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최고의 선수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선천적인 타고남과 후천적 노력 그리고 당일의 컨디션도 중요하지만 절대 긴장하지 않는 강심장과 그들의 무기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있어 무기란 다름 아닌 스포츠 아이템이다. 선수들에게 최적화된 최첨단 장비가 정말 영향을 미칠까?

이런 스포츠 아이템이 경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는 2008년 폴리우레탄 전신 수영복 사건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전신 폴리우레탄 수영복이 선보인 후 그 해 108개의 세계신기록이 만들어지고, 2009년 로마선수권 대회에도 세계신기록만 43개가 생간 것을 봐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육상선수들은 자신의 기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 아이템인 신발에 매우 민감하다. 달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경기의 시간이 길수록 아이템의 효과가 더욱 필요하지만 우사인 볼트와 같은 100m 스프린터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푸마 ‘신기록 제조기 볼트’를 후원하다

2008년, 전 세계는 한 명의 자메이카 흑인 스프린터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196cm 큰 신장과 마른 몸매를 가진 주인공은 우사인 볼트다. 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우사인 볼트는 육상대국 미국을 완전히 침몰시켰다. 하지만 이 사건과 더불어 일약 스타덤으로 오른 것은 비단 볼트뿐이 아니었다.

<▲ 황금색 테세우스를 들고 있는 우사인 볼트>

지난 수년간 자메이카 육상부를 후원해 온 푸마가 최대의 수혜자로 떠오른 것이다. 보기만해도 확 튀는 황금신발을 신었던 우사인 볼트는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후 푸마 운동화를 카메라에 노출 시켰고, 이 장면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 장면의 가치는 무려 2억5천만 달러. 푸마는 홍보의 가치만큼 4년간 2억5천만 달러로 볼트와 계약했다.

 

볼트가 선택한 신발은 테시우스 2

결론부터 말하자면 볼트는 끝내 푸마가 기획한 볼트의 운동화 FAAS를 선택하지 않았다. 일종의 징크스 일까? 그는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던 2008년과 같은 ‘테세우스(Theseus)’ 시리즈의 신발을 신고 싶어했다. 오랜 고심 끝에 볼트와 푸마는 ‘테세우스2(Theseus II)’ 최신버전으로 결정 했다. 정확한 이름은 테세우스2 스파이크(Theseus II track spike). 육상선수에게 신발은 무사들의 검과 같다.

무사들이 검을 매일 갈고 닦으며 자신처럼 소중히 다루듯, 선수들 역시 신발을 마치 무기처럼 소중히 다루기 때문이다. 볼트 역시 마찬가지. 그가 생각하는 그의 무기는 무조건 ‘테세우스2’인 것 같다. 그렇기에 큰 이변이 없다면 이번 대구 육상선수권대회에서 다시 한 번 황금색 ‘테세우스2’를 신은 볼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테시우스2의 극장점은 최대의 반발력

단, 10초 이내의 시간에 메달의 향방이 결정되는 100m 남자 달리기는 전 종목에서 가장 빨리 승부가 나는 종목이다. 100m를 달리는 동안 숨을 쉬지 않을 정도이니 얼마나 빨리 전개되는 종목인지 이해가 간다. 이런 순간의 찰나가 중요한 종목에서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신발의 덕목은 반발력이다.

<▲ 테세우스2 스파이크 리미티드>

100m 달리기는 지면에 발이 닿는 시간이 적을수록 앞설 수 있는 경기이다. 그렇기에 지면에 발이 닿는 순간 엄청난 반발력으로 바로 다시 떨어질 수 있는 신발이어야 한다. 보통 신발은 쿠셔닝이 좋으면 좋을수록 지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반대로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지면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진다. 그래서 장거리를 뛰는 종목일수록 신발은 부드러워야 하며 단거리일수록 단단해야 하는 것이다.

볼트의 신발을 얼마나 단단할까? 테세우스2의 미드솔은 채 2cm도 안 되는 수준으로 매우 얇지만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바로 튕겨 나갈 만큼 단단하다. 일반사람들은 이 신발을 신고 오래 걷기조차 힘들 정도. 테세우스2 스파이크는 촘촘히 짜인 100% 탄소섬유의 신발 중심부와 딱딱한 페백스(Pebax) 플레이트 미드솔의 조합으로 트랙질주 시의 추진력을 극대화했다. 활모양으로 휘고 둥근 아웃솔은 더욱 낮아진 갑피와 맞물려 스피드와 무관하게 지속적인 안정감을 보장한다. 볼트의 테세우스2 스파이크 리미티드는 곧 스피드다.

또한 캉가루 가죽과 매우 흡사한 초극세사 합성 섬유를 사용해 마치  장갑과 같은 착화감을 자랑한다. 동시에 소재의 딱딱함은 접지시간을 단축, 단거리 경주에서 퍼포먼스 효율을 높였다. 안감은 초극세사 스웨이드를 사용하여 마치 피부와 같은 부드러운 피부 감촉을 주고, 여기에 비대칭 고리형 신발끈이 편안함을 선사함은 물론 최적의 착화감을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푸마로서는 자신들이 광고를 진행했던 FAAS시리즈를 신고 경기에 나왔으면 더욱 큰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볼트는 FAAS시리즈가 아닌 ‘테세우스2’를 선택했다. 하지만 푸마는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볼트가 세계 정상에 다시 우뚝서 자신들이 만든 신발에 키스할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이미지 제공 : 푸마

IT조선 선우윤 기자 mensnike@chosunbiz.com
상품전문 뉴스채널<IT조선(it.chosun.com)>