서는 패시브 타입이 유리할 것이다.   

오디오엔진의 N22 앰프는 데스크톱 앰프라는 꼬리표대로 책상 위 책 사이에 놓아도 좋고 스피커나 모니터, 컴퓨터 본체 옆에 놓고 사용하기 좋도록 폭이 좁고 세로로 긴 형태를 하고 있다.   

별매의 W2 연결 시 애플 제품 음악 무선 연결 가능

형태와 기능은 심플하기 그지없다. 적당한 광택감의 검은 섀시에 중앙의 은색 볼륨 노브 위아래로 전원 표시 LED와 헤드폰 단자가 자리하고 있을 뿐, 브랜드, 모델명은 물론이고 기능을 안내하는 프린트도 일체 없다.   

섀시는 특이하게 스틸이나 알루미늄이 아닌 MDF를 수가공해 만들었으며, 하단에 안정감을 위해 사방으로 다리를 뻗은 스탠드를 설치해 놓아서 가로 형태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바닥면과 윗면에 커다란 통기 구멍이 마련돼 있는데 이는 출력석에서 데워진 공기가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대류 현상으로 냉각되도록 한 구조로서, 방열핀이나 냉각 팬을 없애 부피를 줄이고 구조를 단순화했다.   

전원은 전용 어댑터를 사용해 DC 입력하며 RCA 및 3.5파이 폰잭의 2계통 입력과 RCA 라인 출력을 갖췄고, 스피커 터미널은 바나나 플러그와 말굽 단자를 사용할 수 있는 고급 금도금 제품을 탑재했다.

<> 아날로그 RCA 입력, 3.5mm AUX 입력, RCA 라인 출력을 갖췄다.

특이하게 ‘USB POWER’라고 이름 붙은 USB 포트를 채용하고 있는데, 이 포트는 컴퓨터의 오디오 신호 입력에 대응하지 않고 단지 모바일 기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용도로 사용됨에 유의해야 한다. 원래는 개발 당시 아이팟을 연결하는 도킹 장치를 탑재할 계획이었으나 보다 심플한 구성을 위해 충전 단자로 마무리한 것이라고 하며, 이 단자는 동사의 무선 음악 신호 전송 시스템을 연결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동사의 플래그십 액티브 스피커인 ‘오디오엔진 5’의 경우, 본체에 전원부를 내장한 구조를 살려 본체에 AC 전원 출력 단자를 탑재함으로써 여기에 애플의 AirPort Express를 연결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통한 에어플레이 시스템을 손쉽게 구성할 수 있다.

<> P4 스피커는 벽면에 쉽게 부착시킬 수 있도록 뒷면에 표준 규격
마운트 나사를 마련했으며 앞면 아래 부분에 덕트를 두었다.

하지만 DC 입력하는 N22 모델의 경우 AC 전원 출력 단자를 탑재하기 어려운 구조이므로 대신 USB 전원을 달아 무선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동사의 W2라는 무선 시스템을 별도 구매해 연결하면 아이팟에 저장된 음악을 음질 손상이 거의 없이 무선으로 즐길 수 있다. N22는 신호 입력이 없는 상태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스탠바이 상태가 되므로 앰프를 켜고 끄는 동작 없이 집안 어디서든 아이팟으로 간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전원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LED는 은은하면서 영롱한 푸른빛을 띠는데, 밝지 않아서 좋다. 추측하건대 전면 패널에 렌즈를 설치하고 조금 뒤쪽에 LED를 배치한 간접 조명 방식인 듯하다.   

버브라운 OPA2134 OP앰프 장착한 헤드폰 단자

N22의 헤드폰 단자는 그냥 평범하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될 ‘물건’이다. 라인 출력과 별도로 버브라운 OPA2134 OP 앰프를 심장부로 한 헤드폰 앰프를 구성해 헤드파일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좋은 소리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투명도가 높고 공간감이 좋으며 저음은 단단히 조여져 명확한 소리를 들려준다.   

<> 은색 볼륨 노브와 전원 연결을 알리는 푸른색 LED, 3.5,mm AUX 단자만을 갖춘
AB 클래스 인티앰프 N22. 책상 위 설치를 위해 세로 형태로 제작되었다.

무광 은색의 볼륨 노브는 전원 온/오프 역할을 겸하는데 볼륨 위치를 파악할 수 없는 점은 아쉽다. 가능한 한 심플하게 만들려고 배제했을 테지만 전원 LED를 볼륨 노브에 탑재해 전원 상태와 볼륨 위치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최근의 모바일용 앰프들은 대부분 출력과 효율 면에서 유리한 D급 증폭 방식을 채용하는 추세이나 N22는 AB급 방식을 채용했다. 개발자에 따르면 D급 방식으로 하이파이 음질을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물량을 투입해야 하므로 소형 앰프에 걸맞게 신호 왜곡과 노이즈 측면에서 유리한 AB급 방식을 채용했다고 한다. N22는 채널당 22W(와트)의 유효 출력을 낸다.   

제품 패키지에는 16게이지 규격의 제법 굵은 스피커 케이블, RCA 케이블, 3.5파이 폰잭 케이블 등 PC와 앰프와 스피커를 연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제공된다.   

<> 별도의 액세서리가 필요 없는 풍성한 구성 또한 오디오엔진 제품의 장점이다.

세련된 P4, 하지만 N22는 지나친 절제미가 아쉬워

디자인 면에서 N22는 호불호가 갈릴 듯한데, 애플 제품이 절제의 미학에 관한 대표주자라면 N22는 절제의 촌스러움에 관한 대표 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빈티지의 예스러운 멋이나 소박하고 성실 간소한 기능미는 개인적으로 으뜸으로 치는 디자인인데 N22는 이러한 절제의 의미를 잘못 해석해낸 듯싶다.

반면 P4 스피커는 상당히 세련된 모습이다. 20mm 두께의 MDF로 짠 인클로저에 3/4인치 실크 돔 트위터와 고무 에지의 4인치 케블러 콘 우퍼를 탑재했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8kHz. 개스킷(Gasket, 스피커 프레임과 베플 고정 시 금속 부분과의 공진을 막고, 유닛 진동으로 에지가 들뜨거나 이탈하는 방지하기 위한 중화제 역할을 하는 부품. 주로 고무, 종이, 발포 우레탄 등 소프트한 재질을 사용한다)은 플라스틱 재질이며, 고음용 개스킷은 쇼트 혼에 가까운 디퓨저 형태를 취함으로써 트위터의 발음 면을 뒤로 후퇴시켜 우퍼와의 위상 차이를 줄이고 지향성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한다.   

<> P4  스피커 하단에도 브라켓 연결을 위한 나사 홈이 있으며
바닥 면에 미끄럼 및 진동 방지를 위한 매트를 덧대었다.

스피커 하단에 가로로 긴 슬릿 타입 저음 반사 포트를 두었다. 인클로저의 모든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하고 이음새를 없애 회절을 방지하고 있다. 스파이크나 다리는 없지만 바닥 면에 푹신한 매트를 넓게 덧대어 진동의 유입과 전달을 최소화한다. 그릴은 달려있지 않으므로 사용 시 유닛 보호에 신경 써야 할 것이다. OmniMount, Sanus 등의 범용 브래킷이나 스탠드에 마운트할 수 있는 규격의 나사 구멍을 바닥면과 뒷면에 설치해놓았다.   

오디오엔진의 N22 앰프와 P4 스피커는 적당한 크기와 무광 블랙 마감으로 LCD 모니터 옆에 놓았을 때 자리를 많이 차지 않으면서 빛 반사가 거의 없어 눈이 편하고 모니터에 집중할 수 있다.

PC 주변 기기라는 것과 그다지 높지 않은 가격표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감상에 임했는데, 상당한 하이파이적 질감 표현과 잘 다듬어진 사운드에 감탄했다.   

대역감보다 표현력과 스테이지감 좋아

먼저 N22 앰프와 P4 스피커를 조합한 사운드의 첫인상은 대단히 부드럽다는 것. 요즘 제품들과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소리로서 자극이 전혀 없다. 천연 조미료로 맛을 낸, 다소 밋밋하고 뭔가 빠진 듯하지만 은은히 감쳐오는 감미가 있다. 곱게 확산하는 고음과 약간 느리게 반응하면서 깊지는 않지만 탄력이 좋은 저음 특성이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풍성한 느낌을 만들어준다.   

대역감보다는 표현력이 좋다. 속도가 느리고 해상도가 부족한 면이 있지만 음악적인 표현력이 고급스러워서 음악을 끝까지 듣게 한다. 더욱 특기할 만한 것은 음량을 줄여도 표현력을 잃지 않는다는 것.

정오보다는 여름의 미명에 가까운 음색. 약간 어둡지만 촉촉하고 선선하다. 분명 어두운 음색이지만 능률 좋은 풀 레인지 스피커를 울리듯 소리를 쉽게 쉽게 내주어 갑갑한 감이 없다.   

<> P4의 우퍼 유닛은 많은 브랜드가 채용하고 있는 케블라 파이버.
고탄성 소재로 저음 특성이 우수하며 내구성도 상당하다.

음상형이라기보다는 완전한 음장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음을 좌우로 곱게 분무하고 스테이지의 깊이는 얕지만 넓고 높게 펼쳐진다. 스피커를 가까이 두고 듣는 니어 필드 리스닝에서는 이러한 음장형이 좋다. 이러한 성향은 영화 감상 시에 특히 강점으로 발휘돼 풍부한 서라운드감을 느끼도록 해준다.   

생소한 브랜드에 만듦새도 특별해보이지 않아서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다가 소리를 듣고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요즘 제품들은 대부분 기계로 찍어낸 듯한 느낌을 주기 일쑨데 오랜만에 사람 손길로 정성껏 다듬어낸 것 같은 좋은 느낌의 제품을 만나서 흐뭇하다.  

글/우한결 AV 컬럼니스트
진행/IT조선 이상훈 기자 tearhunt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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